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이유를 찾아 살아간다
아사이 료 지음, 곽세라 옮김 / 비에이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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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반드시 만나게 된다. / p.42

 

이 소설의 주인공인 도모야와 유스케는 같은 마을에서 살고 있는 단짝 친구이다. 항상 붙어서 다니지만, 성격부터 맞는 것이 하나도 없는 사이. 도모야는 다소 조용하면서도 소심한 성격을 가졌고, 수영을 제외한 다른 운동에는 취미가 없다. 유스케는 반대로 하고 싶은 말은 무조건 하는, 약간 리더형의 성격을 가졌으며, 수영을 제외한 다른 운동에 소질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는 도모야가 병원에 누워있는 상황에 유스케가 정성스럽게 지키면서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유스케보다는 도모야의 시선에 따라 소설을 읽었다. 아무래도 도모야와 비슷한 성격이기도 하고, 공감이 되는 말들이 많았기 때문에 더욱 이입해서 봤던 것 같다. 특히, 항상 무언가에 앞장서는 유스케와 다르게 어느 집단에도 확실하게 속하지 않았던 도모야의 말이 가장 인상 깊었다. 집단 속의 그라데이션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 지지하는 정도에 따라 스펙트럼이라는 게 존재하는 것인데, 가운데가 아니더라도 차이를 인정해 주기를 바란다는 것. 무엇보다 이 말에 큰 공감이 되었다. 흔히 말하는 흑백논리. 현대 사회에서 의견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보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수용할 줄 아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했다.

 

도모야에게 시선이 갔던 이유 중 하나는 유스케의 말과 행동에 이해할 수 없는 당황스러움이 느꼈기 때문이다. 항상 우두머리의 역할로서 나아가는 것은 좋다. 다소 직설적이기는 하나, 자신의 표현을 주장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유스케는 속 빈 강정이라는 게 절실하게 느껴졌다. 순수하게 사회를 개혁하려는 의지보다는 사람 간의 갈등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독불장군 유형의 인간. 거기에 편견에 가득 찬 시선으로 여성을 바라보기도 한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고자 상황과 사람을 교묘하게 이용해 살아가는 게 내 상식으로서는 그의 태도 자체에 조금 불편함이 들었고, 마지막 결말까지 보고 나니 더욱 싫어지는 등장인물이 되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른 성격과 행동을 가지고 있지만, 묘하게 연결되는 부분들이 많다. 특히, 요시키라는 인물은 중학교 때에 기회를 노려 명성을 누렸으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이러한 능력을 쓸 수 없게 되자 혼란한 시기를 보낸다. 이때 그의 기회주의적인 성격을 비판하는 친구의 말과 침을 튀기면서 말하는 습관에 대한 뒷담화로 트라우마를 얻는다. 그런데 요시키의 성향이 유스케에게 그대로 나타났으며, 그의 여자 친구인 메구미 역시도 전 남자 친구에게 상처를 받아 죄책감을 가지고 노숙자를 위한 일을 해왔다. 전체적으로 인물들이 서로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저마다의 사연과 상처들로 살아가고자 하는 이유를 찾는 모습들을 보면서 답답해졌다. 누군가는 존재의 이유를 우두머리에서부터, 누군가는 혐오감으로부터, 누군가는 죄책감으로부터 찾았다. 그러나 명쾌하게 이유를 찾는 이는 없었다. 깨끗하게 해결이 되지도 않았다. 청춘의 절망 편을 보는 것 같아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마음이 무거웠다. 사실 이들이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해답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어차피 인생은 처음 시작하는 것이기에 찾아가는 길이 서툴고 어렵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추측이 들었다. 나에게는 그게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이였다.

