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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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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딱 한 번만 더 그를 만나고 싶었다. / p.74
사고로 안타까운 사연들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어렸을 때에는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가, 대학교에 올라와서는 세월호 참사가, 최근에는 광주 학동 참사가 그랬다. 뉴스에 나오는 하나하나 희생자의 사연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마치 가족을 잃은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 이렇게 인재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무라세 다케시 작가의 판타지 소설이다. 판타지이기는 하나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일어날 수 있기에 가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낸다면 어떤 말을 건넬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판타지라는 것보다 어떻게 보면 나의 가까운 미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내용이 궁금했다. 과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소재이므로 기대가 되어 읽게 되었다.
3월의 어느 날, 열차가 절벽 아래로 추락해 많은 사람들이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니시유이가하마 역에 가면 유령 유키호라는 고등학생이 죽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준다고 한다. 만날 때에는 네 가지 규칙을 지켜야 하는데, 죽은 사람이 승차했던 역에서 탑승할 것과 피해자에게 죽는다는 사실을 말하지 말 것, 니시유이가하마 역을 통과하기 전에 내려야 하는 것, 피해자를 내리지 말 것.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게 결혼을 앞둔 남자 친구를 잃은 여자의 이야기,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이야기, 짝사랑했던 사람을 잃은 학생의 이야기, 사고 기관차를 운전한 아내의 이야기 등 총 네 명의 사연이 나온다. 여기에 해당이 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사연들이었다. 그런데 아마 이 네 사람 중 적어도 한 명은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읽으면서 주인공에 많은 감정이입이 되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결혼을 앞둔 남자 친구를 잃은 여자의 이야기와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첫 번째 장으로 나오는 <연인에게>는 남자 친구를 잃은 여자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여자는 부모님을 잃었으며, 학창 시절부터 같은 여학생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던 인물이었다. 그때 당시 지금의 남자 친구가 여자를 구해 주었고, 가까워졌다. 그러다 성인이 되어 연인으로 발전하였고, 결혼을 앞두게 된 시점에서 남자 친구가 사고 열차의 피해자가 되었다. 여자는 남자를 만나기 위해 니시유이가하마 역에서 유키호를 만나 방법을 듣는다.
누구보다 다정다감했던 남자 친구를 잃게 된 주인공의 심정은 어땠을까. 사실 주인공의 환경과는 거리가 먼 학창시절과 결혼을 약속하고 싶을 정도의 연인을 만난 적이 없어서 크게 공감이 되지는 않았지만 주인공의 기구한 운명이 참으로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의지할 때 하나 없는 주인공에게 미래의 남편마저 데리고 가는 하늘이 야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죽음을 선택하려고 했던 주인공을 붙잡는 남자 친구의 모습과 결말이 크게 인상 깊었다.
<아버지에게>는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아들은 아버지의 직업을 창피하게 생각한다. 아버지와 같은 삶을 살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결과 좋은 대학을 졸업해 회사에 취업했으나 상사에게 찍혀 고통을 받고 있는 주인공은 힘든 시절을 보낸다. 힘든 시절을 버티지 못하고 부모님 몰래 회사를 그만두는 상황에 이르는데 아버지께서는 본가에 와서 도와주라고 하거나 같이 야구를 보자고 하는 등 주인공을 귀찮게 한다. 그러다 아버지께서 사고 열차의 피해자가 되었다. 소문을 들은 아들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유키호를 만난다.
네 가지의 사연 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으며, 현실적으로 공감이 되었던 이야기이다. 아무래도 최근에 읽은 책 중 하나가 아버지에 관한 에세이였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아프게 느껴졌다. 주인공처럼 아버지의 직업을 창피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괴감에 힘들어 할 때 주인공의 아버지처럼 부모님께서 그렇게 대해 주셨다. 무뚝뚝한 성향 때문에 주인공처럼 조금은 공격적으로 반응했던 적도 있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후회가 되기도 했었는데 아버지의 노력과 이 이야기의 결말을 보면서 눈물이 흘렀다.
네 가지의 이야기이지만 읽으면서 연결이 되는 부분들도 있어서 나름 흥미롭게 읽었다. 또한, 잠깐 등장하는 열차 회사의 뻔뻔함에 화가 나기도 했었다. 무엇보다 사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남탓으로 돌리는 것은 소설이나 현실이나 똑같았다. 그러한 부분에서 답답함을 느꼈다. 사실 어떻게 보면 같은 구성이 계속 반복이 되기도 하고, 예상 가능한 스토리였다. 그러나 그걸 뛰어 넘는 인간애와 가족애, 사랑의 이야기가 더욱 마음을 울렸던 것 같다. 특히, 마지막 기관사 아내의 이야기에서의 인간애는 뭔가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이 없다면 가장 좋겠지만 사람의 일은 알 수 없다. 이 책을 덮으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보낼 때 후회하지 않도록 현재의 시간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있을 때 잘하라는 모 가수의 트로트 가사가 떠오르기도 했다. 후회하지 않게 표현하는 것. 그게 나에게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