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엣과 줄리엣 - 희곡집 에세이
한송희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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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네 것을 써. / p.196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연극 관람은 고등학교 3 학년 때이다. 수능이 끝난 이후 단체 관람으로 어느 극장에서 보았던 연극이었다. 제목과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나름 친구들과 웃으면서 보았던 기억은 아직까지도 꽤 선명하게 남아 있다. 아무래도 지방에 살고 있다 보니 연극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하지만 그게 막상 쉽지는 않다. 

이 책은 한송희 작가님의 희곡집 에세이이다. 그동안 드라마 대본집은 접했는데 희곡집은 처음 접했다. 거기다 희곡집과 에세이의 조합은 또 색다르다고 느껴졌다. 지금까지 드라마 DVD나 블루레이 특전으로 대본집을 봤는데 나름 재미있었다. 희곡집도 대사가 있고, 괄호를 통해 상황을 설명해 준다는 측면에서 비슷한 느낌을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기회에 연극과 친해지자는 생각으로 읽게 되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제목이었다. 고전으로 너무 익숙한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니었다. 이렇게 책까지 나올 정도이니 제목에서 실수를 했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궁금했다. 생소한 장르이지만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제목이었는데 후면에 실린 내용도 뭔가 수긍이 갔었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너무나 헤테로 시각에서 쓰여진 문학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희곡에는 몬테규 가문의 줄리엣과 캐플렛 가문의 줄리엣이라는 두명의 줄리엣이 등장한다. 익숙한 이름의 로미오는 줄리엣의 남동생이다. 시간적 배경이 되는 베로나 시대에서는 동성 연애는 물론이고 결혼까지도 금지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같은 동성을 짝사랑하는 줄리엣 몬테규는 어느 백작의 고백을 받았던 줄리엣 캐플렛에게 첫눈에 반한다. 줄리엣 캐플렛은 그동안 삶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다 백작의 결혼을 앞두고 있었는데 잔치에서 줄리엣 몬테규에게 시선을 빼앗긴다. 가족과 시대의 반대에도 사랑을 나누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대사를 읽으면서 처음에는 색다른 설정이어서 흥미로웠다. 사실 알고 있는 줄리엣은 하나인데 또 다른 줄리엣을 만들어 낼 거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던 터라 이를 어떻게 구현할까 궁금했었다. 그동안 소설이나 영화로 접했던 퀴어 소재의 이야기를 희곡집으로 보고 있으니 느낌이 새로웠다. 또 다른 재미가 있어서 읽는 내내 몰입해서 보았던 것 같다. 줄리엣 두 사람의 감정을 나름의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읽었다.

초반에는 줄리엣들의 이야기가 번갯불에 콩을 구워서 먹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이라는 게 첫눈에 반할 수는 있겠지만 현실의 조건을 따지지 않고 무작정 사랑하는 게 조금은 철이 없다고 보여졌다. 만나자마자 사랑한다고 하더니 같이 살 집을 구해 결혼하겠다는 게 몇 페이지에서 바로 점프를 하다 보니 갑작스러웠다. 물론, 희곡으로 본다면 꽤 시간이 걸릴 것이고, 시간의 제약이 있기에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가 되었겠지만 말이다. 사랑의 감정보다는 현실적인 조건을 먼저 따지는 성향의 사람이기에 더욱 두 사람의 사랑이 그렇게 보였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스님의 등장이었다. 서양의 무대를 배경으로 갑자기 나타난 스님의 모습에 뭔가 모르게 이질감이 느껴졌다. 그런데 희곡의 내용에서 스님은 큰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었고, 캐플렛 가문에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남기기도 하는데 큰 공감이 되었다. 예전에 불교에서 동성애를 해석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역시나 로맨틱하다고 느껴졌다. 에세이로 스님 역할의 비하인드를 볼 수 있어서 이 점도 재미있었다.

