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여자들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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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 p.119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설의 비율이 거의 2:1 수준으로 높은 편이었는데 한 가지 주제의 비소설을 몰아서 읽다 보니 최근에는 소설의 비율이 많이 줄었다. 심지어 이번 달만 보더라도 비소설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이러다 소설 읽는 감이 사라질 것 같아서 걱정이다. 다시 소설의 맛을 느낄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메리 쿠비카의 장편 소설이다. 서두에 적은 것처럼 요즈음 본의 아니게 절대적으로 인문학이나 심리학, 법과 관련된 비소설을 많이 읽었다. 정보를 얻는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높지만 이렇게 공부하는 기분으로 읽다 보니 소설이 슬슬 끌리기 시작했다. 역시 소설의 맛을 들이기에는 추리나 스릴러 소설이 최고이기 때문에 고른 책이다. 거기에 심리 스릴러 소설이라는 점도 끌렸다. 머리를 환기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은 크게 등장 인물의 시점과 거기에 11 년 전과 현대를 아우르면서 진행된다. 처음에는 비 오는 날 한 여자가 사라진다. 주인공인 메러디스는 요가 강사이자 산모도우미로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마치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일에 집중을 못한다거나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 어느 순간 메러디스와 그녀의 딸인 딜라일라가 사라진다. 소리도 없이 사라진 두 사람을 찾기 위해 메러디스의 남편인 조쉬와 이웃 사람인 케이트는 메러디스의 고객과 산부인과 의사 등 의심스러운 사람들을 계속 관찰하면서 실종 사건을 파헤친다. 메러디스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동네의 세 여자는 왜 사라진 것일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심리 스릴러 소설이라는 장르처럼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전개가 마음에 들었다. 조금 두꺼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완독할 수 있을 정도로 몰입할 수 있었다. 메러디스과 조쉬의 서로 다른 불안, 메러디스 아들인 레오의 혼란스러움, 케이트의 따뜻한 마음 등 인물 중 단 한 명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감정 하나하나 이해할 수 있었다. 이는 어디까지나 마무리를 보기 전까지의 마음이었다. 결말을 보니 또 생각이 달라졌다.

또한, 모든 사람이 의심하게 되었다. 사건과 별개로 인물의 감정 자체는 이해가 되지만 그것이 용의 선상에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혼란스럽게 하거나 빈틈을 보이면 메러디스와 딜라일라를 납치한 범인으로 보였다. 심지어 아내와 딸을 잃은 남편 조쉬조차도 그렇게 느껴졌다. 읽는 내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찾는 경찰의 기분이 들었다. 

사건을 파헤치는 재미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된 지점은 여성으로서 살아가면서 느꼈을 다양한 상황들이었다. 소설에서는 어두운 밤길을 다닐 때의 불안감과 임산부에게 무례한 산부인과 의사의 진료, 아동 학대와 가정 폭력 등의 사회적 이슈가 소설의 장치로서 드러난다. 개인적으로 여성으로서 느끼는 이슈들을 생각하거나 경험했지만 진료라는 명분으로 했던 성적인 행위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이야기였다. 

인물들의 세세한 심리 묘사부터 사건을 끌어가는 스토리 텔링,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이슈에 대한 묵직함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룬 소설이었다. 이를 진지하게 풀어내는 것이 아닌 조금은 가볍게 툭툭 던졌다는 점에서 적당한 무게감까지 느껴져서 좋았다. 재미와 여운을 동시에 잡았던 소설을 만났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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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 곁의 산 자들 - 매일 죽음을 마주하는 이들에게 배운 생의 의미
헤일리 캠벨 지음, 서미나 옮김 / 시공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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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을 보는 것은 애도하는 과정의 이정표이자 흔적이다. / p.132

항상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고 살지만 근원이나 궁금증을 가지고 산 적은 없었다. 그저 '어떻게 살아야 죽을 때 후회없이 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주로 했었던 것 같다. 죽음은 늘 갑자기 찾아오고, 알 수 없다고 하지만 젊음과 나이를 맹신하는 편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아직까지는 먼 미래로 느껴진다. 아마 지금 나이의 배 이상을 살아야 죽음이 가까이 오지 않을까.

