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부엌
김지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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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이 공간이 책 냄새 가득한 공간으로 변신하겠지. / p.8

예전에 서점이나 도서관만 이용했다면 요즈음은 북카페와 북스테이 등 책을 소재로 한 다양한 공간이 많다고 들었다. 책을 보면서 술을 마시는 공간도 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코로나19 때문에 간 경험이 없다. 올해 완화가 되면 여름 휴가부터 북스테이, 북카페 등의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책과 함께하는 곳은 어디라도 좋은데 지금까지는 늘 내 방 책상이 유일해서 그동안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김지혜 작가님의 북스테이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동안 서점과 도서관 등을 주제로 한 힐링 소설로 큰 위로를 받았다. 아무래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책에서 다루는 책 이야기에 저절로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데 이 책 또한 그랬다. 서평 이벤트에 당첨이 되지 않는다면 구입해서 읽고 싶을 정도로 기대했던 책을 좋은 기회에 읽게 되었다. 경험하지 못한 북스테이에 대한 이야기들이 궁금했다.

주인공인 유진은 퇴사 후 소양리에 소양리 북스 키친이라는 북스테이를 차리게 된다. 거기에서 사촌동생 시우와 소양리 토박이 형준이라는 직원과 함께 가게를 운영하게 되고, 소양리 북스 키친을 찾아온 시우의 친구들과 여러 손님들의 사연이 나온다. 어떻게 보면 부족함이 없이 살아온 사람들이 무언가를 계기로 인생의 전환점을 돌게 된다. 누군가는 사랑을, 누군가는 미래를, 또 누군가는 과거에 대한 추억을 담아 방문했던 소양리 북스 키친에서 책 추천과 노래들로 위로를 받는다. 여기에서는 소양리 북스 키친의 사계절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위치에서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아픔들이 느껴져서 전체적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총 일곱 장의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3장의 <최적 경로와 최단 경로>와 작가의 말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3장에 찾아온 손님은 소희라는 인물은 엘리트 코스를 밟은 법조인이다. 판사를 꿈꾸고 일에 매진을 하다 우연한 일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게 되어 소양리 북스 키친에 한 달 살기를 한다. 처음에는 차가우면서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직원인 시우가 불평했던 사람이었다. 그러다 소양리 음악 축제에서 형준과 유진을 만나게 되면서 가까워지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과거 이야기를 듣는다. 소희는 책과 사람을 통해 그동안 가지고 있던 고민들과 부담감들을 털어내는 계기가 된다.

이 내용에서 우리나라는 정해진 경로에서 삐끗하면 인생이 실패하는 것처럼 겁을 준다고 하면서 내비게이션도 최적 경로에 최단 거리를 따지지 않고 안내해 주는데 왜 사람들은 모르는 척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도전하라고 하면서도 성공하지 않으면 패배자로 낙인을 찍는 사회와 일률적인 단계를 밟아야만 한다는 강요들에 염증이 났던 상황이어서 나에게는 이 부분이 너무 큰 공감이 되었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내 나이 또래의 청춘들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최적 경로에 최단 거리나 최고 기록 등 너무 가시적인 성공만을 따지는 사회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과는 다르게 책 이름과 노래 제목들이 반가웠다. 소설이나 에세이를 추천해 주거나 등장 인물들이 힘든 상황에서 들었던 노래들을 알려 주는데 고전 소설들도 있었지만 비교적 최신의 소설과 노래들이어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나 가사여서 이해하는 것도 훨씬 수월했다. 기회가 된다면 여기에 나오는 책들도 읽기를 추천한다. 지금까지 내가 읽은 책들에 등장하는 책과 노래들을 몰라 아쉬울 때가 많았는데 이 소설만큼은 모두 아는 것이 이런 느낌이구나, 하는 만족감을 들게 했다.

작가의 말에도 나름 와닿는 지점들이 많았다. 저자는 삼십 대를 공항 대기 라운지를 닮아 있다고 표현했다. 예상보다 오랜 시간을 머물러야 하며, 지연과 연착이 계속된다는 것. 대기자 명단에 오른 것 같다는 느낌이 무엇보다 깊이 공감이 되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회사를 나오게 되었을 때 에세이와 소설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책을 읽는 것이 오랜 습관이었다고 하는데 이 또한 나와 같은 습관과 상황이기에 이해가 되기도 했다. 작가의 말을 읽고 나니 무엇보다 서른 지점을 지난 사람들의 위로 동화처럼 느껴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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