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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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써야 용서받을 수 있단 말인가. / p.71

규율을 무엇보다 중요시하게 여기는 사람으로서 지키지 않는 사람을 보면 이해가 안 될 뿐만 아니라 답답함을 느낀다. 사람들 사이에서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규칙들을 지키지 못해 피해를 주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꼭 도덕이나 윤리 수준에 국한된 것은 아니어서 죄를 짓는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 피해자가 용서하지 못하는 것만큼 나도 뭔가 큰 분노가 올라온다.

이 책은 아쿠마루 가쿠의 장편 소설이다. 띠지에 붙어 있는 문구가 조금 심기가 거슬려서 선택한 책이다. 사람을 죽인 사람이 어떻게 진정으로 웃을 날이 찾아온다는 말인가. 적어도 나의 가치관에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말이기는 하지만 진정한 속죄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껴졌다. 기대보다는 조금은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읽게 된 책이다.

주인공인 쇼타는 친구와의 술자리를 마신 이후 늦은 시간에 여자 친구에게 문자를 받는다. 만나서 할 이야기가 있으니 지금 보자는 내용이었다. 거기에 당장 오지 않으면 헤어진다는 협박 아닌 협박까지 있었다. 차가 끊긴 시간에 택시로도 이동이 가능했겠지만 쇼타는 안일함으로 비 오는 상황에서 차를 끌고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간다. 그러던 중 뭔가를 치었지만 사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그 자리를 벗어났고 다음 날 뉴스를 통해 자신이 사고를 낸 곳에서 80대 여성이 차에 치어 숨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설에서 쇼타는 음주 운전을 해 사람을 죽게 만들었지만 피해자에 대한 생각보다는 자신의 앞날을 먼저 걱정했다. 치고 도망간 순간에도, 이후 법정에서 섰을 때에도 어떻게든 빠져 나가기 위해 머리를 굴린다. 가해자 입장에서 피해자 가족의 아픔보다 자신의 가족들에게 해가 될 것을 먼저 고려했던 쇼타의 행동은 분노를 넘어 어이가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무래도 다른 독자들에 비해 더욱 감정적인 생각과 느낌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결국 쇼타는 죄값을 치루고 사회에 나와 어려운 시간들을 보낸다. 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취업이 어렵다거나, 친구로부터 무시를 당한다거나, 그 외 쇼타가 출소 이후 겪는 모든 일들은 솔직히 대한민국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흔하게 빨간 줄이 그어진다는 게 괜히 있는 말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그것처럼 쇼타 역시도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 그 사이에 집안은 말할 것도 없었다.

쇼타 스스로는 더이상 행복해질 권리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특히, 80대 피해자를 죽음에 내몰아 그에 대한 죄책감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 부분에서 내 가치관에 반한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과연 가해자는 평생 행복할 권리가 없을까. 죄값을 치룬다는 것이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허용된 것인가. 하는 그런 류의 문제들을 말이다. 이게 딱 답이 정해지지 않아서 더욱 깊이 생각했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죄값이라는 게 어디 있겠는가 싶다. 피해자의 남편이 쇼타에게 무언가를 할 계획을 세웠던 것처럼 말이다. 구체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피해자의 아들과 딸 역시도 큰 분노를 가졌을 것이다. 쇼타를 향한 용서 또한 없었을 것이다. 후반부에 딸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 살짝 드러난 부분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죽어도 갚을 수 없는 죄이기에 가해자는 행복을 바라면 안 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면서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계속 읽어내려간 것 같다. 소설 문체나 내용 자체는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기에 술술 읽혔지만 이런저런 생각들이 마음을 짓눌렀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속죄를 생각하면서 마음의 갈등과 시련, 고난을 경험한다. 각자 저마다의 생각으로 피해자에게 속죄를 한다. 가해자였던 쇼타와 그 주변인들에게까지 동정심이 약간은 들기도 했었다. 과연 나라면 쇼타와 반대되는 진실을 말하려고 했을까, 아니면 나의 가족들을 생각해 쇼타처럼 행동했을까. 이런 생각까지 닿기도 했다.