요즈음 본의 아니게 죽음에 대한 도서를 많이 읽게 되는 편이다. 그러면서 조금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예전에는 막연하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나의 죽음을 생각했다면, 현재는 죽음이라는 것에 대한 근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또한, 죽음이라는 게 조금은 꺼내기 어려운 주제인 만큼 책으로 많이 배우고 있다.

이 책은 헤일리 캠벨의 죽음에 대한 에세이이다. 개인적으로 이름 붙인 죽음에 대한 도서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느껴진다. 그동안 법의학이나 법정신의학 등 법과 관련되어서 사인을 파헤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왔다면 조금 다른 직업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물론, 국내에서도 특수청소부나 유품정리사 등의 다양한 직업이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이 다양한 직업군이 나오는 책이어서 궁금증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저자인 헤일리 캠벨은 어렸을 때부터 죽음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 비해 익숙하게 생각해 온 사람인 듯하다. 부모님께서 죽음과 관련된 직종에 종사하시지는 않았지만 관련 그림을 그리시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비교적 익숙하게 봐왔다. 책에서는 아버지께서 그리신 시체 그림을 이면지로 사용해 학교 공부를 했었고, 이를 본 선생님께서 부모님께 진지하게 상담을 요청하셨다고 하니 조금은 독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게 죽음을 생각하던 저자는 죽음에 대한 의문을 가진다.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직업에 종사자들을 찾아간다. 비교적 익숙한 장의사와 책에서 자주 언급되었던 해부병리전문가부터 조금 새롭게 느껴진 직업 사산 전문 조산사, 대참사 희생자 신원 확인자 등 총 열두 가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 죽음에 대한 의미나 인터뷰를 진행한다. 그들의 이야기와 저자가 눈앞에서 본 죽음들을 서술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가 참 인상 깊었다. 첫 번째는 저자의 죽음에 대한 태도이다. 저자는 친구의 죽음과 길가에서 사체로 발견된 동물들을 보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친구가 죽게 되었을 때에는 학교 재학생들에게 고개를 돌려 시체를 보지 못하도록 하거나 죽음을 신적인 내용으로 포장을 하는 등의 저자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보았다. 그런 부분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였고, 이러한 저자의 생각에 큰 공감을 했었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아이들의 의견에 존중해 사랑하는 이의 임종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된다는 내용이 떠오르기도 했었다.

또한, 죽음 자체가 그렇게 멀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가 언급했던 것처럼 뉴스를 포함한 매체와 주변 사람들의 죽음으로 보면 생각보다 죽음을 가까운 곳에서 자주 보게 된다. 물론,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입장에서는 조금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죽음이라는 것 자체에 조금은 익숙해질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두 번째는 죽음과 관련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저자는 종사자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죽음이 두렵지 않냐는 질문을 한다. 각자 대답은 다르지만 개인적으로 느끼는 바는 그렇게까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듯했다. 아무래도 이러한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있으니 죽음이 보통 사람들에 비해 익숙하면서도 무뎌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알면서도 놀라웠다. 

많은 종사자의 이야기 중에서도 사형 집행인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사실 사형 집행인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사형을 할 때에도 사인이 살인으로 기재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사형 집행인은 이러한 일은 신이 시키신 일이며, 자살이라고 표현했다. 일에 대한 결과가 곧 죽음이기에 스스로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저자의 반박이나 죄책감에 대한 질문에서도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지만 저자가 느낀 것처럼 읽는 내내 사람을 죽인 것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일부 숨기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을 돕기 위해 죽음과 관련된 직업을 선택한 종사자들과 죽은 사람들에게도 예의와 기본을 지킬 줄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 사람을 살리거나 돕기 위한다면 경찰과 소방관, 간호사와 의사 등 조금이나마 직접적으로 삶에 기여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기도 하지만 그들은 죽은 사람들을 연구해 살아 있는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측면에서 다르게 보이기도 했다. 죽음이라는 게 무조건적으로 부정적으로 그리고 금기될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에세이로 분류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죽음이라는 것 자체가 주는 무게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예상이 된다. 최소한 두 번 정도는 읽어야 온전히 이해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재독이 필요할 것 같다. 조금 어렵게 느껴졌던 책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생보다는 사에 익숙한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점과 생사는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것은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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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수로 투명인간을 죽였다
경민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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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말하기 위해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 p.7