 

마지막에 항상 갈등을 유발해 존재를 이유를 찾고자 하는 유스케에게 도모야가 큰 조언을 남긴다. 따로 존재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강구하자는 말과 대립이 생겼을 때 대화로 풀어가다 보면 원인은 다름이 아닌 이어주는 결속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는 말. 갈등이 필수불가결하게 이루어지는 사회에서 이 두 가지의 조언은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삶의 이유를 찾으라는 말. 나에게는 그 말 한 마디로도 충분했던 소설이었다.

 

<출판사 '비에이블'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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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기억 - 사이코패스의 일상을 파고드는 심리스릴러 소설
김남중 지음 / 바른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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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마치 타인처럼 또 다른 시선을 대면하게 된다. / p.147

가끔 매체에서 사이코패스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드는 생각들이 있다. 사이코패스의 뇌 구조가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잔인하기도 하고, 공감 능력이 없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매체에서 볼 때마다 순수하게 의문이 든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이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람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이코패스. 어느 순간부터 자주 듣게 된 용어인이다. 추격자 영화를 봤을 때 들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 그 영화의 실제 인물이 한국에서 최초로 사이코패스라는 용어로 정의가 되었다고 알고 있는데, 추격자 개봉 당시에는 미성년자인 나이여서 훨씬 시간이 지나서 알게 되었다.

이 소설은 사이코패스들의 이야기를 다룬 심리스릴러 소설이다. 표지에 있는 흰색 원의 문구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매체를 보면서 드는 생각 중 하나가 내 주변에 사이코패스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사이코패스의 비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주변에서 마주할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이 책을 보면 나의 의문들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읽게 되었다.

주인공인 이기식은 정신과 병원을 개업한 의사이다. 또한 공감을 느끼지 못하며, 모멸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면 사람 또는 동물에 가학적인 행동을 하는 사이코패스이기도 하다. 자신의 영역에 침법하는 이들에게 거부감을 느끼고 있으나, 사회적인 반응이 탑재된 그런 인물. 주변 인물로는 부인 소라와 제자이자 환자인 남아리, 간호사 김예진 등이 있다. 한국으로 15 년만에 땅을 밟은 이진석이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학교 다닐 때 불미스러운 일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으며, 미국에서 저지른 사건으로 이를 환기시키고자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에게는 정신적 지주인 데이비드라는 인물이 있다. 한국에 와서는 이기식의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김예진과 연인이 되었다.

이기식은 남아리와 점심을 먹으러 가던 중 창문 너머로 본 이진석을 보았고, 이진석은 그러한 이기식의 눈빛에 무언가 모를 감정이 느껴졌다. 김예진을 이용해 이기식의 병원에 방문해 상담을 받았고, 남아리를 이용해 이기식을 유인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운다. 그렇게 이기식과 이진석의 이야기, 둘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 소설이 현실이라면 생각보다 사이코패스도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일상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자신이 정한 선을 넘게 되면 누구보다 차갑게 차단했으나, 분위기에 따라 사회적인 말과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반응했다. 물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찰나의 순간에 스치는 그들의 조소와 눈빛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말이다. 사이코패스도 사회생활을 해야 했기에 이성으로만 배운 사람으로서 연기했다. 특히, 이기식의 경우에는 라포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직종이기 때문에 더욱 사회화된 공감 능력을 보이기도 했다.

중간에 동물 학대과 살인사건에 대한 묘사가 나오기는 하나, 다른 소설들에 비해 평탄한 수준이어서 읽는 것이 편했다. 감정 동요가 없는 사이코패스의 생각과 심리를 조금이라도 인지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지금까지 내가 가졌던 의문들이 조금은 풀렸다. 물론, 소설이라는 것이 허구의 이야기를 다루었기 때문에 이를 사이코패스 전부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불성설이겠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챕터의 마지막에 실린 문단들이 인지할 수 있는 하나의 단서가 되었다. 솔직히 공감이 되는 문장들은 아니었으나, 시적으로 적힌 문장들에 자꾸 눈길이 가기도 했다. 또한, 정신과 의사답게 이기식이 말하는 심리학 용어나 인물들에 대한 내용들도 반갑게 느껴졌다. 이기식은 소설 안에서 프로이드를 자주 언급하기도 했다.