저자는 배우이자 극작가로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이 느껴졌다. 예를 들면 과거 연극 후기를 읽으면서 차별적인 요소에 대해 수용해 다음 집필 때 수정을 한다거나 글을 쓰기 위해 공부를 하는 모습이 그렇다. 특히, 연극에서의 대사가 무성애자들에게는 조금 상처가 될 수 있다는 후기에 깊은 공감을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나 역시도 이성애 문학에서 동성애자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내용들만 생각했었던 터라 머리로 맞은 듯했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은 종류의 정체성이 존재했을 텐데 말이다.

책을 덮고 나니 줄리엣과 줄리엣이라는 연극이 궁금해졌다. 지금은 막을 내린 공연이기에 이를 눈으로 볼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후기를 검색하기도 했었다. 이 책 하나로 희곡집 에세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저자의 열정뿐만 아니라 배우로서의 삶, 극작가로서의 삶, 대한민국 사람으로서의 삶 등 다양한 모습들이 존재하고 있어 묘하게 여운이 남았던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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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데스의 유산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4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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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다, 세상의 시선보다 당신의 사람이 소중한 분은 연락 주십시오. / p.62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 생을 마감하신 분들의 보도를 보면서 주변 사람들이 걱정되었다. 저마다의 힘든 개인사가 있기에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거나 폄하하기보다는 남은 가족들과 사랑하는 이들의 고통이 먼저 눈에 보였다. 당사자는 죽음을 생각할 정도의 힘든 일이었을 것이며, 결정을 내리기까지 수도 없이 망설였을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각자의 개인사 역시도 부정할 생각 또한 없다.

그러다 이러한 생각이 어느 순간부터 개인의 권리로서 느껴질 때가 있었다. 우연히 본 안락사 기사가 계기가 되었다. 더 자세하게 말하면 스위스 조력 자살에 대한 기사였는데 큰 충격을 주었다. 보통 안락사는 대한민국에서 강아지를 비롯한 애완 동물에게 많이 사용되고, 해외에서는 아픈 사람들을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알고 있었다. 댓글에서도 스위스에 가서 이러한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내용이 달라기도 했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꽤 강하게 남아 있다. 그때부터 살 권리처럼 죽을 권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나카야마 시치리의 장편 소설이다. 개인적인 것에 속하는 가족과 공적인 것에 속하는 법 중 하나를 양자택일하는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추리 소설이라는 생각으로 개인과 법의 싸움이라는 생각에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몇 개월 전에 해당 출판사의 추리 단편 소설을 읽었는데 그때 머리를 탁 치고 지나가는 결말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좋은 느낌을 받았기에 이번 소설 역시도 관심이 갔다.

소설은 한 아이의 신고로부터 시작된다. 이틀 연속 경찰서로 아빠를 죽인 의사가 있다는 말이었는데 형사들은 그저 어린이의 장난인 줄 알았다. 그러나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전화를 걸었다는 것에 어쩔 수 없이 조사를 시작했는데 그곳에서 독특한 사건임을 인식한다. 고인을 찾았던 의사는 하나가 아닌 둘이었다는 점과 아이가 말하는 범인은 첫 번째로 아빠를 만난 의사라는 것이었다. 경찰들은 닥터 데스의 존재를 뒤쫓으며, 비슷한 류의 사건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읽으면서 두 명의 인물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는 형사인 이누카야라는 인물이다. 소설 내용 중에서도 존엄사나 조력 자살, 안락사 등을 극도로 경멸하는 듯한 뉘앙스를 주는 말들이 등장하는데 가장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다. 단순하게 안락사가 불법이어서 직업 정신으로 이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사람을 죽이는 살인자로서 정의를 실현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던 이누카야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가족 구성원을 통해 이러한 신념이 조금 흔들리는데 그 부분이 가장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누카야의 가치관에 공감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 역시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기도 했다.