이 책은 경민선 작가님의 장편 소설이다. 제목부터 의문을 자아내어서 호기심이 생겼다. 투명인간을 죽인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애초에 투명인간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이기에 더욱 시선이 갔던 것도 있다. 나름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생각에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한수는 나름 먹고 살만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직업 하나 없는 인물이다. 부모님께서는 유학을 보낸다거나 연기자로서 학원에 보내주시는 등 한수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주시고 있지만 한수를 믿지 못한다. 거기에 동생은 의사로서 승승장구하기에 더욱 대비가 된다. 바깥에서도 마찬가지다. 친구와 만나는 자리에서 한수는 그저 한심한 무직에 불과했다. 공무원이나 대기업, 공기업 등에 취업한 친구들은 한수를 대놓고 무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모임에서도 메인은 되지 못했다. 메인은 전교 1등의 기영이라는 인물인데 아웃풋에 비해 트럭 운전을 하는 등 친구들이 안주로 생각할만한 삶을 살아간다.

모임에서 기영이에게 안부 문자를 보낸 한수는 답장을 받는다. 바로 자신의 집으로 와달라는 기영의 부탁. 한수는 궁금증을 가지고 찾아갔고, 기영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말한다. 자신이 투명인간을 죽였다는 것이다. 허무맹랑한 소리를 무시할 법도 한데 기영의 집에 있는 쇼파에서 진짜로 투명인간의 존재를 촉감으로 느꼈다. 그렇게 기영과 함께 한수는 죽인 투명인간을 처리했다. 이후 기영은 알 수 없는 죽음을 맞이하고, 한수는 투명인간의 습격을 받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의 습격이 참 피부로 와닿았다. 한수의 입장이라면 더욱 공포가 컸을 것으로 보인다.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에 대한 상상으로 나래를 펼쳤는데 애초에 기영의 도움에 응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투명인간의 존재 자체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소설에서 한수는 기영에게 빚을 진 상태였기 때문에 더욱 믿을 수밖에 없을 것 같기는 하다. 상상을 하면서 읽으니 소름이 돋기까지 했다.

중반에 이르러 투명인간의 존재에 대해 나오는데 인간의 이기심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전쟁이나 권력으로 사람들을 학살하는 역사적 배경들이 떠올랐다. 권력을 견고히 하거나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 많은 사람을 희생하는 악인들과 그를 지지하는 약자의 존재를 다시 느꼈다. 줄거리와 내용을 떠나 그런 악한 행태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지점이기도 했다. 소설이 아닌 현실과 맞닿은 지점으로 보였다.

또한, 투명인간의 존재도 새로웠다. 단순하게 눈에 안 보이는 설정이 아닌 눈의 구조나 피의 색깔 등 디테일하게 묘사한 부분을 보면서 인간의 종을 가지고 있는 하나인 다른 생물체처럼 보였다. 마치 고양이과에 속한 사자처럼 말이다. 나름 상상이 가능한 묘사여서 뭔가 색다르게 투명인간을 바라보고 소설에 몰입되었다.

생각보다 얇은 페이지 수여서 한 흐름에 읽게 된 소설이다. 애초에 설정 자체가 큰 흥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킬링 타임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소설로 큰 영감을 받거나 교훈을 얻을 때도 있지만 소설 자체로도 흥미를 느끼는 게 또 하나의 매력이다. 이 책은 그 점을 충족시켜 주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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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 평전 - 경험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라
사만다 로즈 힐 지음, 전혜란 옮김, 김만권 감수 / 혜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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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더 좋다고 느꼈던 거야. / p.246