조금은 스릴이 넘치는 사이코패스의 이야기를 기대했으나, 생각보다 잔잔하게 흘러갔다. 아무래도 사이코패스인 주인공의 행위보다는 심리 묘사에 집중이 되어 있기에 그렇게 느껴졌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의 생각과 반응, 감정 등이 자세하게 기술된 소설이어서 주인공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흐름을 따라가기 쉬웠다. 그러한 점이 집중하기에 더욱 좋았던 것 같다. 550 페이지가 약간 못 되는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어렵지 않게 읽혔다. 이렇게 심리 묘사로도 이렇게 스토리를 끌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같은 사이코패스라면 내 주변에도 충분히 있을 것이라는 추측으로 끝난 소설이었다. 비록, 내 예상과 빗나간 정적인 사이코패스의 이야기들이기는 했다. 그러나 사이코패스가 나와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있다는 해답과 생각하지 못했던 결말에 충격을 주었다는 점에서 나에게 흥미를 주었다는 것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출판사 '바른북스'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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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휴먼 - 장애 운동가 주디스 휴먼 자서전
주디스 휴먼.크리스틴 조이너 지음, 김채원.문영민 옮김 / 사계절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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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행동해야 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 p.187



이 책은 미국의 장애 운동가 주디스 휴먼의 자서전이다. 소아마비를 앓고 있으며, 장애인의 인식 개선과 인권에 앞장서고 있는 장애인 인권 운동가이시다. 어린 시절부터 장애인복지관을 놀이터처럼 드나들며 봉사활동을 했었고, 장애인복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어쩌면 이 책에 흥미를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주디스 휴먼은 독일에서 온 이민자 부부인 베르너 휴먼과 일제 휴먼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인 일제 휴먼은 딸 주디스 휴먼을 위해 타협 없이 세상과 싸웠다. 덕분에 주디스 휴먼은 장애에 대한 편견과 인식을 바꾸고자 정당한 방법으로, 민주적으로 싸웠던 인물이 되었다. 처음에 주디스 휴먼을 유치원에 입학시키려고 했으나, 화재 위험 요인이라는 이유로 입학을 거부당했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학교에서도 입학을 거부당해 버스를 타고 먼 지역의 공립학교를 다녔다. 심지어 그 공립학교에서도 비장애학생들이 아닌 장애학생들과 특수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대학교에 입학해 주변에서 장래희망을 숨기라는 말을 들었다. 재활복지국에서 장래희망을 그대로 말한다면 주디스 휴먼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심지어 숨긴 꿈조차도 재활복지국에서는 다른 꿈을 권하며, 돌려서 회유했다. 주디스휴먼은 교사가 되기 위해 교원 자격증을 준비했으나,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신체검사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뉴욕시 교육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교원 면허를 취득했다.

이후에도 장애 시민권 단체 설립, 자립생활센터와 사원 의원실 입법 보자관에서의 근무, 특수교육 및 재활서비스국 차관보 등을 지내며 장애인 인권 행정가로서도 근무했다. 그리고 미국 재활법 504 조 서명을 위해 정부 건물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한 인물이다.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기도 했었고, 그 안에서 희망을 보기도 했었다. 개인적으로 주디스 휴먼이 처음으로 장애인으로서 차별을 인식하던 순간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친구와 사탕을 사러 가던 중 어떤 아이가 주디스 휴먼에게 아프냐고 물었다. 그때 휴먼은 인생 모든 것의 의미가 뒤틀어졌다고 서술했다. 사실 장애인이 곧 아픈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그러한 측면에서 마음이 아려왔다.

