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물
전건우 지음 / &(앤드)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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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안 돼. 문을 열어 주면 수귀가 들어올 거야. / p.14

이 책은 전건우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작가님의 작품은 종종 접했다. 가끔 가볍게 읽고 싶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선택지에 있는 작품들이 작가님의 소설이었다. 단행본으로는 <안개 미궁>과 <듀얼>을 읽었고, 앤솔로지 작품집까지 합하면 그래도 열 편은 넘게 읽지 않았을까. 요즈음 무거운 주제의 작품을 읽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공포 장르 소설이 끌려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민시현이라는 인물이다. 시현은 현재 탐사 프로그램의 막내 작가인데 사무실로 현천강의 기이한 사건 제보가 들어오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인터뷰를 하고 있던 중 우연히 만난 물건에서 살해 현장이 고스란히 목격된다. 시현이 가지고 있는 사이코메트리 능력 때문이었다. 시현은 한천강에서의 살인 사건과 촬영하는 중 벌어진 기묘한 상황들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사실 발간되었을 때부터 읽고 싶었던 작품이어서 기대가 컸다. 그 기대가 충족될 정도로 몰입도가 꽤 높았다. 페이지 수가 200 페이지 후반대여서 부담이 없었고, 금방 상황에 이입이 되어 금방 완독할 수 있었다. 페이지터너의 느낌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주말에 라디오 두 시간을 들으면서 읽을 수 있었다. 시간으로만 보면 대략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읽었던 작품에서의 마을과 조금 다른 느낌이어서 인상적으로 남았다. 그동안 동네의 폐쇄성이 문제가 되었던 작품들을 종종 읽었다. 외부인을 막는 이유가 대부분 그 폐쇄성의 부정적인 측면으로부터 발생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작품은 새로운 각도로 접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장과 마을 주민들이 외부인의 인터뷰에 비협조적인 것은 비슷했지만 그 이유는 확연하게 달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귀신보다는 사람이 무섭다는 생각으로 흘러갔다. 물의 귀신이라는 소재로부터 시작되었지만 결과적으로만 놓고 보면 사람의 손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어쩌면 귀신이 저지른 기이한 사건보다는 인재에 가까웠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악의와 권력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잘 보여 주는 작품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이 부분만 놓고 보면 특이하지만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이다.

가볍게 읽고 흘릴 수 있는 작품이었다. 책을 읽다가 무언가 손이 잡히지 않을 때 환기 목적으로 도전해 보면 충분히 다시 독서의 흐름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솔직히 읽으면서 겨울보다는 여름에 읽기 좋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마도 오컬트 호러 장르이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진 것 같기도 하다. 아무 생각 없이 읽을 수 있어서 그 지점이 참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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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게임
마야 유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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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분명 생일날 빨간 촛불 하나만 남는 것이 내 운명이다. / p.9

내 운명을 미리 아는 것이 과연 이득일까. 예전에는 무조건 알고 싶다고 대답했을 텐데 지금은 오히려 모르는 게 약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리 죽을 날짜를 안다면 하루하루 우울한 기분으로 보낼 듯하다. 어떻게 보면 긴 시한부의 인생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어쩌면 망각이 신의 선물이라는 어느 드라마의 대사처럼 한 사람의 미래 역시도 신의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마야 유타카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출판사에서 발간한 작품 중 아직도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 있는 것은 시라이 도모유키의 <명탐정의 제물>과 <엘리펀트 헤드>이다. 두 작품 모두 중간 이상의 잔인함과 서늘함이 느껴졌는데 읽은 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종종 떠오를 때가 있다. 이 이야기는 곧 출판사에 대한 신뢰이기도 하다. 이렇게 흥미로운 작품을 발간하는데 신작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요시오라는 아이다. 동네에서 활동하는 작은 탐정단 소속으로 이것저것 친구들과 함께 추리하는 것을 재미있게 생각한다. 최근 요시오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연쇄 고양이 살해 사건이 벌어졌고, 신이라고 주장하는 친구 스즈키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살인 사건이 생긴다. 요시오는 스즈키에게 범인을 처벌해 달라고 부탁한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다른 추리 장르 소설에 비해 페이지 수가 되게 얇은 편이다. 250 페이지 내외인데 이 정도 분량으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럼에도 스토리 자체는 너무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어서 한 시간 반이면 충분히 완독이 가능하다. 거기에 추리하는 능력도 다른 작품들에 비해 초보적인 수준으로 가볍게 흘러가다 보니 이 또한 만족스러웠다.

