심연의 텔레패스
가미조 가즈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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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지금, 생생한 공포가 온몸을 지배했다. / p.276

귀신보다는 사람이 무섭고, 상상하는 것보다는 눈에 보이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다. 매체에서 자주 보이는 기이한 현상에 크게 관심이 없다. 아니, 보더라도 그냥 스치고 지나가듯 넘기는 편이다. 초자연현상 자체도 마찬가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남들은 무섭다고 하는데 '그게 왜?'라는 물음으로 주변의 이상한 눈초리를 받아야만 했다. 주변 사람들은 이래서 ST의 성향을 다시금 알게 되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 책은 가미조 가즈키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언급한 것처럼 초자연현상에 크게 흥미가 없는 독자지만 책 한정으로 조금씩 접하는 중이다. ESP라는 처음 접하는 단어에 호기심이 생겨서 선택한 책이다. 거기에 최근 독서량이 늘기 시작하면서 가벼운 느낌의 호러 장르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호러가 대단하다' 1 위에 선정된 책이라면 믿고 읽어도 되지 않을까. 기대를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에는 카렌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카렌은 직장 동료의 제안으로 한 대학교 괴담회에 참여하게 된다. 괴담회 참여자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이상한 괴담을 읊는다. 이후 카렌은 초록색 구정물을 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를 들었다. 카렌이 초자연현상을 조사하는 의뢰를 맡겼는데 그 과정에서 괴담회 참여자의 눈길을 받은 이들은 기이한 현상을 겪다가 결국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들이 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일상에서 충분히 벌어질 법한 스토리로 시작한다는 점에서 초반 흥미를 끄는 매력이 대단했다. 마치 현실에서 있는 이야기처럼 몰입감이 상당해서 호러 장르의 향기가 짙게 풍기는 소설이었고, 페이지 자체도 두껍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하루 안에도 충분히 완독이 가능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자기 전에 잠깐 시간을 내어 읽었는데 대략 이틀이 소요된 듯하다.

개인적으로 ESP라는 설정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소설의 주요 소재로, ESP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한글로 감각 초월 지각 능력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읽었던 작품들 중에서는 자주 등장했지만 이렇게 용어까지 알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기리야마가 보는 죽음을 보는 능력, 다른 인물의 텔레파시를 전달하는 능력까지 이 부분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호러 장르의 매력이 확실하게 다가왔던 작품이었다. 거기에 초반의 몰입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초능력현상에 큰 관심이 없는 ST 유형의 소유자로서 중후반부에 힘 빠진 듯한 느낌이 들어서 아쉬움을 느꼈다. 개연성이나 이런 부분들이 너무 허무맹랑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매력은 가지고 있는 작품이기에 그저 아무 생각없이 국수처럼 후루룩 작품을 읽고 싶다면 가볍게 읽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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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장례식에 초대받았다
헬렌 듀런트 지음, 황성연 옮김 / 서사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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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이곳에 초대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 p.17

시간이 흐르면서 나이가 들고 부고를 받는 일이 많아진다. 주변에 있는 사람의 가족들의 부고가 대부분이지만 우연히 보고 들은 본인상의 부고는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프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이 있던 이가 한순간 사라진다는 것. 그 느낌은 경험하고 싶지 않지만 사람은 언젠가 세상을 떠나게 되는 게 이치인데 그 고통을 내 바람과 달리 겪게 될 거라는 게 마음이 아프다.

이 책은 헬렌 듀런트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제목만 보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내 장례식조차도 생각하기 싫은데 그곳에 초대를 받았다는 것은 영혼의 이야기일까. 여러 가능성을 예상하면서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된 책이다. 거기에 요즈음 독서량이 점점 늘기 시작하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스릴러 장르의 작품들이 끌렸다. 문구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반전의 심리 스릴러가 눈길을 사로 잡았다.