두 번째는 닥터 데스라는 인물이다. 본인과 가족의 동의 하에 조력 자살을 해 주는데 스토리에 집중해 읽다가 갑자기 툭 던지는 물음에 정신을 차리게 했다. 특히, 소설에서 닥터 데스는 '죽을 권리'를 언급하면서 자신은 사람을 죽이는 살인자가 아니라고 표현한다. 초반에는 이누카야의 가치관에 더욱 마음이 와닿았는데 닥터 데스의 질문에는 섣불리 반박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살 권리처럼 죽을 권리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일까. 그동안 의사는 살리는 직업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기에 닥터 데스의 존재는 당황스러웠고, 그의 물음은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고통을 끝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애완 동물의 안락사 역시도 그와 비슷한 이유로 진행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를 사람으로 주제를 바꾼다면 인식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물음표가 드는 것은 사실이다. 섣불리 안락사를 행하라는 말을 꺼내기 어려울 것이다. 당사자가 되었든, 가족의 일부가 되었든 간에 말이다. 그랬기에 소설에 등장한 조력 자살을 요청하는 가족과 당사자가 조금 다르게 보이기도 했었다.

인간의 존엄사를 생각하던 중 맞이한 결말은 그것 또한 나름의 충격이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어서 뭔가 소름이 돋기도 했다. 아마 추리 소설을 많이 읽은 독자라면 어느 정도 인지를 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까지 닿지 않았던 나에게는 재미 요소로 느껴졌다. 거기다 닥터 데스의 존재뿐만 아니라 가치관과 생각을 뒤집을 수 있는 이야기까지 등장했기에 그 또한 이해할 수 있었다. 마냥 악인으로 낙인을 찍지 않아서 그 지점도 만족스러웠다.

단순한 재미를 위한 추리 소설이었다면 가볍게 흘렸겠지만 그 이상의 여운을 주었다. 어떻게 보면 현대 이슈 중 하나인 존엄사라는 소재를 가지고 풀어냈기에 머리와 마음에도 남아서 좋았다. 아마 한동안 추리 소설 중에서는 개인적인 순위 상위권에 속하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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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나 아티스트
알카 조시 지음, 정연희 옮김 / 청미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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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이상이 높으면 대가가 따랐다. / p.101

부모님 세대의 시절에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통용되었을지 몰라도 요즈음 시대에는 안 맞다는 생각이 든다. 유행어로 자리 잡은 흙수저와 금수저를 보아도 그렇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집안의 경제적 능력도 하나의 스펙이라는 말까지 우스갯소리로 할 때가 많은데 들으면 뭔가 모를 씁쓸함이 머리를 맴돈다.

이 책은 알카 조시의 장편 소설이다. 한 여성이 시대의 편견을 깨고 나아가는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 현대 배경이라고 해도 눈길이 갔을 텐데 1950 년대의 인도라고 하니 더욱 관심이 갔다. 특히, 인도가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나라로 알고 있다. 거기에 지금은 폐지되었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카스트 제도의 흔적이 남아 있기에 계급과 성별을 이겨낸 성공의 이야기가 궁금해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락슈미는 어린 나이에 결혼했지만 지속적인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고향을 탈출해 자이푸르라는 도시에 정착한다. 그곳의 높은 계급의 부인들을 상대하면서 헤나를 그려 주는데 락슈미가 그린 이후에 생명이 잉태하게 되면서 소문이 터져 헤나 아티스트로서 부를 얻는다. 거기에 중매를 비롯해 다양한 일을 하면서 고급 인맥들과 지속적으로 교류를 하면서 명성 또한 떨친다. 집을 구매해 완전히 정착하겠다는 생각으로 부지런히 금전을 모으던 중 자신이 고향을 떠난 이후 태어난 여동생이 찾아오는 등 계획과 다른 사건들이 펼쳐진다.

