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의 여름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체 과거에는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유골을 둘러싼 두 친구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들의 부엌
김지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곧 이 공간이 책 냄새 가득한 공간으로 변신하겠지. / p.8

예전에 서점이나 도서관만 이용했다면 요즈음은 북카페와 북스테이 등 책을 소재로 한 다양한 공간이 많다고 들었다. 책을 보면서 술을 마시는 공간도 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코로나19 때문에 간 경험이 없다. 올해 완화가 되면 여름 휴가부터 북스테이, 북카페 등의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책과 함께하는 곳은 어디라도 좋은데 지금까지는 늘 내 방 책상이 유일해서 그동안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김지혜 작가님의 북스테이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동안 서점과 도서관 등을 주제로 한 힐링 소설로 큰 위로를 받았다. 아무래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책에서 다루는 책 이야기에 저절로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데 이 책 또한 그랬다. 서평 이벤트에 당첨이 되지 않는다면 구입해서 읽고 싶을 정도로 기대했던 책을 좋은 기회에 읽게 되었다. 경험하지 못한 북스테이에 대한 이야기들이 궁금했다.

주인공인 유진은 퇴사 후 소양리에 소양리 북스 키친이라는 북스테이를 차리게 된다. 거기에서 사촌동생 시우와 소양리 토박이 형준이라는 직원과 함께 가게를 운영하게 되고, 소양리 북스 키친을 찾아온 시우의 친구들과 여러 손님들의 사연이 나온다. 어떻게 보면 부족함이 없이 살아온 사람들이 무언가를 계기로 인생의 전환점을 돌게 된다. 누군가는 사랑을, 누군가는 미래를, 또 누군가는 과거에 대한 추억을 담아 방문했던 소양리 북스 키친에서 책 추천과 노래들로 위로를 받는다. 여기에서는 소양리 북스 키친의 사계절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위치에서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아픔들이 느껴져서 전체적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총 일곱 장의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3장의 <최적 경로와 최단 경로>와 작가의 말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3장에 찾아온 손님은 소희라는 인물은 엘리트 코스를 밟은 법조인이다. 판사를 꿈꾸고 일에 매진을 하다 우연한 일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게 되어 소양리 북스 키친에 한 달 살기를 한다. 처음에는 차가우면서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직원인 시우가 불평했던 사람이었다. 그러다 소양리 음악 축제에서 형준과 유진을 만나게 되면서 가까워지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과거 이야기를 듣는다. 소희는 책과 사람을 통해 그동안 가지고 있던 고민들과 부담감들을 털어내는 계기가 된다.

이 내용에서 우리나라는 정해진 경로에서 삐끗하면 인생이 실패하는 것처럼 겁을 준다고 하면서 내비게이션도 최적 경로에 최단 거리를 따지지 않고 안내해 주는데 왜 사람들은 모르는 척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도전하라고 하면서도 성공하지 않으면 패배자로 낙인을 찍는 사회와 일률적인 단계를 밟아야만 한다는 강요들에 염증이 났던 상황이어서 나에게는 이 부분이 너무 큰 공감이 되었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내 나이 또래의 청춘들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최적 경로에 최단 거리나 최고 기록 등 너무 가시적인 성공만을 따지는 사회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과는 다르게 책 이름과 노래 제목들이 반가웠다. 소설이나 에세이를 추천해 주거나 등장 인물들이 힘든 상황에서 들었던 노래들을 알려 주는데 고전 소설들도 있었지만 비교적 최신의 소설과 노래들이어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나 가사여서 이해하는 것도 훨씬 수월했다. 기회가 된다면 여기에 나오는 책들도 읽기를 추천한다. 지금까지 내가 읽은 책들에 등장하는 책과 노래들을 몰라 아쉬울 때가 많았는데 이 소설만큼은 모두 아는 것이 이런 느낌이구나, 하는 만족감을 들게 했다.