사실 조금 심심하면서도 소설이기에 가능한 결말이었다. 현실은 그것보다 훨씬 감정적이며, 분노로 가득했을 텐데 말이다. 소설적인 엔딩이었기에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그래도 결말을 떠나서 사법으로 처벌을 받은 가해자의 죄값, 그리고 속죄는 어떻게 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할 수 없는 이야기를 쉽게 풀어낸, 그리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소설이었다.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인다면 소설을 읽으면서 쇼타에게 동정심이 들기도 했었지만 여전히 가해자에게 속죄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 이벤트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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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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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당신은, 어쨌거나 변화를 무척 바라고 있지요. / p.97

책에서 마치 나의 고민을 알고 있다는 듯한 문장을 볼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며, 어떤 고민이든 통용될 수 있는 문구이며,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이기에 내 마음을 알 리가 없지만 말이다. 특히, 소설에서는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인물들이 등장할 때가 많아서 더욱 와닿는다.

아예 나를 위한 답을 주는 책을 만난다면 어떤 기분일까. 책을 딱 폈는데 그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나만의 고민이라면 말이다. 상상한 적은 없지만 뭔가 모르게 소름이 돋을 것 같다. 내 주변 사람들도 모르는 고민을 책이 안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울 듯하다. 더불어 그 책은 나의 인생 서적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요아브 블룸의 미스터리 판타지 장르의 소설이다. 주인공에 대한 답을 주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가장 크게 관심이 갔다. 거기에 미래를 알려 준다는 문구까지 보니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그만큼 판타지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소설에서나마 대리 경험을 해 보고 싶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벤은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러다 주변 사람의 소개로 기자의 글을 보태주는 보조로 근무하게 된다. 뭔가 망설이면서도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인 듯하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중심에 서는 것보다는 주변으로 밀려나가는 일이 많다. 자신을 안 좋게 말하는 동료들의 말을 듣고도 반응을 하지 않는다.

어느 날, 위스키 두 병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말을 거는 듯한 책 한 권을 만난다. 벤은 위스키 병에 붙은 종이를 보고 거기에 적힌 '바 없는 바'라는 곳을 찾아간다. 그곳에서는 일하고 있는 오스나트를 만나고, 술집의 사장님을 만나 위스키에 대한 비밀을 듣는다. '바 없는 곳'은 흔하디 흔한 일반 술집이 아니었고, 사람들에게 경험이 담긴 술을 파는 신비로운 곳이었던 것이다. 그 와중에 경험이 든 위스키를 노리는 사람들이 등장했고, 벤을 포함한 세 사람은 이러한 위기를 이겨내서 위스키를 지켜야 한다.

도입부를 읽는 것부터가 참 신선했다. 그동안 소설에서 보지 못했던 문체, 아니 책의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독자를 벤으로 만들어 이야기에 몰입시키는 듯했다. 나 역시도 '내가 소설의 주인공인 벤인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아마 이런 부분 때문에 쉽게 책 자체에 스며들 수 있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몰입을 할 수 있었던 게 초반의 흥미를 느끼게 만들 수 있는 수단이었다. 아마 몰입이 되지 않았다면 읽는 것이 조금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스토리 자체가 다이나믹하면서도 디테일하다. 어떻게 보면 정신이 없다고 느낄 정도였다. 벤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다른 인물의 이야기로 넘어가는 전개 때문에 정신을 잡고 집중하지 않으면 금방 흐름을 놓칠 수 있다. 머리에서 그려놓고 읽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외국 소설들이 대부분 다양한 인물이 등장해 읽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편이라고 하는데 이 소설은 등장 인물이 다른 소설들에 비해 적은 듯하면서도 체감상 많다고 느껴졌다.