철학 도서로 스스로 되묻고 답을 찾는 과정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러한 활동이 깊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철학을 읽으면서 느낀 매력은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철학에 대한 큰 관심을 가지고 찾아서 보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에서 읽으면서 봤던 철학자의 이름만 인지할 뿐 깊이 연구하거나 조사해 알아보지 않는다. 그래서 철학 도서를 읽는 사람치고는 많이 부족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앞으로 더 큰 이해를 위해 더욱 깊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사만다 로즈 힐의 한나 아렌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도서이다. 사실 철학 도서에서 종종 한나 아렌트 이름을 보았다. 소크라테스나 니체 등의 이름을 많이 보았고, 여성 철학자들의 이름은 거의 볼 수 없었다. 기억에서 몇 안 되는 이름 중 한 명이 한나 아렌트이다. 그래서 관심이 생겼다. 다들 어렵다고 해서 도전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평전이라고 하면 배경 지식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알아보고 싶었다.

한나 아렌트는 독일에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다소 낯을 가렸던 한나 아렌트는 조용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다 아버지께서는 일곱 살 때 돌아가셨고, 나치 시대에 다른 나라를 떠돌면서 일생을 보냈다. 미국에서 국적을 인정받기 전까지는 무국적자로 살아간 시간도 있었다. 한나 아렌트는 많은 시인, 철학자와 교류하면서 자신의 이론과 다른 학자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하거나 평론하는 삶을 살아왔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주장은 유대인의 나라 건설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유대인 사이에서는 유대인의 나라를 건설해 모여서 삶의 터전을 이루자는 시오니스트들이 있었다. 한나 아렌트는 그와 반대되는 입장으로 유대인들이 다양한 나라에 터전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보통 같은 민족의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터전을 이루는 게 맞는 말이지 않을까. 유대인이면서 전통적인 시오니스트가 아니라는 점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부분도 정치적으로 봤던 한나 아렌트의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밖에도 아이히만 재판을 보면서 악의 평범성과 사유의 불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았다. 아이히만은 나치 시대에 많은 사람을 학살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시키는대로 했을 뿐이라는 뻔뻔한 말을 남겼는데 이를 보았던 한나 아렌트는 사유의 불능성이라는 근거를 들어 개인적으로 그를 심판한다. 타인의 관점에서 사유하지 못한 무능력하다는 사유의 불능성이라는 내용 자체가 조금 어렵게 느꼈다.

서두에 적었던 것처럼 한나 아렌트에 대해 이름만 인지할 뿐 이론이나 철학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한나 아렌트의 국적이나 배경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한나 아렌트가 주장하는 이론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조금 어려움을 겪기도 했었는데 비교적 지금까지 읽었던 철학 도서에 비해 쉬운 내용이어서 전기 정도로 생각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하이데거나 알베르 카뮈 등 익숙한 이름들도 보여서 나름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눈으로는 쉽게 글자가 인지가 되는 반면에 페이지는 쉽게 넘기지 못했던 책이었다. 하나하나 깊이 생각하느라 넘겨야 된다는 사실마저도 잊었다.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완벽하게 한나 아렌트의 삶을, 그리고 이 역사를 온전히 이해했는지에 여부에는 의문점이 든다. 책을 보면서 옆에 자연스럽게 검색 사이트를 두고 읽었지만 앞으로 더욱 알아가고 싶은 이론이었다. 이는 공부하면서 채워가야 할 몫이다.

처음에는 낯을 가리면서 조용한 한나 아렌트라는 인물이 현실에 맞서 싸우는 행동이 동전의 양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자신과 타인을 사유해 누구보다 분명하게 자신을 사랑하고 표현할 줄 아는, 누구보다 삶을 사랑할 줄 아는 한나 아렌트의 이야기는 큰 울림이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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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죽음들 - 최초의 여성 법의학자가 과학수사에 남긴 흔적을 따라서
브루스 골드파브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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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에 대한 추구는 가차 없어야 한다. / p.365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사건을 파헤치는 중요한 단서들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넋을 놓고 보게 된다. 그냥 보기에는 별 대수롭지 않은 환경인데 거기에서 범인의 시그니처를 알아 낸다거나 피해자의 시신에서 범인의 흔적이 보인다거나 하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찾아내는 게 대단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마 나처럼 둔한 사람이라면 애초에 관련 직종으로서 자격이 박탈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브루스 골드파브의 도서이다. 아무래도 요즈음 읽는 책들이 본의 아니게 죽음으로 묶이는 경우가 있다. 소설도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관심사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손이 갔다. 거기에 지금까지 접한 것은 한국의 법의학자분들이다. 해외의 과학 수사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읽게 되었다.