궁금해서 선택한 책이지만 설렘과 함께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책의 페이지 수가 조금 두꺼운 편인데 거기다 잘 모르는 인도 역사를 다루고 있기에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스스로의 의심이 생겼다. 헤나, 인도, 역사 등 어느 하나 제대로 알고 있는 분야가 아니어서 자신이 없었다. 줄거리 하나만 믿고 보게 되었지만 중간에 덮으면 어떻게 할지에 대한 생각으로 읽게 되었던 책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것은 쓸데없는 걱정에 불과했다. 이유는 차차 설명하겠지만 우선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세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락슈미의 가치관이었다. 소설에서 락슈미는 집을 지어 살아가겠다는 욕구가 강했다. 빚을 내서 하나씩 집을 짓는 모습들이 등장하는데 이게 락슈미가 생각하는 성공의 상징이자 목표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부모님 세대의 내 집 장만이라는 목표가 고스란히 반영되는 듯했다. 돈을 버는 것도 결국에는 집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함이고, 헤나 아티스트로 많은 고위 계급의 가족들과 사교 활동을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누구보다 자신을 억압하는 환경에서 벗어나 부인들처럼 살고 싶어하는 의지가 보였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올려다 볼 수 있는 위치이기에 처음에는 락슈미의 감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동생인 라다의 등장이었다. 락슈미의 나아가는 길을 응원하다 잠시 생각이 바뀐 계기가 있다. 그게 바로 라다를 억압하는 모습이었다. 이 또한 자녀의 성공을 바라는 부모님을 보는 듯했다. 고위 인맥으로 라다를 좋은 학교로 보낸다거나 지속적으로 외국어를 가르치는 등 자신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보는 입장에서는 뭔가 모르게 간섭이라고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라다의 인생을 스스로 책임져야 할 텐데 무조건적으로 옳지 않다면서 의견을 무시할 때면 마치 라다가 된 것처럼 묘한 감정이 들었다. 물론, 락슈미의 의견이 맞을 때도 있어서 감정적으로 고집을 부리는 라다의 행동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세 번째는 고위 계급 사람들의 행동이었다. 충분히 헤나 아티스트를 비롯해 다양한 일을 너무나 잘하고 있는 락슈미이지만 이를 악의 구덩텅이로 이끄는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이 바로 고위 계급의 사람들이었다. 락슈미에게 무시하는 말과 행동은 별것도 아닌 일로 치부될 정도로 일상이었으며, 심지어 그들로 인해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사건도 벌어진다. 특히, 자신들의 권력과 소문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태도는 읽는 내내 화를 돋구기도 했다. 약간 사적인 감정을 표현하자면 싱 가문은 소설에서 유일하게 모난 마음을 들게 했던 인물들이었다. 그밖에도 폭력을 저질렀던 남편 하리의 태도를 보면서 인간은 다면적인 존재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고, 락슈미를 지지하는 인물들을 보면서 인류애가 차올랐다. 사실 읽으면서 공간적인 배경은 인도이지만 비슷한 동양권 나라인 대한민국의 모습과 겹쳐질 정도로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불쑥 튀어 나오기도 했다.

초반에 했던 걱정이 별것이 아니게 느껴질 정도로 생각과 교훈을 주었던 소설이었다. 하루도 되지 않아 완독할 정도로 몰입력이 뛰어난 스토리이기도 했고, 내용을 이해하는 것도 문제가 없었다. 특히,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인도 문화에 낯선 독자들을 위해 인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뿐만 아니라 헤나, 인도 카스트 제도 등 다양한 자료를 많은 페이지로 할애해 수록했기에 인도라는 나라 자체만 알아도 소설 이해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아마도 몰입해 읽을 수 있는 조건이 되지 않았나 싶다.