작가의 말에도 나름 와닿는 지점들이 많았다. 저자는 삼십 대를 공항 대기 라운지를 닮아 있다고 표현했다. 예상보다 오랜 시간을 머물러야 하며, 지연과 연착이 계속된다는 것. 대기자 명단에 오른 것 같다는 느낌이 무엇보다 깊이 공감이 되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회사를 나오게 되었을 때 에세이와 소설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책을 읽는 것이 오랜 습관이었다고 하는데 이 또한 나와 같은 습관과 상황이기에 이해가 되기도 했다. 작가의 말을 읽고 나니 무엇보다 서른 지점을 지난 사람들의 위로 동화처럼 느껴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그저 딱 한 번만 더 그를 만나고 싶었다. / p.74

사고로 안타까운 사연들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어렸을 때에는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가, 대학교에 올라와서는 세월호 참사가, 최근에는 광주 학동 참사가 그랬다. 뉴스에 나오는 하나하나 희생자의 사연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마치 가족을 잃은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 이렇게 인재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무라세 다케시 작가의 판타지 소설이다. 판타지이기는 하나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일어날 수 있기에 가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낸다면 어떤 말을 건넬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판타지라는 것보다 어떻게 보면 나의 가까운 미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내용이 궁금했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소재이므로 기대가 되어 읽게 되었다.

3월의 어느 날, 열차가 절벽 아래로 추락해 많은 사람들이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니시유이가하마 역에 가면 유령 유키호라는 고등학생이 죽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준다고 한다. 만날 때에는 네 가지 규칙을 지켜야 하는데, 죽은 사람이 승차했던 역에서 탑승할 것과 피해자에게 죽는다는 사실을 말하지 말 것, 니시유이가하마 역을 통과하기 전에 내려야 하는 것, 피해자를 내리지 말 것.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게 결혼을 앞둔 남자 친구를 잃은 여자의 이야기,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이야기, 짝사랑했던 사람을 잃은 학생의 이야기, 사고 기관차를 운전한 아내의 이야기 등 총 네 명의 사연이 나온다. 여기에 해당이 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사연들이었다. 그런데 아마 이 네 사람 중 적어도 한 명은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읽으면서 주인공에 많은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결혼을 앞둔 남자 친구를 잃은 여자의 이야기와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첫 번째 장으로 나오는 <연인에게>는 남자 친구를 잃은 여자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여자는 부모님을 잃었으며, 학창 시절부터 같은 여학생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던 인물이었다. 그때 당시 지금의 남자 친구가 여자를 구해 주었고, 가까워졌다. 그러다 성인이 되어 연인으로 발전하였고, 결혼을 앞두게 된 시점에서 남자 친구가 사고 열차의 피해자가 되었다. 여자는 남자를 만나기 위해 니시유이가하마 역에서 유키호를 만나 방법을 듣는다.

누구보다 다정다감했던 남자 친구를 잃게 된 주인공의 심정은 어땠을까. 사실 주인공의 환경과는 거리가 먼 학창시절과 결혼을 약속하고 싶을 정도의 연인을 만난 적이 없어서 크게 공감이 되지는 않았지만 주인공의 기구한 운명이 참으로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의지할 때 하나 없는 주인공에게 미래의 남편마저 데리고 가는 하늘이 야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죽음을 선택하려고 했던 주인공을 붙잡는 남자 친구의 모습과 결말이 크게 인상 깊었다.

<아버지에게>는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아들은 아버지의 직업을 창피하게 생각한다. 아버지와 같은 삶을 살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결과 좋은 대학을 졸업해 회사에 취업했으나 상사에게 찍혀 고통을 받고 있는 주인공은 힘든 시절을 보낸다. 힘든 시절을 버티지 못하고 부모님 몰래 회사를 그만두는 상황에 이르는데 아버지께서는 본가에 와서 도와주라고 하거나 같이 야구를 보자고 하는 등 주인공을 귀찮게 한다. 그러다 아버지께서 사고 열차의 피해자가 되었다. 소문을 들은 아들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유키호를 만난다.