책의 주인공은 미국의 법의학자인 프랜시스 글래스너 리라는 여성이다. 리는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오빠와 풍부한 교육을 받았다. 오빠는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리는 그렇지 못했다. 당시에 자신이 원하는 하버드 대학교 의과대학은 여성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통의 평범한 여성들처럼 남자와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살아갔지만 결국 남편과 이혼했다. 그러다 매그리스라는 운명의 상대를 만난다.

매그리스는 검시관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법의학에 열정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의문이 있는 죽음을 조사하는 업무를 하는 코로너 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 코로너들은 의학에 대한 지식을 갖추지 않았을 뿐 아니라 나중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일까지 하기도 했다. 결국 마땅히 밝혀져야 하는 죽음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애먼 사람이 없는 죄값을 치루는 일까지 벌어진다. 매그리스와 리는 이를 개혁하고자 노력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처음에는 법의학자라고 해서 큰 기대를 했지만 프랜시스 글래스너 리는 내가 생각했던 인물과는 조금 다른 유형이었다. 법의학과 관련된 전공을 대학에서 배우고, 수련이나 실습 등을 거쳐 경찰관 또는 의사로서 활동하는 내용을 예상했었다. 그러나 리는 대학교도 나오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의학이나 법학 등의 전문적인 지식은 매그리스와 책 등을 통해 독학 아닌 독학을 해왔다는 점에서 처음에는 의문이 들었다.

거기다 하버드 대학교 의과대학에 법의학과 설치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었다. 원하는 바에 대한 거절을 하거나 난색을 표했을 때에는 장학금을 주지 않겠다는 협박을 하면서까지 말이다. 장학금을 가지고 리가 원하는 방향대로 조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강압적으로 나갈 필요는 없다고 보았다. 하버드 대학교 입장에 조금 더 공감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중반을 넘어갈수록 리의 열정에 감탄을 하면서 읽었다. 특히, 경찰들을 위한 세미나를 열었던 부분은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그동안 법의학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경찰들은 그동안 사건 현장을 훼손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검시관의 요청에 비협조적으로 응하기도 했었다. 리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살인 현장을 미니어처로 축소한 교본들을 만들었고, 이를 활용해 경찰들을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에 참석하는 경찰들은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발했으며, 숙식은 누구보다 부족함이 없도록 했다. 그렇게 법의학을 알렸다. 주 경찰서에서는 이러한 점을 높이 사 리에게 경감이라는 직위를 주기도 했다. 큰 열정을 쏟았던 하버드 대학교에서는 주지 않았지만 말이다.

간접적인 방법으로 모르게 법의학을 위해 노력할 수 있었겠지만 리는 그렇지 않았다. 누구보다 바깥에서 압박하거나 로비를 해서 법의학의 중요성을 알리고 이를 실행하고자 했다. 매그리스의 '인간 장기의 아름다움'이라는 한마디에 법의학에 돈과 시간, 명예 모든 것을 건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보다 법의학에 대한 열정과 뜻하는 방향이 있었기에 이룰 수 있는 일이었다.

사실 지금도 미국의 법의학에 대한 부분은 부족한 듯하다. 그래도 리가 있을 당시에는 원하는 방향으로 어떻게 되었든 나아갔지만 현재는 없기 때문에 더욱 난항을 겪고 있다. 아직도 코로너 제도를 시행하는 곳도 있으며, 대학교에서도 법의학을 가르치는 곳이 있기는 하지만 크게 발전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었다.

직업인은 무조건 엘리트 코스에서만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위대한 업적을 쌓는 것은 일에 대한 열정과 명확한 방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프랜시스 글래즈너 리에게서 받은 영감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누구보다 법의학을 진심으로 생각했던 리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직업인으로서의 삶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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