사실 내용도 흥미로웠지만 책에서 주는 해답들과 이를 헤쳐나가는 벤의 변화들이 참 크게 와닿았다. 소심하면서도 어떠한 일에 주저하는, 실패에 너무 익숙한 벤은 책에서 말하는 해답들을 보면서 깨달음을 얻어 성장해간다. 더 나아가 위스키를 노리는 사람들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과감하고도 적극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이러한 부분들이 무엇보다 크게 인상 깊었다. 실패로 낙인을 찍은 생각의 무서움과 변화가 주는 큰 효과를 느꼈다.

개인적으로 벤처럼 어떤 일에 주저하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이것이 큰 약점이어서 스스로 기회를 날리거나 발목을 잡을 때가 있었는데 초반에 등장하는 벤의 모습들이 마치 나의 현실 모습과 오버랩이 되었다. 그랬기 때문에 소설에 나오는 문구들이 스스로에게 경각심을 주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자기계발서로 착각했을 정도였으며, 큰 영감을 주었다. 도전하는 것에 망설이지 않는 태도를 다시 마음에 새겼다. 특히, 98 페이지에 나오는 '일어나지도 모르는 일들을 포기하지 마세요.' 라는 문구는 좌우명으로 삼게 되었다.

책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고 조언해 준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판타지 소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이 소설 역시도 그랬다. 그러나 벤처럼 새로운 일에 두려움을 느껴 주저하고 있다면, 또는 만족스럽지 않은 현실에 패배감을 느끼고 있다면 이 책이 독자들의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마치 읽으면서 미래에 대한 안내를 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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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 생성 편 - 마법, 제국, 운명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티머시 힉슨 지음, 정아영 옮김 / 다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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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야 한다'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 p.5

독서할 때 최고의 장애물이 하나 있다. 리뷰에서 자주 언급하기도 하는 '상상력'에 대한 문제이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주제로 벌어지는 사건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세계관이 조금은 지구 저 멀리 던진 배경일 경우에는 아주 치명적이다. 문체와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머릿속에 그려지지를 않으니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재미를 느끼더라도 머리에 대충 공간적인 배경이 그려져야 될 텐데 '뭐지?' 싶을 정도로 백지 상태로 남으니 말이다.

SF 소설이나 판타지 소설을 그동안 안 읽다가 나름 흥미를 붙인 관계로 조금 그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고차원의 상상력을 요구하는 책과 매체는 아직까지 힘들다. 어렸을 때 주문을 외웠을 법한 마법 소재의 어린이 드라마부터 초등학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판타지 영화들도 아직까지 도전하지 못했다. 계속 이렇게 부딪히다 보면 상상력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가끔 씽크빅을 배우지 못한 것을 후회할 때도 있다.

이 책은 티머시 힉슨의 창작을 위한 도서이다.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이라는 제목부터가 흥미로웠다. 보자마자 나를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꿈 중 하나가 소설을 집필하는 것이기는 하는데 상상력이라는 장애물 때문에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다. 책을 읽고 바로 글을 써보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사실 조금 어려웠다. 내용보다는 책에 등장하는 영화나 책이 전부 초면이었다. 해리 포터, 아바타, 반지의 제왕 등 어렸을 때 친구들이 열광했던 영화였는데 그동안 보지 못한 이야기여서 설명하는 부분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몇 분 몇 초에 나오는 장면인지도 모르는 영화를 재생하면서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첫 장의 경우에는 본의 아니게 재독을 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매 챕터마다 나오는 한 페이지에서 두 페이지 정도의 요약이 진짜 신의 한 수로 느껴졌다. 장면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어떤 기법을 사용해 표현했는지조차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요약을 본 이후 챕터 처음으로 돌아가 읽으니 그게 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 이런 기법을 사용해 세계관을 표현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판타지나 SF 장르에 어려움을 겪는 독자라면 요약을 보고 다시 돌아가 읽는 것을 추천한다.

세계관이라는 게 소설 책에 많이 등장하지만 아무래도 SF와 판타지 장르에 더욱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도 판타지에 초점을 맞추어서 소개하고 있다. 가령, 마법이라는 소재를 소설에 녹이는 방법들을 말이다. 그 외에도 프롤로그의 역할과 이를 집필하는 방법, 주인공과 악역의 배치 방법으로 악당에게 가치관을 부여해 주는 이야기 등 꼭 판타지 장르가 아니어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 주기도 한다. 이러한 부분은 글로 적으면서도 많은 참고 사항이 될 수 있을 듯하다.