시대 억압을 이겨내는 한 여성의 성공기로도 읽힐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삶의 중요성을 찾아가는 성장기로 보였다. 돈과 명예, 권력을 비롯한 사람들 시선과 비위에 맞춰 살아가던 락슈미가 가족을 만나고 사건을 경험하면서 진정으로 살아감에 있어 필요한 것을 알아냈다는 점이 유독 깊게 느껴졌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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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나 365일, 챌린지 인생 문장 - 1년은 사람이 바뀔 수 있는 충분한 시간
조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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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귀갓길 버스를 차분하게 기다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 p.17

사실 인생 문장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 의미를 담고 있어서 좋아하지 않았다. 이는 대학교 때까지도 이어진 생각이어서 좌우명을 크게 생각하지 않을 정도였는데 졸업 후 취업 전선에 뛰어들면서부터 인생 문장을 고를 기회가 생겼다. 특히, 자기소개서의 한 줄이 중요하다고 해서 인터넷을 내내 검색하면서 최대한 어울리는 문장을 찾으려고 그렇게 애를 썼던 기억이 있다. 

이는 어떻게 보면 생계형 인생 문장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음에 와닿는 것보다는 멋있는 것으로 골랐는데 그때는 눈으로 보았던 문장이 지금은 마음에 깊이 남아서 세상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그 문장은 중국 명언 중 하나로 "不怕慢, 只怕站.(불파만 지파참)"이다.

이 책은 조희 작가님의 인생 문장에 관한 책이다. 이미 좌우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만 좋은 글을 보면 그만큼 사람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서 많은 글을 보고 싶어 선택하게 된 책이다. 무엇보다 표지에 있는 일년은 사람이 바뀔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라는 문구가 가장 와닿아서 읽게 되었다.

총 365 가지의 인생 문장이 있다. 한 면에 문구와 관련 내용이 적혀 있는데 부담 없이 하루에 하나씩 딱 읽기 좋았다. 좌측에는 세 개의 체크 박스가 있는데 읽고, 결심하고, 인생 문장으로 삼기에 대한 표시를 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선인들의 이야기도 있으며, 아예 초면인 다양한 사람들의 한 문장이 하나하나 와닿았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문장이 가장 마음에 남았다. 첫 번째 문장은 214 일의 문장으로 "글쓰기에는 우연이 없고, 세상일에 우연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라는 사이토 다카시의 한 문장이다. 사실 작가을 비롯해 글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재능이 크다는 생각을 했었다. 특히, 삼십 분에 작사를 완성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와 반대로 많은 책을 쓴 작가의 말이어서 마음에 와닿았다. 조급함을 버리고 순서에 따라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두 번째 문장은 "책을 읽는 데에는 소통할 시간이 필요하고,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눌 여유가 필요하다."라는 채석용 님의 한 문장이다. 그동안 혼자 책을 읽는 것에만 몰두하다 올해 여름부터 독서 모임을 하면서 시선이 넓게 퍼지는 느낌을 받았다. 독서로부터 편견이 깨지는 느낌도 좋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깨졌던 생각이 더욱 쾌감을 주었는데 이를 딱 표현한 문장이어서 인상 깊었다. 

리뷰를 위해 읽게 된 책이지만 하루하루 필사를 하거나 매일 한 장씩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으면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 습관을 기르거나 루틴으로 삼을 수 있는 구성이었다. 일년은 사람을 바꾸기에 충분한 시간인 만큼 도전하면 개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었던 든든한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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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낼 수 없는데 힘을 내라니 - 잘 살려고 애쓸수록 우울해지는 세상에서 사는 법
고태희 지음 / 현대지성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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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담사 앞에서 울고 또 울었다. / p.95

주변 사람들에게는 터놓지 못한 이야기 중 하나가 나의 감정과 기분이다. 아무래도 개인적인 영역이기에 섣불기 희노애락을 말하기 조금 껄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나의 경우를 돌이켜 보았을 때 상대방이 우울하거나 슬프다고 했을 때에 어떻게 반응을 해 주어야 할지 난감하기에 섣불리 말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생각보다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듣는 편이기도 하다.

이 책은 고태희 작가님의 에세이이다. 힘들 때마다 힘을 내라는 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기에 제목부터가 공감이었다. 요즈음 들어서 하게 되는 생각들 중 하나가 더 잘하고 싶어서 노력할수록 우울의 늪으로 빠진다거나 자책을 많이 하게 되는 일이었다. 감정의 폭이 그렇게 넓거나 깊은 편이 아닌데 이런저런 어수선한 생각으로 가라앉을 때가 많다 보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읽게 되었다.

