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태스크포스 -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최우수상 수상작
황수빈 지음 / 북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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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 집에 가고 싶다. / p.26

진정 회사가 좋아서 출퇴근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매체에 성공하는 인물들이 전부일까. 이제 직장생활을 하게 된 지도 거의 십 년이 다 되어가니 별생각이 다 든다. 지금 다니는 곳은 세 번째 직장인데 몸은 편하더라도 가끔 정신적으로 분노가 조절이 안 될 때가 많다. 과거에서부터 보면 회사가 좋거나 특별한 야망이 있다기보다는 그냥 돈 때문에 다녔다. 지금 역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빌런들을 매일 보고 있으면 답답하기 짝이 없다.

이 책은 황수빈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그렇게 직장이라면 치를 떨면서도 이상하게 배경이 직장인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다.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시리즈가 그렇고, 장류진 작가님의 <달까지 가자>, <일의 기쁨과 슬픔> 등의 작품들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자연스럽게 오피스 물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좀비를 별로 안 좋아하지만 그 호기심을 이길 정도로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김 대리이다. 위에서는 박 부장이 김 대리에게 업무를 많이 주는 것도 모자라 꼰대짓을 하고 있고, 아래에서는 MZ 후임 최 사원이 모르는 척 자신의 업무를 넘기는 것도 모자라 탕비실의 음식을 먹기만 한다. 결국 김 대리만 고생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매일 힘들어하는 김 대리에게 시련이 찾아온다. 대한민국의 좀비 바이러스 창궐로 박 부장과 최 사원을 제외한 이들이 좀비가 된 것이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초반에 박 부장과 최 사원이 하는 행동들이 너무 현실감 있게 다가와서 순간 몰입이 되었다. 아마 직장 소재의 오피스물을 좋아하거나 좀비물을 선호하는 독자들에게 가벼우면서도 흥미롭게 읽힐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크게 내용이 어렵거나 지식을 요구하는 부분은 없었다. 25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작품이었는데 한 시간 반에 완독했다.

개인적으로 현실적인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김 대리에게 벌어지는 일들은 보통의 회사 업무와 상황들이다. 어떤 회사든 꼰대로 불리는 상사가 있고, MZ 세대의 당찬 후임이 있다. 가운데 껴서 고통을 받는 대리 직급이라는 점에서 더욱 공감이 되었다. 오죽하면 '대리 고통받는 직급'이어서 대리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은가. 좀비가 창궐한 세상이라는 판타지 세계관은 그나마 현실을 잊을 수 있었다. 소설스러운 현실이었다.

사실 서바이벌 TF팀은 그야말로 망한 팀이었다. 그래서 여러모로 통쾌하지만 그만큼 씁쓸한 작품이었다. 김 대리가 멱살 잡고 끌고 가지만 그 옆에 있는 박 부장과 최 사원은 밉상이었다. 중후반부에 이르러 이들의 최후는 '권선징악' 사자성어가 떠오를 정도로 통쾌했지만 인간적으로 박 부장의 결말은 너무나 짠했고, 최 사원의 결말은 씁쓸했다. 이 더운 여름에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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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우주에서 우리 만나더라도
마크 구겐하임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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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지만 운명이 실재한다면, 그 희망도 실재한다고 믿어야 해요. / p.296

이 책은 마크 구겐하임이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그동안 출판사에서 발간한 작품들을 종종 읽었는데 '도 아니면 모'로 느꼈다. 어떤 작품은 너무 좋았는데 다른 작품은 페이지를 넘기고 있는 시간이 너무 아까울 정도로 불호에 가까웠던 것이다. 대부분 해외 SF 작품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예상할 수 없어서 우선 선택했다. 흥미 있었던 작품들에 대한 애정이 너무 가득했기 때문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조너스라는 인물이다. 조너스는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할 정도로 꽤 능력이 좋은 과학자이다. 그런데 그가 사랑하는 부인 어맨다가 죽었다. 아픔과 고통을 받다가 평행세계의 양자 에너지의 발견으로 다른 세계의 어맨다를 찾으러 나선다. 현재 사회에서 자신의 동료 물리학자 빅터는 조너스가 자신의 업적을 뺏었다고 믿는다. 다른 평행세계에서 조너스는 빅터의 방해를 딛고 어맨다를 만날 수 있을까.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초반에는 SF 장르의 작품이라는 점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거기에 고등학교 1학년 이후로 물리를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사람으로서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이과를 선택했지만 선택 과목이 아니어서 물리학에 대한 지식은 거의 전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자체가 너무 흥미진진했다. 400 페이지가 안 되는 작품인데 세 시간 정도 걸렸다. 솔직히 양자역학에 대한 지식을 어려웠고, 흐름만 읽었다.