소설의 주인공은 앨리스라는 인물이다. 앨리스는 익명의 수신자로부터 이름 모를 사람의 장례식에 초대를 받게 된다. 의심하게 되지만 발길은 그곳을 따라갔고, 그제서야 장례식의 주인을 알았다. 바로 앨리스인 것이다. 멀쩡하게 살아 있는 자신의 장례식이라는 것에 충격을 먹었다. 죽은 앨리스의 고용주 아내가 그 빈 일자리를 추천했고, 도나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상황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장르 소설의 특성상 크게 생각하지 않아도 쉽게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지금까지 읽었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이 매력이 도드라지게 느껴졌다. 페이지를 국수 먹듯 넘겨도 충분히 전개를 알 수 있었다. 400 페이지가 약간 안 되는 분량으로 알고 있는데 완독까지 대략 두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었다. 읽은 소설들 중에서 가장 속도가 빠르지 않았나 싶다.

무언가 특별하게 신경을 쓰면서 읽은 부분은 없었지만 도나의 성격이 인상적으로 남았다. 우선, 모든 것이 불확실한 장례식에 참여한 것부터가 조금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앨리스의 고용주 맥스를 조심하라는 안나의 조언과 맥스의 부인 티나의 호의에도 자꾸 답답하게 자신의 감을 믿고 있었다. 그 감이라는 것이 도저히 들어맞지 않음에도 말이다. 그 지점들이 너무 답답했다.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속도감이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독자들의 심장을 옥죄는 긴장감보다는 편안하게 제삼자의 집장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심리전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흔히 접했던 심리 스릴러 장르와는 조금 다른 결의 매력을 가졌다. 독서와 거리가 생길 때 가벼운 마음으로 아무 생각 없이 읽는다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냥 스토리의 흐름에 맡기면 될 것 같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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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한 세계 크로스 1
김연수.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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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간은 저마다 조금씩은 무지하다. / p.11

윤리적 딜레마는 대학교 전공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용어 중 하나다. 가령, 이용인은 미성년자인데 아버지께서 성범죄로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이렇다면 사회복지사로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는 실제로 전공 수업 때 토론 주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누구나 생각할 것도 없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사회복지사의 직업 윤리와 윤리적 딜레마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이 책은 김연수 작가님과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님의 작품과 대담이 실린 소설집이다. 얼마 전,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님의 <후지산>을 읽었고, 김연수 작가님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아직도 그 감정이 남아 있을 정도로 흥미로웠다. 두 작가님의 만남도 기대가 되었지만 평소 관심 있는 주제이면서 늘 품고 있는 '윤리적 딜레마'라는 소재가 더욱 관심이 갔다. 분명히 부담이 되는 지점이 있었지만 그만큼 설레는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처음 실린 작품은 김연수 작가님의 <우리들의 실패>라는 작품이다. 소설의 화자는 손동하라는 인물을 취재하게 된다. 손동하는 정치인들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벗어났다가 곧 다시 입국한다는 메일을 화자에게 보냈다. 화자는 일본에서 손동하를 만나 그를 만나게 되었고, 손동하가 폭로할 마음을 가지게 되는 과거 이야기가 등장한다. 소설은 현재에서 과거로부터 진행되는 스토리이다. 손동하와 소녀의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남았다.

두 번째 실린 작품은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님의 <결정적 순간>으로, 미술관에서 벌어진 윤리적 딜레마를 담고 있다. 지금은 작고한 유명 사진 작가의 전시를 준비하다가 미성년자의 나체 사진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공공 미술관에서는 이를 납득할 수 없었고, 전시를 미루다가 결국 취소하기에 이른다. 사진 작가의 아들은 아버지의 문제를 외면하고 부정한다. 주인공 가스미의 개인적인 문제와 맞물려 이질적인 감정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조금 어렵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비교적 두 번째 작품은 윤리적 딜레마의 주체가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편이어서 수월하게 이해가 되었지만 첫 작품은 주인공의 폭로보다는 개인적인 이야기에 집중이 되어 이를 파악하는 게 어려웠다. 그렇다 보니 전체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담긴 의미까지 곱씹어야 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완독까지 대략 세 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는데 온전히 이해하려면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듯했다.