네 가지의 사연 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으며, 현실적으로 공감이 되었던 이야기이다. 아무래도 최근에 읽은 책 중 하나가 아버지에 관한 에세이였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아프게 느껴졌다. 주인공처럼 아버지의 직업을 창피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괴감에 힘들어 할 때 주인공의 아버지처럼 부모님께서 그렇게 대해 주셨다. 무뚝뚝한 성향 때문에 주인공처럼 조금은 공격적으로 반응했던 적도 있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후회가 되기도 했었는데 아버지의 노력과 이 이야기의 결말을 보면서 눈물이 흘렀다.

네 가지의 이야기이지만 읽으면서 연결이 되는 부분들도 있어서 나름 흥미롭게 읽었다. 또한, 잠깐 등장하는 열차 회사의 뻔뻔함에 화가 나기도 했었다. 무엇보다 사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남탓으로 돌리는 것은 소설이나 현실이나 똑같았다. 그러한 부분에서 답답함을 느꼈다. 사실 어떻게 보면 같은 구성이 계속 반복이 되기도 하고, 예상 가능한 스토리였다. 그러나 그걸 뛰어 넘는 인간애와 가족애, 사랑의 이야기가 더욱 마음을 울렸던 것 같다. 특히, 마지막 기관사 아내의 이야기에서의 인간애는 뭔가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이 없다면 가장 좋겠지만 사람의 일은 알 수 없다. 이 책을 덮으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보낼 때 후회하지 않도록 현재의 시간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있을 때 잘하라는 모 가수의 트로트 가사가 떠오르기도 했다. 후회하지 않게 표현하는 것. 그게 나에게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침묵을 보다 - 불안을 다스리고 진정한 나를 만나는 침묵의 순간들
마크 C. 테일러 지음, 임상훈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2년 4월
평점 :
절판


철학은 침묵을 견딜 수 없다. / p.306

침묵을 그렇게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말수가 적은 성향 탓에 자연스럽게 침묵이 따라올 때가 많다. 항상 그것이 일상이 되다 보니 이제는 적막한 침묵이 흐르더라도 굳이 이를 깨기 위해 서두르지 않는 정도에 이르렀다. 사실 자꾸 상대방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맞기는 하지만 말을 하고 나면 다시 침묵이 흐르는 상황이 되다 보니 최소한의 노력만 하게 된다.

이 책은 마크 C. 테일러의 침묵에 관한 철학 도서이다. 어떻게 보면 나와 분신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침묵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또한, 불안을 다스리고 진정한 나를 만나는 침묵의 순간들이라는 부제가 마음을 움직였는데 아무래도 불안 또한 나의 친구 중 하나로 항상 데리고 다니고 있기에 더욱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침묵해도 괜찮다는 위로를 해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읽게 되었다.

총 열네 개의 챕터로 조금 독특한 구성이 눈에 띄었다. Without, Before, From 등 부사의 목차와 중간에 4,8,12 챕터는 말줄임표이다. 쉬어가라는 의미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부사에 맞게 침묵없이, 침묵 전에, 침묵부터, 침묵 너머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추측하기는 했지만 읽으면서 내 예상이 맞는지 확신이 가지는 않는다.

처음에 저자가 기억하지 못하는 사진에 대한 이야기와 침묵에 대한 정의로 시작해 키르케고르, 칸트, 헤겔, 하이데거 등 철학이나 다른 교양 서적에서 보았던 낯익은 이름부터 처음 듣는 미술가들이 정의하는 침묵 일화들이 나온다. 그러면서 저자가 침묵에 대해 느낀 바를 설명하는 방식을 취한다. 전체적으로 각 챕터마다 발제부터 시작해 비슷한 형식으로 서술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이중부정>이라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저자는 마이클 하이저와 <이중부정> 평론을 준비하기 위해 네바다주 사막으로 떠난다. 마이클 하이저는 <이중부정>의 작품을 만드는 대지미술가인데 저자는 그 작품에서 기이함을 보게 되고, 영감을 받아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대지미술가라는 직업 자체가 조금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글로 표현된 작품의 모습을 선뜻 상상하기가 힘들었다. 그럼에도 기억에 남았던 것은 이중부정 작품의 의미가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텅 빔'이라는 것이 뭔가 와닿는 지점이 있었다.

