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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것일수록 작은 목소리로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땀이 아니라 눈물이라는 건 혼자만 알면 된다. / p.11
이 책은 모리사와 아키오라는 일본 작가의 연작소설집이다. 종종 힐링 장르의 소설이 끌릴 때가 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는 위로가 큰 힘이 될 때가 있지만 가지고 있는 고민이 나 혼자의 특별한 게 아니라는 점을 알고 싶은 순간도 있다. 그럴 때마다 거짓말처럼 힐링 소설에서 비슷한 경험을 가진 화자들이 등장했는데 요즈음 큰 고민은 아니지만 일상 안에서 생각이 많아지는 시점이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소설은 곤마마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2m가 넘는 거구의 성 소수자로, 헬스장에서 많은 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밤에는 운영하는 바에서 타인의 고민을 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딸과 서먹한 관계가 고민인 가장이자 샐러리 맨을 시작으로 많은 남자들의 고백을 받는 젊은 여성, 능글 맞은 노인과 고민을 가지고 있는 남학생까지 여섯 명의 이야기가 헬스장과 바라는 공간에서 펼쳐진다.
술술 읽혀지는 작품이었다. 적어도 작품을 이해하지 못할 부담감은 없었는데 역시나 너무나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특히, 페이지 수가 200 페이지 초반 정도여서 시간이 조금 생길 때 한 호흡으로 후루룩 펼치기 좋았다.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들의 평범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많은 공감이 되기도 했다. 퇴근 후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두 시간 이내에 충분히 완독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혼다라는 인물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소설의 가장 처음 등장하는데 가장이자 샐러리맨으로 살아가고 있다. 과거 다정다감하게 대했던 딸은 어느새 청소년이 되어 혼다와 거리를 두게 되었다. 아내와의 대화를 계기로 헬스장에서 운동하며, 곤마마와 친해지게 된다. 그 무렵, 딸이 유학을 선언하면서 그 관계는 더욱 거리감이 생긴다. 과연 혼다는 예전처럼 딸과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
보통의 부녀 관계라면 어색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경험을 돌이켜 보았을 때 나 역시도 아버지와의 관계가 살갑게 가까운 것도 아니었는데 혼다의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의 뒷모습이 자꾸 아른거렸다. 심지어, 타 지역으로 대학을 가겠다고 선언했을 때 아버지의 반대가 떠올라서 많은 공감이 되었다. 곤마마가 혼다에게 한 조언이 곧 제목과 연결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 깊게 남았다.
언급했던 혼다와 딸 관계가 거짓말처럼 급속도로 가까워진다면 의심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다른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현실감 있게 마무리가 되었다. 사실 내용들이 예상하기 쉬운 소설로 흘러가기는 하지만 판타지처럼 극적인 이야기는 아니어서 만족스러웠다. 적당히 공감되고, 적당히 마음에 와닿는 소설이었다. 가끔 힐링 소설이 끌릴 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여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