개인적으로 스즈키의 존재가 인상적이었다. 스즈키는 요시오에게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 준다. 이 또한 요시오의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허무맹랑하게 다가왔다. 예를 들면, 요시오가 죽는 날짜이거나 요시오가 알지 못하는 비밀 등이 그렇다. 과연 나라면 스즈키를 신으로 생각했을까. 처벌한 것만 가시적으로 드러날 뿐 많은 것이 비밀처럼 묻혀 있다는 점에서 그냥 우연의 일치로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 결말을 읽고 나니 여러 모로 아리송하다. 사건의 원인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았다는 점과 생각하지도 못했던 인물이 갑자기 부각된다는 점이 그렇다. 심지어 결말 역시도 논리와 조금 어긋난다는 느낌도 받았다. 옮긴이의 말로 이 부분이 언급되기도 하지만 그게 정답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신이라는 것, 그리고 스즈키라는 존재는 무엇이었는지 모르겠다. 이게 작가의 의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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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순간들
이아 옌베리 지음, 우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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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지 않았던 기억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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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순간들
이아 옌베리 지음, 우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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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세상의 진정한 원동력이기도 한, 모든 것에 발동을 거는 명령: 앞으로, 오직 앞으로. / p.23

이 책은 이아 옌베리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딱히 뭔가 눈에 들어와서 선택한 책은 아니었다. 그냥 표지만 보고 아무런 정보 없이 읽게 된 것이다. 앞 페이지를 보니 북유럽 국가의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무민 작가 '토베 얀손'이 기억이 났다. 최근에 <정직한 사기꾼>을 읽었을 때 그 밍숭맹숭한 느낌이 너무나 강렬해서 새로운 작가의 작품 역시도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화자는 우연히 보게 된 하나의 메시지로부터 과거를 되짚는다. 소설에는 크게 네 사람이 등장한다. 헤어진 전 연인과 과거 꽤 가깝게 지냈던 친구, 자신의 인생에서 만났던 한 남자와 사랑에 몰입되었던 어머니에 이르기까지 네 사람과 화자의 관계가 마치 필름처럼 펼쳐진다. 이 네 사람은 각자 화자에게 큰 영향을 미친 듯하다. 개성이 제각각이었던 네 사람은 화자에게 어떤 사람으로 남겨져 있을까.

조금 어렵게 다가왔던 작품이었다. 우선, 확실하게 드러난 것보다 문장을 곱씹으면서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문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보니 읽는 것도 속도가 더디게 느껴졌다. 약간 시를 읽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200 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작품이었는데 오전에 세 시간 넘게 걸렸다. 이런 류의 소설이 쉽게 읽혀지지 않는 편이어서 더욱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소요된 듯하다.

개인적으로 무언가 인상 깊은 한 사람의 줄거리보다는 전체적인 맥락이 인상 깊게 남았다. 사실 이 사람들의 이야기가 특별하지도 않았다. 예를 들면, 화자와 친한 친구였던 니키는 자기 주장이 강하면서 자유로운 영혼을 추구했던 사람이었다. 남자 친구와 멀리 훅 떠나고, 니키 부모님의 부탁에 날아간 화자에게 욕을 퍼붓는 인물이었는데 그게 뭔가 임팩트가 남을 사건은 아니었다. 어찌 보면 너무나 흔한 사람들의 유형인 것 같았다.