단순하게 침묵의 색깔부터 범위 등에 대한 물음부터 종교적, 철학적, 미학적, 등 생각보다 깊고도 넓게 침묵이라는 단어에 대해 정의를 내려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들이 있었다. 특히, 저자가 종교철학자이기 때문에 신의 침묵에 대한 물음들을 서술하기도 했었는데 무신론자에 가까운 무교인이다 보니 조금 더 어렵게 느껴졌다. 이는 책의 문체가 어렵다기보다는 종교나 미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이기에 더욱 난해한 내용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침묵이 검은색인지, 흰색인지부터 시작해 내가 알고 있는 침묵을 조금 새로운 방향으로 생각의 틀을 깼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이 책을 덮으면서 침묵이라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면서도 그것으로 삶의 깨달음이나 내면을 마주할 수 있는 방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나에게는 뜻을 알 수 없는 교훈을 얻었다. 미술이나 종교 교양서를 통해 어느 정도 기본 바탕의 지식들이 쌓이게 되면 다시 재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예상과 달리 침묵의 무게감과 독서 편향의 문제점을 느끼게 해 주었지만, 많은 이들의 침묵의 순간들을 통해 조금은 침묵의 깨달음을 얻었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산다든가 죽는다든가 아버지든가 - 일본 TV도쿄 2021년 방영 12부작 드라마
제인 수 지음, 이은정 옮김 / 미래타임즈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 아버지한테 이런 마음을 원했던 거야. / p.129

아이들을 혼란에 빠트리는 질문 하나가 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지금 훌쩍 자라 어른이 된 사람들에게도 회자가 될 정도로 당시에는 일생의 갈림길처럼 중요한 질문처럼 느껴지는 그런 물음이다. 그러나 나의 어린 시절을 보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때 당시에는 거의 쉬지도 않고 바로 나오는 대답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무조건 아빠가 좋다고 대답했다. 어머니께서는 내색은 안 하셨지만 아마 속으로 많이 서운하셨을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때에는 아버지와 그렇게 죽이 잘 맞았다. 여자 아이처럼 인형 놀이보다는 밖에 나가서 격한 운동을 즐겨서 했었기 때문에 아버지와 운동장에서 축구공을 찬 기억이 더 많다. 아버지의 매미 수준으로 항상 딱 붙어서 떨어질 생각조차도 안 했다고 한다. 지금은 타인보다는 가깝고, 가족보다는 먼 사이가 되었지만 말이다.

이 책은 제인 수의 아버지와의 관계를 그린 에세이이다. 나이가 들수록 어머니와는 더욱 친밀감을 느끼지만 이상하게 아버지와는 거리를 두게 된다. 아무래도 성별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공감대 형성이 안 되다 보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은 드는데 아버지 이야기라고 해서 관심이 갔다. 딸의 입장에서 본 아버지에 대한 감정과 이야기들이 나에게는 큰 공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읽게 되었다.

저자는 마흔 살 전후의 외동딸이며, 아버지는 일흔을 넘기신 분이다. 현재는 따로 살고 있지만 돌아가신 어머니의 성묘나 이모 병문안 등 다양한 이유로 나름 자주 교류하는 중이다. 이 에세이는 집세를 낸 대가로 아버지와 거래를 통해 쓰게 된 책이지만 어머니의 인생을 듣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어 똑같은 후회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아버지와의 이야기를 적기로 다짐했다고 한다.

