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 생성 편 - 마법, 제국, 운명 ㅣ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
티머시 힉슨 지음, 정아영 옮김 / 다른 / 2022년 6월
평점 :

나는 '해야 한다'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 p.5
독서할 때 최고의 장애물이 하나 있다. 리뷰에서 자주 언급하기도 하는 '상상력'에 대한 문제이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주제로 벌어지는 사건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세계관이 조금은 지구 저 멀리 던진 배경일 경우에는 아주 치명적이다. 문체와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머릿속에 그려지지를 않으니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재미를 느끼더라도 머리에 대충 공간적인 배경이 그려져야 될 텐데 '뭐지?' 싶을 정도로 백지 상태로 남으니 말이다.
SF 소설이나 판타지 소설을 그동안 안 읽다가 나름 흥미를 붙인 관계로 조금 그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고차원의 상상력을 요구하는 책과 매체는 아직까지 힘들다. 어렸을 때 주문을 외웠을 법한 마법 소재의 어린이 드라마부터 초등학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판타지 영화들도 아직까지 도전하지 못했다. 계속 이렇게 부딪히다 보면 상상력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가끔 씽크빅을 배우지 못한 것을 후회할 때도 있다.
이 책은 티머시 힉슨의 창작을 위한 도서이다.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이라는 제목부터가 흥미로웠다. 보자마자 나를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꿈 중 하나가 소설을 집필하는 것이기는 하는데 상상력이라는 장애물 때문에 시도조차 해보지 못했다. 책을 읽고 바로 글을 써보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사실 조금 어려웠다. 내용보다는 책에 등장하는 영화나 책이 전부 초면이었다. 해리 포터, 아바타, 반지의 제왕 등 어렸을 때 친구들이 열광했던 영화였는데 그동안 보지 못한 이야기여서 설명하는 부분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몇 분 몇 초에 나오는 장면인지도 모르는 영화를 재생하면서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첫 장의 경우에는 본의 아니게 재독을 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매 챕터마다 나오는 한 페이지에서 두 페이지 정도의 요약이 진짜 신의 한 수로 느껴졌다. 장면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어떤 기법을 사용해 표현했는지조차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요약을 본 이후 챕터 처음으로 돌아가 읽으니 그게 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 이런 기법을 사용해 세계관을 표현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판타지나 SF 장르에 어려움을 겪는 독자라면 요약을 보고 다시 돌아가 읽는 것을 추천한다.
세계관이라는 게 소설 책에 많이 등장하지만 아무래도 SF와 판타지 장르에 더욱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도 판타지에 초점을 맞추어서 소개하고 있다. 가령, 마법이라는 소재를 소설에 녹이는 방법들을 말이다. 그 외에도 프롤로그의 역할과 이를 집필하는 방법, 주인공과 악역의 배치 방법으로 악당에게 가치관을 부여해 주는 이야기 등 꼭 판타지 장르가 아니어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 주기도 한다. 이러한 부분은 글로 적으면서도 많은 참고 사항이 될 수 있을 듯하다.
마법에 대한 설명과 제국에 대한 부분들이 가장 새로우면서도 인상 깊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마법은 다 똑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 안에서도 소프트 마법과 하드 마법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샌더슨의 법칙을 활용해 알려 주는데 모르는 분야여서 흥미로움을 느꼈다. 생각보다 디테일함에 더욱 놀랐던 것 같다.
제국에 대한 부분은 확실히 한 국가와 다름이 없어서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나라는 흥망성쇠를 겪게 되는데 이를 세계관에서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소설에서도 똑같이 독재와 혁명은 일어나고, 무언가로 인해 발전을 하고 있으며, 결국은 몰락을 하게 된다. 판타지라는 소재를 너무 현실과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읽으면서 작가를 위한 세계관 구축법이라고는 하지만 판타지와 SF 소설에 도전하고 싶지만 같은 이유로 또는 다른 이유로 도전하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는 책으로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독자를 위한 세계관 이해법"처럼 보이기도 했다. 다음 편으로 구동편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역시 큰 기대를 가지고 읽을 예정이다. 판타지 기본서와 같은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