이게 어떻게 보면 제목 그대로 화자에게 '기억의 순간들'이었고, 그것을 너무 잘 표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읽는 내내 언급한 것처럼 필름을 마치 되감아 보듯 하나하나가 과거를 회상하는 것처럼 다가왔다. 어느 부분에서는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화자와 함께 시간을 나눈 이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그렇게 표현한 작가의 방법도 좋았던 것 같다.

책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타인에게 나는 어떤 기억의 순간들로 남을지 궁금해졌던 작품이었다. 요한나처럼 화자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아낌없이 해 주면서 이해해 주는 사람일까, 아니면 니키처럼 기분을 고스란히 표현해 힘들게 만드는 사람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순수하게 살아왔지만 남편을 만나 이해할 수 없는 삶을 살아온 엄마일까. 해답은 알 수 없지만 이런저런 기억의 순간들을 되짚을 수 있는 이야기여서 어렵지만 재미있는 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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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것일수록 작은 목소리로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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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이 아니라 눈물이라는 건 혼자만 알면 된다. / p.11

이 책은 모리사와 아키오라는 일본 작가의 연작소설집이다. 종종 힐링 장르의 소설이 끌릴 때가 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는 위로가 큰 힘이 될 때가 있지만 가지고 있는 고민이 나 혼자의 특별한 게 아니라는 점을 알고 싶은 순간도 있다. 그럴 때마다 거짓말처럼 힐링 소설에서 비슷한 경험을 가진 화자들이 등장했는데 요즈음 큰 고민은 아니지만 일상 안에서 생각이 많아지는 시점이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소설은 곤마마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2m가 넘는 거구의 성 소수자로, 헬스장에서 많은 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밤에는 운영하는 바에서 타인의 고민을 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딸과 서먹한 관계가 고민인 가장이자 샐러리 맨을 시작으로 많은 남자들의 고백을 받는 젊은 여성, 능글 맞은 노인과 고민을 가지고 있는 남학생까지 여섯 명의 이야기가 헬스장과 바라는 공간에서 펼쳐진다.

술술 읽혀지는 작품이었다. 적어도 작품을 이해하지 못할 부담감은 없었는데 역시나 너무나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특히, 페이지 수가 200 페이지 초반 정도여서 시간이 조금 생길 때 한 호흡으로 후루룩 펼치기 좋았다.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들의 평범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많은 공감이 되기도 했다. 퇴근 후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두 시간 이내에 충분히 완독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혼다라는 인물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소설의 가장 처음 등장하는데 가장이자 샐러리맨으로 살아가고 있다. 과거 다정다감하게 대했던 딸은 어느새 청소년이 되어 혼다와 거리를 두게 되었다. 아내와의 대화를 계기로 헬스장에서 운동하며, 곤마마와 친해지게 된다. 그 무렵, 딸이 유학을 선언하면서 그 관계는 더욱 거리감이 생긴다. 과연 혼다는 예전처럼 딸과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

보통의 부녀 관계라면 어색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경험을 돌이켜 보았을 때 나 역시도 아버지와의 관계가 살갑게 가까운 것도 아니었는데 혼다의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의 뒷모습이 자꾸 아른거렸다. 심지어, 타 지역으로 대학을 가겠다고 선언했을 때 아버지의 반대가 떠올라서 많은 공감이 되었다. 곤마마가 혼다에게 한 조언이 곧 제목과 연결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 깊게 남았다.

언급했던 혼다와 딸 관계가 거짓말처럼 급속도로 가까워진다면 의심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다른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현실감 있게 마무리가 되었다. 사실 내용들이 예상하기 쉬운 소설로 흘러가기는 하지만 판타지처럼 극적인 이야기는 아니어서 만족스러웠다. 적당히 공감되고, 적당히 마음에 와닿는 소설이었다. 가끔 힐링 소설이 끌릴 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여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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