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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한 세계 ㅣ 크로스 1
김연수.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간은 저마다 조금씩은 무지하다. / p.11
윤리적 딜레마는 대학교 전공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용어 중 하나다. 가령, 이용인은 미성년자인데 아버지께서 성범죄로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이렇다면 사회복지사로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는 실제로 전공 수업 때 토론 주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누구나 생각할 것도 없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사회복지사의 직업 윤리와 윤리적 딜레마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이 책은 김연수 작가님과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님의 작품과 대담이 실린 소설집이다. 얼마 전,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님의 <후지산>을 읽었고, 김연수 작가님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아직도 그 감정이 남아 있을 정도로 흥미로웠다. 두 작가님의 만남도 기대가 되었지만 평소 관심 있는 주제이면서 늘 품고 있는 '윤리적 딜레마'라는 소재가 더욱 관심이 갔다. 분명히 부담이 되는 지점이 있었지만 그만큼 설레는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처음 실린 작품은 김연수 작가님의 <우리들의 실패>라는 작품이다. 소설의 화자는 손동하라는 인물을 취재하게 된다. 손동하는 정치인들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벗어났다가 곧 다시 입국한다는 메일을 화자에게 보냈다. 화자는 일본에서 손동하를 만나 그를 만나게 되었고, 손동하가 폭로할 마음을 가지게 되는 과거 이야기가 등장한다. 소설은 현재에서 과거로부터 진행되는 스토리이다. 손동하와 소녀의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남았다.
두 번째 실린 작품은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님의 <결정적 순간>으로, 미술관에서 벌어진 윤리적 딜레마를 담고 있다. 지금은 작고한 유명 사진 작가의 전시를 준비하다가 미성년자의 나체 사진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공공 미술관에서는 이를 납득할 수 없었고, 전시를 미루다가 결국 취소하기에 이른다. 사진 작가의 아들은 아버지의 문제를 외면하고 부정한다. 주인공 가스미의 개인적인 문제와 맞물려 이질적인 감정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조금 어렵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비교적 두 번째 작품은 윤리적 딜레마의 주체가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편이어서 수월하게 이해가 되었지만 첫 작품은 주인공의 폭로보다는 개인적인 이야기에 집중이 되어 이를 파악하는 게 어려웠다. 그렇다 보니 전체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담긴 의미까지 곱씹어야 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완독까지 대략 세 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는데 온전히 이해하려면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듯했다.
한 번의 완독으로는 쉽게 이해하기에 많이 부족한 작품이다. 문체는 시처럼 은유적이고, 작품들에 담긴 의미는 르포처럼 날카롭다. 마지막 덮고 나면 뭔가 돌처럼 묵직한 무언가가 내내 마음을 남는 느낌까지 든다. 역사와 상황들이 맞물려 결정을 내리게 되는 손동하와 가스미의 윤리적 딜레마가 결코 한 사람의 고뇌처럼 보이지 않았다. 정답이 정해져 있지만 그게 곧 정답이 아닌 윤리적 딜레마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