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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장례식에 초대받았다
헬렌 듀런트 지음, 황성연 옮김 / 서사원 / 2026년 3월
평점 :




오늘 내가 이곳에 초대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 p.17
시간이 흐르면서 나이가 들고 부고를 받는 일이 많아진다. 주변에 있는 사람의 가족들의 부고가 대부분이지만 우연히 보고 들은 본인상의 부고는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프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이 있던 이가 한순간 사라진다는 것. 그 느낌은 경험하고 싶지 않지만 사람은 언젠가 세상을 떠나게 되는 게 이치인데 그 고통을 내 바람과 달리 겪게 될 거라는 게 마음이 아프다.
이 책은 헬렌 듀런트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제목만 보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내 장례식조차도 생각하기 싫은데 그곳에 초대를 받았다는 것은 영혼의 이야기일까. 여러 가능성을 예상하면서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된 책이다. 거기에 요즈음 독서량이 점점 늘기 시작하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스릴러 장르의 작품들이 끌렸다. 문구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반전의 심리 스릴러가 눈길을 사로 잡았다.
소설의 주인공은 앨리스라는 인물이다. 앨리스는 익명의 수신자로부터 이름 모를 사람의 장례식에 초대를 받게 된다. 의심하게 되지만 발길은 그곳을 따라갔고, 그제서야 장례식의 주인을 알았다. 바로 앨리스인 것이다. 멀쩡하게 살아 있는 자신의 장례식이라는 것에 충격을 먹었다. 죽은 앨리스의 고용주 아내가 그 빈 일자리를 추천했고, 도나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상황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장르 소설의 특성상 크게 생각하지 않아도 쉽게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지금까지 읽었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이 매력이 도드라지게 느껴졌다. 페이지를 국수 먹듯 넘겨도 충분히 전개를 알 수 있었다. 400 페이지가 약간 안 되는 분량으로 알고 있는데 완독까지 대략 두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었다. 읽은 소설들 중에서 가장 속도가 빠르지 않았나 싶다.
무언가 특별하게 신경을 쓰면서 읽은 부분은 없었지만 도나의 성격이 인상적으로 남았다. 우선, 모든 것이 불확실한 장례식에 참여한 것부터가 조금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앨리스의 고용주 맥스를 조심하라는 안나의 조언과 맥스의 부인 티나의 호의에도 자꾸 답답하게 자신의 감을 믿고 있었다. 그 감이라는 것이 도저히 들어맞지 않음에도 말이다. 그 지점들이 너무 답답했다.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속도감이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독자들의 심장을 옥죄는 긴장감보다는 편안하게 제삼자의 집장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심리전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흔히 접했던 심리 스릴러 장르와는 조금 다른 결의 매력을 가졌다. 독서와 거리가 생길 때 가벼운 마음으로 아무 생각 없이 읽는다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냥 스토리의 흐름에 맡기면 될 것 같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