고등학교 졸업했을 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단상에 못 오르게 했던 교장, 건강검진에서 말도 안 되는 문항을 확인하려는 의사, 비행기에서 안전을 이유로 내리라고 했던 승무원. 그동안 휴먼이 겪은 어이없는 일들이 믿기지 않았다. 비장애인으로 살고 있는 내가 겪은 적이 없는 일들을 마치 그들에게는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답답해졌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과 무시는 익히 주변에서 봐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심각하게 느껴졌던 것은 장애인에 대한 연민이었다. 특히, 비행기에서 위급 상황 시 도와줄 사람이 있어야 탑승할 수 있다는 승무원의 말에 비장애인 역시도 도움이 필요할 상황일 것이라고 대답하는 휴먼의 대답에서 장애인이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는 편견이 가장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장애인들의 욕구와 나아가는 길을 막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외에도 장애인으로서 제한된 삶을 살면서 휴먼이 느끼는 현실의 벽 또한 생각할 부분이었다. 비장애인에게는 고민의 가치조차도 없는 사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과 비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법이 그랬다. 사랑을 하고 싶어도 이를 고민하는 모습이, 직장 내 괴롭힘을 받았음에도 움츠러드는 모습이 참 안타깝게 느껴졌다. 장애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나아가는 것을 지향하지만, 사회에 속하는 비장애인들과 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법까지 나아가기에는 아직 더딘 편이다.

이와 반대로 농성으로 바깥에 나갈 수 없을 때 유리문 너머로 청각장애인들과 수어로 소통하는 이야기는 상상만으로도 참 아름다웠다. 유리라는 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통이 된다는 자체가 장애인들이 현실의 벽을 넘어 소통하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주디스 휴먼이 재활복지국에서 장애인의 교육과 인권에 대해 바꾸어나갈 때, 그리고 이러한 노력들이 작게나마 변화로 이루어질 때 희망이 보이기도 했었다. 물론, 이는 휴먼이 살고 있는 미국의 당시 상황이었겠지만 말이다.

장애인복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접근 기회의 형평성으로서의 평등에 관한 이야기들과 차별금지법의 본질은 비장애인으로 살고 있는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기에 도움이 되었다. 또한,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와 관점에 대한 부분들도 마찬가지였다. 존중과 경청의 자세, 옳지 못한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옳은 사회로 변화시키기 위한 끈기와 노력 등 장애 여부를 떠나 인간 주디스 휴먼 그 자체로도 나에게는 큰 영감을 주었다.

전자책으로 밑줄과 나의 생각들을 적어가면서 읽었고, 종이책으로 재독을 하면서 다시 마음에 되새겼다. 과연 나는 그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지금까지 노력을 해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말이다. 생각이 많아졌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단순히 장애인과 비장애인 중 어느 하나에 속하는 인간이 아닌 그들과 이 사회를 동행할 하나의 인간으로서 다시 출발선에 서야 할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살아갈 길의 밑그림을 다시 그려보고 싶다.

<출판사 '사계절'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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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심장 스토리콜렉터 100
크리스 카터 지음, 서효령 옮김 / 북로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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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게도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어요. / p.162


이 책은 연쇄살인범과 경찰을 주인공으로 한 심리스릴러 소설이다. 권일용 교수님이나 박지선 교수님께 내적 친밀감을 느낄 정도로 프로파일링을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을 즐겨서 본다. 범죄심리학자의 두뇌 싸움이라는 게 내 시선을 끌었고, 아직도 내 기억에 남은 그 영화를 보았을 때의 생각과 감정을 활자를 통해 다시 느끼고 싶어 읽게 되었다.


주인공인 로버트 헌터는 LA 경찰서에 근무하는 형사이다. 큰 사건이 해결된 후 하와이로 떠나는 날에 FBI에서 그를 찾는 전화가 걸려온다. 우연한 교통사고로 밝혀진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로버트와 범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는 계획을 접고 FBI의 요구에 따라 용의자를 만나러 왔는데, 그 용의자가 대학교에서 같은 기숙사를 사용하던 동료였던 것이다.