마법에 대한 설명과 제국에 대한 부분들이 가장 새로우면서도 인상 깊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마법은 다 똑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 안에서도 소프트 마법과 하드 마법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샌더슨의 법칙을 활용해 알려 주는데 모르는 분야여서 흥미로움을 느꼈다. 생각보다 디테일함에 더욱 놀랐던 것 같다.

제국에 대한 부분은 확실히 한 국가와 다름이 없어서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나라는 흥망성쇠를 겪게 되는데 이를 세계관에서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소설에서도 똑같이 독재와 혁명은 일어나고, 무언가로 인해 발전을 하고 있으며, 결국은 몰락을 하게 된다. 판타지라는 소재를 너무 현실과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읽으면서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이라고는 하지만 판타지와 SF 소설에 도전하고 싶지만 같은 이유로 또는 다른 이유로 도전하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는 책으로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독자를 위한 세계관 이해법"처럼 보이기도 했다. 다음 편으로 구동편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역시 큰 기대를 가지고 읽을 예정이다. 판타지 기본서와 같은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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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 구동 편 - 종족, 계급, 전투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티머시 힉슨 지음, 방진이 옮김 / 다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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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독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토론의 장처럼 느껴지길 바란다. / p.7

얼마 전에 생성 편을 읽으면서 판타지에 큰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그 생각이 곧 판타지와 거리를 두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는데 판타지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올해 안에 한두 권 정도는 도전하고 싶은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아직 무슨 책을 읽을지 즐거운 상상이기는 하지만 시작은 반이라고 했으니 조금 더 독서 취향을 넓혀가고 싶다.

이 책은 티머시 힉슨의 작가들을 위한 도서이다. 불과 얼마 전에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 생성 편'을 읽고 이어서 구동 편을 읽었다. 생성 편이 새로운 내용 투성이여서 흥미로웠다. 판타지의 세계와 호기심을 주었는데 이제 생성 편에 등장한 영화나 소설의 기본적인 줄거리를 미리 인터넷으로 읽은 상황이었기에 이해가 잘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기대처럼 생각보다 수월했다. 생성 편에 등장하는 판타지 영화의 경우에는 오히려 반갑다고 느낄 정도로 익숙했다.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은 여전히 보지 못했지만 전에 터득했던 요약 읽은 후 본 내용 읽기로 더욱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고, 그 부분은 여전히 큰 도움을 받았다. 새로 등장한 소설과 영화들도 머릿속에 이야기가 그려질 정도로 장족의 발전을 느끼면서 하나하나 읽어 내려갔다.

개인적으로 처음에 수월하게 읽혔던 이유가 서두에 적었던 것처럼 적응의 효과도 있겠지만 전편보다 개인적이면서도 미시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후반부터는 전편과 똑같이 거시적인 세계관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중반까지는 캐릭터의 서사에 집중한 내용이었다. 예를 들면 주인공의 위기와 성장, 주인공에게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스승,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이야기를 말이다.

예시로 등장하는 소설들도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와 최근에 읽었던 레인보 로웰의 엘레노어&파크(한국어로 나온 책의 이름은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어') 등 익숙한 내용의 소설이어서 조금 더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 마법에 집중했던 전편과 달리 주인공 자체에 집중했기에 꼭 판타지와 SF 소설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소설들에도 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더 큰 도움이 되었다.

플래시백에서 사용에 유의해야 하는 서술어나 인물과 독자 간의 거리감을 줄 수 있는 필터 단어 사용에 관한 부분은 흥미로웠다. 읽으면서 크게 느끼지 못했던 부분을 저자가 구체적인 소설의 예를 들어 비교해 주니 확실히 차이점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 외에도 전편에 등장했던 소프트 마법 체계를 활용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을 예시로 들어 독자들에게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 주었다는 부분도 재미있게 읽었다.