한 번의 완독으로는 쉽게 이해하기에 많이 부족한 작품이다. 문체는 시처럼 은유적이고, 작품들에 담긴 의미는 르포처럼 날카롭다. 마지막 덮고 나면 뭔가 돌처럼 묵직한 무언가가 내내 마음을 남는 느낌까지 든다. 역사와 상황들이 맞물려 결정을 내리게 되는 손동하와 가스미의 윤리적 딜레마가 결코 한 사람의 고뇌처럼 보이지 않았다. 정답이 정해져 있지만 그게 곧 정답이 아닌 윤리적 딜레마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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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관리국
캘리앤 브래들리 지음, 장성주 옮김 / 비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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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문화권에서 오는 이들과 어떻게 지낼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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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관리국
캘리앤 브래들리 지음, 장성주 옮김 / 비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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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멀리서 우렁찬 대포 소리가 들린다. 연거푸 세 번, 재채기 소리처럼. / p.10

즐겨 보았던 드라마 <도깨비>에는 흥미로운 장면 하나가 있다. 공유 배우님께서 조선시대 주막에서 한 손으로는 무언가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브이를 하는 듯한 행동을 하고, 옆에 있는 배우님께서는 무슨 의미인지 알아 듣지 못한다. 현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공유 배우님의 행동이 곧 스마트폰으로 셀프 카메라를 찍는 것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묘하게 그 장면이 머릿속에 남았다.

이 책은 캘리앤 브래들리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제목에서 주는 호기심이 있어 선택하게 되었다. 시간관리를 한다는 것은 요즈음 언어로 '갓생'이라는 의미처럼 들렸다. 흔히 시간관리는 시간을 잘게 쪼개서 알차게 사용한다는 의미로 이해가 되기도 한다. 국가에서 개인의 시간을 관리한다는 내용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되었다. 그런데 줄거리를 보는 순간 그 예상은 빗나갔고, 더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영국에서 어머니께서 캄보디아 난민이셨고, 그 영향으로 언어 관련 공무원으로 활동했다. 그런데 어느 공고를 보고 지원해 합격하게 되었다. 급여가 세 배나 되었지만, 비밀밖에 없는 직업이었다. 확인해 보니 가교라는 직업이었고, 이주민이라고 불리는 시간 난민들을 감시하고, 함께 지내는 일이었다. 주인공은 그곳에서 시간 난민 그레이엄이라는 인물과 함께 지내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줄거리를 읽으면서 조금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SF 소설이라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상상력이 약점인 독자로서 가장 읽기 힘든 장르 중 하나가 SF인데 관심이 가면서도 부담감이 컸다. 그런데 그 걱정이 무색하게 너무 잘 읽혀져서 놀랐다. 읽으면서 SF 소설보다는 역사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지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완독까지 꼬박 이틀 정도가 소요되었다.

개인적으로 그레이엄과 주인공 관계가 인상적이었다. 그레이엄은 빅토리아 시대에 해군 장교인 사람이었다. 악기를 연주하면서 들었던 클래식 음악이 현재에는 디지털 기기로 쉽게 들을 수 있다는 점을 놀라워했다. 이 부분이 재미있었지만 그것보다 강렬하게 들어왔던 점은 시간관리국을 그레이엄 혼자만 적응하는 존재로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주인공 역시도 그레이엄의 세대를 이해하고 서로 상호작용하는 존재로 보여졌다.

이주민과 난민으로 표현한 탓인지 몰라도 다른 문화권에 들어오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가까운 예로, 결혼이민자나 외국인노동자 등의 주변 인물들이 떠올라서 흥미로웠다. 어디에서나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개선으로는 융합될 수 없다. 다른 문화권에서 들어온 이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시간관리국에서 벌어진 이들이 마냥 허무맹랑하게 읽혀지지 않았던, 현실적인 이야기처럼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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