동료는 리암 쇼라는 이름으로 경찰에 체포되었으나, 이는 곧 거짓말이라는 게 들통난다. 그의 실제 이름은 루시엔 폴터. 그는 로버트 헌터와 만나는 자리에서 자신은 범인이 아니며, 범인을 알고 있으니 자신을 도와 달라는 부탁을 한다. 로버트 헌터는 루시엔 폴터를 믿었기에 그의 혐의를 풀어 주기 위해 조사를 시작했고, 그렇게 루시엔 폴터가 만든 덫에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연쇄살인범인 루시엔 폴터와 경찰관 로버트 헌터의 심리 게임이 펼쳐진다.


보통 범죄자라면 두려움과 자책감 또는 뻔뻔한 무죄 주장을 했을 터인데, 영화나 소설 등 매체에서 표현하는 연쇄살인범의 모습은 경찰과 기싸움을 통해 모종의 거래를 하고자 한다. 이는 꼭 허구의 사실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등장하는 이야기이다. 예전에 권일용 교수님께서 프로파일링 면담을 하셨을 때 연쇄살인범이 물을 떠오라고 시켰다는 말을 프로그램에서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그들은 심리전에 능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나오는 연쇄살인범 루시엔 폴터는 그러한 심리전을 능가했다. 아무래도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수재이자 범죄심리학을 통달한 인재였다. 거기에 형사인 로버트 헌터의 강점과 약점을 잘 아는 사람이므로 보통 연쇄살인범이 아니었다. 루시엔 폴터는 로버트 헌터의 거짓말을 바로 구분했지만, 로버트 헌터 역시도 루시엔 폴터의 작은 움직임들을 놓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창과 방패의 심리 대결이라고 할까.


그들의 쫓고 쫓기는 심리전은 보는 내가 다 긴장하게 만들었다. 루시엔 폴터는 시종일관 FBI 요원이자 로버트 헌터의 동료인 코트니 테일러를 무시하기도 하고, 심리전에서 우위에 점하고자 로버트 헌터의 아픈 과거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질문해 그를 심리적으로 무너트리게 만들기도 한다. 가끔 감정에 앞서 욕을 던지는 코트니 테일러와 다르게 일관성 있고 차분하게 밀고 당기면서 루시엔 폴터를 조종했다.


이 소설에서 루시엔 폴터에게는 살인을 저지르는 이유에 대한 내용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람이 고통받을 때의 표정에서의 쾌감뿐 아니라 다른 의도가 있었는데, 이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이어서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어찌 보면 사람을 죽여야만 알 수 있는 부분이자 현실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미래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기는 하나,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이유다. 사실 읽으면서 그의 영웅 심리가 그를 연쇄살인을 저지른 괴물로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에게는 그의 살인 동기와 주장도 자신의 살인 중독과 죄를 포장하기 위한 비겁한 합리화로 들리기는 했다. 그의 계획으로 진행했던 그 무언가에 발목이 잡혀 실패로 돌아갔다는 게 나름 통쾌한 결말이었다.


읽으면서 루시엔 폴터의 잔혹한 범죄 현장이 사실적이면서도 노골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소름이 돋기도 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잔인함이 묘사된 매체나 문학을 즐겨 보지 않는 나의 스타일로 느낀 감정이었다. 아마 범죄스릴러 장르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나름 흥미로운 부분이 되지 않을까. 500 페이지가 넘는 소설이어서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으나, 범죄심리학 특유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스릴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꽤 만족스러웠다. 자강두천 두 범죄심리학자의 머리 싸움을 통해 셔터 아일랜드에서 느꼈던 쾌감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는 좋은 소설이었다.