아버지의 일생을 알아가는 전반적인 내용들이 인상 깊었지만 <칠월의 가지 구이>와 <미니 트럼프>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칠월의 가지 구이>는 전쟁 당시의 상황을 아버지에게서 듣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모르는 사람의 말을 듣고 할머니를 나무 앞에 버렸다는 이야기와 소이탄에 타버린 가지를 먹었다는 말을 듣고 놀라는 저자의 마음이 곧 내 마음과 같았다. 어떻게 눈에 띈다는 말만 듣고 리어카에 탄 핏줄을 버릴 수가 있으며, 전쟁의 기억을 담고 있는 가지를 지금까지도 아무렇지 않게 먹는 아버지의 모습이 뭔가 묘한 감정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 역시도 민주화 운동 당시의 참혹함을 직접 겪으신 세대였는데 깊이 들어보지 못했던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그런 참혹함과 소년이었던 아버지가 느꼈을 이야기들을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니 트럼프>는 <미워할 수 없는 남자> 파트에도 잠깐 언급이 되지만 저자의 아버지는 트럼프 지지자이다. 네 번 파산했어도 다시 일어나는 강인함과 사랑스러움을 저자에게 찬양하는 등의 모습이 나오는데 여기에서는 트럼프가 당시 대선에서 이겼을 때 진보 진영의 힐러리에 대한 험담에 대한 내용들이 나온다. 주된 내용은 여성 차별적인 발언을 한다는 것이며, 저자는 이를 못 견딘다는 것이다. 사실 부모님과 정치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나 역시도 함께 뉴스를 볼 때마다 정치적인 견해의 차이에서부터 가부장적인 마인드로 여성을 차별하는 아버지의 발언을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많이 들었다. 처음에는 역으로 공격하면서 갈등이 일어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포기하게 되고 한쪽 귀로 흘리는 노하우 아닌 노하우까지 생겼는데 이 부분이 너무나 크게 공감이 되었다.

내용을 읽으면서 아버지와 의견 차이로 인한 갈등과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핏줄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글에 나타나지 않아도 아버지와 외모가 닮았다는 점과 비슷한 성격, 죽이 잘 맞을 때에는 환상의 콤비가 된다는 점. 독자인 내가 봤을 때에도 저자와 저자의 아버지는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성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의견 갈등으로 불이 화르르 타오르는 것이 아닐까.

전체적으로 읽으면서 딸로서 참 공감이 많이 되었다. 집을 넘기면서부터 나타나는 가장으로서의 무책임, 남자가 하늘이라는 태도, 안하무인과 고집불통 등 아버지라면 다 이런 성격을 가지고 있나, 이런 착각이 들 정도로 우리 아버지와 너무 비슷한 면이 있었다. 저자가 느끼는 감정 또한 나와 다르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유쾌하면서도 친근하게 보이지만 막상 글을 읽고 나면 애증과 함께 뒤죽박죽인 부녀지간이라는 점이 곧 나와 아버지를 그대로 보인 것만 같았다. 애증과 연민이 뒤섞인 진짜 말 그대로 엉망진창의 관계였다.

사실 아버지와 성격이 비슷하다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와 나를 모두 아는 친척과 지인분들은 하나같이 닮았다고 말한다. 심지어 어머니마저도 핏줄은 못 속이겠다면서 둘의 성격이 판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와 아버지의 이야기들을 보면서 나 역시 어쩔 수 없는 아버지의 딸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그 핏줄은 어디 못 간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책을 덮으면서 나도 저자처럼 아버지를 이해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저자는 아버지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아 아버지의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지금 돌이켜서 생각해 보니 우리 아버지에 대해 모르는 점이 너무 많다. 아니,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 흔한 좋아하는 음식 하나 모른다. 지금이라도 아버지께서 살아오신 길들을 하나하나 듣는다면 어렸을 때 아빠가 좋다고 말한 것처럼 조금은 거리가 좁아지지 않을까, 하는 다짐과 희망을 들게 만든 이야기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