3 부를 넘어가면서부터는 내용이 조금 깊게 들어갔다. 오히려 중반 이후부터는 생성 편보다는 더욱 무겁다고 느껴졌는데 종교나 서양의 역사가 등장해 역사 서적을 읽고 있다는 착각까지 들었다. 사실 그렇게 서양사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아서 조금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특히, 계급에 따라 장소의 이름이 정해진다는 게 나름 흥미로웠다. 예를 들면, @체스터도 라틴어에서 유래가 되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박지성 선수의 영향으로 맨체스터라는 지명이 익숙한 편인데 그에 대한 유래도 커다란 맥락에서는 이해할 수 있었다.

생성 편을 끝내면서 "독자를 위한 세계관 이해법"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싶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했었다. 이어서 읽은 구동 편은 그야말로 이름 그대로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에 가깝다. 이해를 하고 구동편을 읽는다면 무엇보다 촘촘하고도 섬세한 소설 세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들었다. 아직까지는 큰 용기가 나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이 책의 도움을 받아 해리 포터의 세계 못지 않는 나의 세계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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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페이지, 지적 교양을 위한 철학 수업 - 인간의 본질에 대한 통찰이 담긴 입문서
조이현 지음 / RISE(떠오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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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성숙한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인격의 극치다. / p.68

철학에서 답을 찾는다. 그래서 항상 철학 도서를 조금이나마 읽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있다. 지적으로 뭔가 정보를 얻는 것을 떠나서 가끔은 힘들 때 이정표가 되거나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측면에서 큰 매력을 느낀다. 사실 그렇다고 해서 철학에 대해 깊이 사유하지는 않지만 앞으로도 늘 옆에 두고 천천히 공부하고 싶다.

이 책은 조이현 작가님의 철학에 대한 서적이다. 하루에 한 페이지씩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감이 없었다. 대부분 철학 도서들이 어렵게 느껴지다 보니 한 페이지 정도면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전 속에 담긴 인문학이라는 말이 조금은 걱정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철학 도서 자체에 큰 흥미를 느끼고 있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또 하나의 철학을 읽게 되었다.

예상한 것처럼 크게 부담감이 없는 내용들이었다. 심지어 철학자의 이름들도 나오지 않아서 더욱 쉽게 읽혔다. 그러면서도 삶을 살아가면서 꼭 필요하거나 새기면 좋을 이야기들이었다. 이미 알고 있던 내용들이지만 마음을 잡지 못하는 경우에도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시 잡을 수 있었다. 물론, 이를 행동과 생각으로 옮기기에는 큰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총 백 가지의 명언들이 실려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두 개의 명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37 번의 <손과 발 때문에 생기는 근심보다 혀와 입 때문에 생기는 근심거리가 더 많다>는 말의 무거움을 느끼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혀는 입안에 든 흉기이기 때문에 말로 사람을 죽일 수도, 스스로를 죽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말만 꺼내어 더럽히지 말자는 내용이 무엇보다 크게 와닿았다. 

59 번의 <계획을 세우는 것은 생각이지만 그것을 성취하는 것은 근면이다>는 근면한 삶을 살자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최초의 발명에는 근면한 자의 손이, 최초의 발견에는 근면한 자의 발이 있다는 말이 가장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계획을 세우지만 그것이 몸으로 움직이는 것이 어려운 나에게는 이 말이 뼈를 때린 것처럼 아프게 느껴졌다. 근면하게 움직이면 무엇이든 할 테니 조금은 부지런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와닿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47 번부터 50 번까지의 부모와 자녀, 남편과 아내에 관한 내용이었다. 아무래도 미혼이어서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무조건 부모가 자녀를 뒷바라지해야 한다는 관념 자체가 안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시대가 변해 가치관이 다른 부분인 것 같다. 

사회나 가치관이 변했다고 해도 명언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서 어려운 일을 경험하고 이를 이겨내면서 성장해가고, 성장하면서 지혜를 터득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쉬운 철학을 통해 삶을 되돌아보고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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