<네이버 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 '북로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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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 사라진 페도라의 행방 부크크오리지널 3
무경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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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은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에서 시작되는 것이네. / p.343

수능이 끝난 이후 당시 친한 친구가 추리 소설을 하나 주었다. 그때도 책을 많이 읽기는 했었으나, 추리 소설은 불호에 가까운 장르 중 하나였다. 책은 조금이라도 편한 마음에서 보자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었기에 마음 졸이면서 보는 추리나 공포 장르는 딱 질색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친구가 준 추리 소설 하나가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다.


이 책은 경성을 배경으로 한 무경 작가님의 추리 소설이다. 간간히 추리 소설을 읽기는 했었으나, 한국 작가의 작품은 이 소설이 처음이었다. 의도적으로 골라서 읽은 것은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삼십 넘어서 처음으로 이렇게 읽게 되었다. 요즈음 소소하게 입소문을 타고 있는 추리 소설 하나가 있다고 듣기는 했으나, 나에게는 이 책의 표지가 가장 눈에 들어왔었고, 개화기 시대에 벌어지는 살인 사건이라는 설정에 큰 흥미가 느껴져서 읽게 되었다.

에드가 오이자 오덕문은 모던 자체를 동경하는 남자로, 에드가 엘런 포에서 자신의 이름을 따왔다. 그는 내지에서 향수병을 못 이기고 경성에 오게 되었다. 경성에서 은일당이라는 하숙집에서 머물게 되었고, 하루는 친한 친구 두 명과 함께 술을 마시게 되었다. 술을 마시고 잠들어 다음날 일어나보니 자신이 아끼는 페도라가 사라졌다. 페도라의 행방을 쫓기 위해 갔던 곳에서 친구의 사체를 목격하였고, 그는 용의자로 몰리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그가 용의자로 조사를 받았는데, 유치장에 있던 시간에 새로운 도끼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용의선상에서 제외가 되었다. 당연히 다른 친구가 용의자로 몰리게 될 것을 걱정하였다. 친구는 용의자가 아닐 것을 확신하고, 증거를 모으기 위해 그가 동경하는 셜록홈즈처럼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시대를 나타나는 단어들이나 내용 중에 윤심덕의 사의 찬미 가사가 인용되는 등 내가 경험하지 않았던 개화기 시대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또한, 주인공의 생각과 행동이 다소 언밸런스한 모습들이 또 하나의 재미를 주었다. 양복의 전체를 갖추어야만 모던 보이로서 체면이 선다고 생각하는 에드가 오의 모습들과 다르게 그의 모습은 엉성했으며, 탐정 기술들은 너무나 허술했다. 오히려 다른 인물들의 추리에 신뢰를 가지게 되었다.

내용과 별개로 시대에서 등장하는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초점을 가지고 보기도 했다. 서구 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던 보이 에드가 오와 신분으로 갈등의 불씨를 만드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현대 사회의 계급이 떠올랐다. 개화기 당시에는 명목상 신분 계급이 폐지되었으나, 국민들의 인식까지는 바꾸지 못했던 것 같다. 백정의 자식은 배울 가치도 없는 천민으로서 무시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재산 보유 정도가 하나의 계급이 된 현대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그렇게 생각하는 시각들도 존재하기에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원래 긴장하면서 읽는 책을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오랜만에 경험한 이 감정들이 너무 좋았다. 추리 소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스릴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이 맛에 독자들이 추리 소설을 찾게 되었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 책을 읽는 속도가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니지만, 사건을 파헤치는 에드가 오의 시선과 감정을 따라가면서 몰입했더니 생각보다 순식간에 다 읽었다. 추리 소설의 초보 레벨 독자이기에 결말을 쉽게 생각했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마무리가 되어서 더욱 인상 깊게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손바닥의 땀을 닦느라 고생도 했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게 독자에게는 어떤 감정을 줄지 모르겠으나, 시간을 초월해 경성의 한 살인 사건으로 이끈 이 소설이 나에게는 색다른 독서의 재미를 주었다.

<네이버 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 '북크크 오리지널'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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