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관리국
캘리앤 브래들리 지음, 장성주 옮김 / 비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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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멀리서 우렁찬 대포 소리가 들린다. 연거푸 세 번, 재채기 소리처럼. / p.10

즐겨 보았던 드라마 <도깨비>에는 흥미로운 장면 하나가 있다. 공유 배우님께서 조선시대 주막에서 한 손으로는 무언가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브이를 하는 듯한 행동을 하고, 옆에 있는 배우님께서는 무슨 의미인지 알아 듣지 못한다. 현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공유 배우님의 행동이 곧 스마트폰으로 셀프 카메라를 찍는 것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묘하게 그 장면이 머릿속에 남았다.

이 책은 캘리앤 브래들리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제목에서 주는 호기심이 있어 선택하게 되었다. 시간관리를 한다는 것은 요즈음 언어로 '갓생'이라는 의미처럼 들렸다. 흔히 시간관리는 시간을 잘게 쪼개서 알차게 사용한다는 의미로 이해가 되기도 한다. 국가에서 개인의 시간을 관리한다는 내용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되었다. 그런데 줄거리를 보는 순간 그 예상은 빗나갔고, 더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영국에서 어머니께서 캄보디아 난민이셨고, 그 영향으로 언어 관련 공무원으로 활동했다. 그런데 어느 공고를 보고 지원해 합격하게 되었다. 급여가 세 배나 되었지만, 비밀밖에 없는 직업이었다. 확인해 보니 가교라는 직업이었고, 이주민이라고 불리는 시간 난민들을 감시하고, 함께 지내는 일이었다. 주인공은 그곳에서 시간 난민 그레이엄이라는 인물과 함께 지내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줄거리를 읽으면서 조금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SF 소설이라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상상력이 약점인 독자로서 가장 읽기 힘든 장르 중 하나가 SF인데 관심이 가면서도 부담감이 컸다. 그런데 그 걱정이 무색하게 너무 잘 읽혀져서 놀랐다. 읽으면서 SF 소설보다는 역사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지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완독까지 꼬박 이틀 정도가 소요되었다.

개인적으로 그레이엄과 주인공 관계가 인상적이었다. 그레이엄은 빅토리아 시대에 해군 장교인 사람이었다. 악기를 연주하면서 들었던 클래식 음악이 현재에는 디지털 기기로 쉽게 들을 수 있다는 점을 놀라워했다. 이 부분이 재미있었지만 그것보다 강렬하게 들어왔던 점은 시간관리국을 그레이엄 혼자만 적응하는 존재로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주인공 역시도 그레이엄의 세대를 이해하고 서로 상호작용하는 존재로 보여졌다.

이주민과 난민으로 표현한 탓인지 몰라도 다른 문화권에 들어오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가까운 예로, 결혼이민자나 외국인노동자 등의 주변 인물들이 떠올라서 흥미로웠다. 어디에서나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개선으로는 융합될 수 없다. 다른 문화권에서 들어온 이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시간관리국에서 벌어진 이들이 마냥 허무맹랑하게 읽혀지지 않았던, 현실적인 이야기처럼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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