총 다섯 편의 큰 주제로 이루어져 있는데 어떠한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를 계기로 우울증이 찾아온 이야기, 병원에 찾아간 일, 우울의 원인, 우을증과 마주하게 된 것, 우울의 세계에서 스스로를 달래는 방법이라고 읽혀 졌는데 저자는 스타트업 회사를 다니던 중 회사 직원의 언행으로 마음의 병을 얻어 퇴사했다고 한다. 정신과에서 2형 양극성 정동 장애 판정을 받게 되었는데 과거 어렸을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이야기와 우울을 비롯한 관련 증상에 대해 적은 글이다. 저자가 걸어온 길, 그리고 그동안 받았던 부정적인 감정과 행동까지도 오롯이 와닿아서 읽는 내내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나 역시도 겪었던 감정이기에 어렴풋이 공감할 수 있었다.

읽으면서 두 가지 내용이 인상 깊었으며, 한 가지의 생각이 들었다. 인상 깊었던 점 첫 번째는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으로부터 받았던 트라우마 에피소드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들의 추천으로 반장 선거에 나갔지만 낙선이 되었다. 바로 이어진 부반장 선거에도 추천을 받았으나 거절했는데 이후부터 선생님께서 저자를 미워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친구들이 가장 꺼려하는 자리에 저자를 앉히거나 체벌을 할 때에도 원인 제공자를 저자에게 돌려 친구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러한 점이 어린 저자에게는 큰 상처이자 트라우마가 되었을 것이다. 교육자로서의 행동 자체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유를 보고 나니 더욱 답답한 느낌이었다. 어릴 때 상처는 평생을 안고 간다고 하는데 이 책을 본 선생님들이 계시다면 조금은 깊게 생각해 주셨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인상적인 점은 블리스에 관한 내용이었다. 저자는 고등학교 때 아버지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외할머니 댁에서 등하교를 했다고 한다. 외할머니 댁에서 맡을 수 있는 향이 큰 안정을 주었다는 내용인데 회복 탄력성과 함께 블리스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책에서는 정여울 작가님의 말을 인용했는데 읽으면서 나의 블리스는 무엇일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았다. 사실 나의 마음을 다스리거나 불안을 경감시켜 줄 공간이 없었던 것 같다. 블리스를 만드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의 생각은 깊은 공감이었다. 저자의 가정 환경과 똑같지는 않겠지만 나름 비슷하게 지내왔던 것 같다고 느껴졌다. 가족의 첫째로서 부담감이나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던 부분이나 어린 나이에 어른스럽게 행동해야 되는 부분이 그랬다. 또한, 아버지와의 불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나 역시도 청소년기를 넘어서부터 아버지와 종종 트러블이 있었다. 아버지와의 거리를 멀리하고자 고군분투했었던, 그로부터 상처를 받았던 저자의 이야기가 너무 크게 와닿았다. 성인이 된 지금은 아버지와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현재 따로 나와 살고 있기에 크게 부딪힐 일이 없지만 말이다. 

우울증에 대해 다룬 책이지만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우울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측면에서 책 자체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적나라한 기록이기 때문에 조금 답답함을 느낄 수 있겠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현대 사람들이라면 피부로 와닿을 법한 내용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요즈음 시대에서 우울증은 감기처럼 흔한 질병일 테니까 말이다. 

기껏 이 책 한 권으로 저자의 인생을 보았지만, 온전히 저자를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우울증이라는 긴 터널을 보내고 있는 저자에게 응원을 보낸다. 또한, 한편으로 저자의 적나라한 고군분투기가 큰 도움이 되었다. 그것 또한 큰 용기일 테니 감사하다는 말도 함께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기를 내어 이렇게 날것의 이야기를 들려준 덕분에 우울증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으며, 뜻깊은 독서 시간이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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