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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여자들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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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 p.119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설의 비율이 거의 2:1 수준으로 높은 편이었는데 한 가지 주제의 비소설을 몰아서 읽다 보니 최근에는 소설의 비율이 많이 줄었다. 심지어 이번 달만 보더라도 비소설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이러다 소설 읽는 감이 사라질 것 같아서 걱정이다. 다시 소설의 맛을 느낄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메리 쿠비카의 장편 소설이다. 서두에 적은 것처럼 요즈음 본의 아니게 절대적으로 인문학이나 심리학, 법과 관련된 비소설을 많이 읽었다. 정보를 얻는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높지만 이렇게 공부하는 기분으로 읽다 보니 소설이 슬슬 끌리기 시작했다. 역시 소설의 맛을 들이기에는 추리나 스릴러 소설이 최고이기 때문에 고른 책이다. 거기에 심리 스릴러 소설이라는 점도 끌렸다. 머리를 환기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소설은 크게 등장 인물의 시점과 거기에 11 년 전과 현대를 아우르면서 진행된다. 처음에는 비 오는 날 한 여자가 사라진다. 주인공인 메러디스는 요가 강사이자 산모도우미로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마치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일에 집중을 못한다거나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 어느 순간 메러디스와 그녀의 딸인 딜라일라가 사라진다. 소리도 없이 사라진 두 사람을 찾기 위해 메러디스의 남편인 조쉬와 이웃 사람인 케이트는 메러디스의 고객과 산부인과 의사 등 의심스러운 사람들을 계속 관찰하면서 실종 사건을 파헤친다. 메러디스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동네의 세 여자는 왜 사라진 것일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심리 스릴러 소설이라는 장르처럼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전개가 마음에 들었다. 조금 두꺼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완독할 수 있을 정도로 몰입할 수 있었다. 메러디스과 조쉬의 서로 다른 불안, 메러디스 아들인 레오의 혼란스러움, 케이트의 따뜻한 마음 등 인물 중 단 한 명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감정 하나하나 이해할 수 있었다. 이는 어디까지나 마무리를 보기 전까지의 마음이었다. 결말을 보니 또 생각이 달라졌다.
또한, 모든 사람이 의심하게 되었다. 사건과 별개로 인물의 감정 자체는 이해가 되지만 그것이 용의 선상에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혼란스럽게 하거나 빈틈을 보이면 메러디스와 딜라일라를 납치한 범인으로 보였다. 심지어 아내와 딸을 잃은 남편 조쉬조차도 그렇게 느껴졌다. 읽는 내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찾는 경찰의 기분이 들었다.
사건을 파헤치는 재미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된 지점은 여성으로서 살아가면서 느꼈을 다양한 상황들이었다. 소설에서는 어두운 밤길을 다닐 때의 불안감과 임산부에게 무례한 산부인과 의사의 진료, 아동 학대와 가정 폭력 등의 사회적 이슈가 소설의 장치로서 드러난다. 개인적으로 여성으로서 느끼는 이슈들을 생각하거나 경험했지만 진료라는 명분으로 했던 성적인 행위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이야기였다.
인물들의 세세한 심리 묘사부터 사건을 끌어가는 스토리 텔링,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이슈에 대한 묵직함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룬 소설이었다. 이를 진지하게 풀어내는 것이 아닌 조금은 가볍게 툭툭 던졌다는 점에서 적당한 무게감까지 느껴져서 좋았다. 재미와 여운을 동시에 잡았던 소설을 만났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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