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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은 있는가요 - 정아은 추모소설집 ㅣ marmmo fiction
장강명 외 지음 / 마름모 / 2025년 12월
평점 :

정아은 작가를 추모하는 소설집을 내면 어떨까요. / p.7
예전에 어머니와 반주를 즐기다 문득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외조부모님의 기억이 사라진 것이 너무나 마음 아프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 무렵,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송은이 님과 김숙 님의 부모님에 대한 대화가 담긴 영상을 보았다. 세상을 떠나신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생각하면 눈물이 흐른다는 내용이었다. 왜 두 이야기가 겹쳐서 떠올랐을까. 아직은 어머니보다는 두 분의 이야기에 더 공감이 된다.
이 책은 김하율 작가님, 김현진작가님, 소향 작가님, 장강명 작가님, 정명섭 작가님, 조영주 작가님, 주원규 작가님, 차무진 작가님, 최유안 작가님께서 참여하신 정아은 작가님의 추모 소설집이다. 올해 출판사에서 발간된 <우리의 연애는 모두의 관심사>라는 작품을 읽었는데 정아은 작가님에 대한 내용이 잠깐 실린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신작 소식을 접하자마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그러다 출판사 서평이벤트에 당첨이 되었지만 개인 정보를 보내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출판사 SNS 계정으로 이 사실을 알렸는데 마침 어머니와의 서울 일정에 오르고 있던 중이어서 잠실 교보문고에서 바로 구매하게 된 책이다. 읽고 싶었던 작품집이었기 때문에 사비로 구매하는 게 개의치 않았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크리스마스에 아버지께서 계신 그곳 정자에 앉아 읽었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한 사람을 떠올리는데 다양한 주제가 드러난다는 게 가장 인상 깊게 남았다. 읽기 전에도 집필하신 작가님과 정아은 작가님의 추억이 다 다를 테니 당연히 모든 게 다르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작가의 말을 읽기 전까지는 다소 의외라고 느껴질 수 있는 주제도 있었다. 물론, 정아은 작가님의 작품을 지금까지 읽은 적이 없던 독자이기 때문에 들었던 생각이었다. 완독까지 두 시간 내외면 충분했다.
개인적으로 차무진 작가님의 <그 봄의 주문>이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소설의 화자 차무진은 동료 작가의 부고를 듣고 장례식장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눈길이 가는 두 아이를 만난다. 시선을 그 아이들에게서 거두지 못했는데 명찰을 보고 차무진은 놀람을 감추지 못한다. 장례식장을 나가는 그 아이들을 만나는 사람을 보고 다시 한번 놀란다. 그 아이들과 만난 사람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소설집에서 가장 첫 번째로 실린 작품이다. 다른 작품들도 흥미로웠지만 가장 피부로 와닿았던 소설이었다. 차무진 작가님 중 정아은 작가님께서 가장 애정하던 소설로부터 시작된 것인데 흥미로웠다. 심지어 그 작품집을 몇 년 전에 이미 읽었음에도 기억이 흐려져 낯설게 다가왔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로 추모할 수 있었을까. 어느 측면에서는 슬프기도 했는데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자마자 감탄하게 되었다.
추모의 방법은 다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일면식도 없는 한 독자가 이렇게 떠올릴 수 있다는 경험이 새롭게 다가왔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사회학 도서도 읽을 예정이다. 그렇게 무겁지 않은 작품들이었는데 이상하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니 먹먹함이 꽤 오래 남았다. 이 세상에서는 이미 엔딩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기억하는 자들이 있고, 추모가 이어지는 한 엔딩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