개인적으로 조너스의 나아가는 여정이 인상적으로 남았다. 다른 세계에 나와 똑같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공상은 종종 했었다. 그런데 여기에 등장하는 설정은 나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인물들까지 포함이다. 중간에 만났던 물리학 전공의 의사 에바가 그렇고, 계속 조너스를 찾는 빅터가 그렇다. 단순하게 상상력으로 끝냈던 일들이었는데 양자역학으로 이를 현실감 있게 와닿았다는 점에서 재미있게 읽었다.

또한, 빅터의 어긋난 믿음도 다른 의미로 신기했다. 언급했던 것처럼 조너스는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교수로 등장한다. 빅터는 동료 교수인데 초반에 조너스가 빅터를 찾아가 자신이 발견한 것을 같이 보자는 의견을 제시한다. 빅터는 세부 전공이 다르다는 이유로 박대했고, 이 내용이 곧 큰 업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조너스가 잘 되고 나니 말도 안 되는 신념으로 악역이 된다. 생각 차이로 보기에는 너무나 잘못되어서 읽는 내내 조금 화가 나기도 했다.

SF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조너스가 사랑하는 부인 어맨다를 찾아가는 과정, 조너스와 에바의 미묘한 관계에 이르기까지 로맨스 장르의 매력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빅터와 조너스의 이야기를 통해 아마 액션 활극의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과학적 지식이 담긴 작품들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그런데 그냥 가볍게 뇌를 빼고 읽기를 추천한다. 깊이 파고들면 너무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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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저택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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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물건이 기다렸다는 듯이 길가에 떨어져 있을 리가 없지. / p.12

장마가 엊그제 시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비가 내린 것도 모르는 사이에 끝났다고 한다. 그리고 여름이 자신의 이름값을 하듯 무더위가 매일 지속이 된 상태다. 매일 35도 이상의 뜨거운 기온과 햇빛도 장난 아니게 눈부시다. 이럴 때면 그동안 습관처럼 읽던 책도 내려놓게 된다. 그래서 올해 여름은 목표를 조금 낮춰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는 중이다. 그만큼 더워서 책이 눈에 안 들어온다.

이 책은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책을 그렇듯 마음도 내려놓는다면 나을 텐데 성정 자체가 그렇지 못해 책을 읽지 못하는 이 상황이 너무나 불안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추리 스릴러 공포 소설에 눈이 돌아가는데 추리소설 하면 미야베 미유키 작가님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지 않은가. 마침 신작 소식을 듣고 이렇게 바로 접하게 되었다. 기대를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의 주인공은 기타이치이다. 기타이치는 독립적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인물이다. 그가 모셨던 센키치 대장의 가게가 불에 타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전부터 기타이치는 센키치 대장의 가게를 이어받았던 부부를 탐탁치 않게 생각했다. 기타이치가 가게를 분리했던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러한 것이다. 대장의 가게는 왜 불이 났던 것일까. 그리고 불을 낸 범인은 누구일까. 더불어, 과거 하나의 사건을 파헤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반적으로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전에도 미야베 미유키 작가님의 작품을 읽었다. 심지어, 같은 기타기타 시리즈의 <아기를 부르는 그림>을 완독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작가님의 작품은 어렵다.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 가장 낯설게 다가왔다. 어느 정도 일본 문화에 대한 배경적 지식이 있었더라면 조금 더 수월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텔링이 마지막 페이지까지 붙잡았다. 완독까지 네 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개인적으로 현재가 드러났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지난 작품에서는 에도 시대의 문화를 경험하는 느낌으로 읽었는데 이번 작품은 기시감이 느껴졌다. 현재 겪고 있는 시대처럼 에도 시대의 그 당시에도 인간 오만 군상이 캐릭터 하나하나 표현된 듯했다. 역시나 약자를 강탈하기 위해 권모술수를 쓰는 나쁜 인간이 있었고, 여성들의 사연 역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추리 장르의 재미를 가볍게 느끼기 위해 펼쳤던 작품이었는데 그것보다는 현실 생각에 무겁게 느껴졌다. 안 그래도 더운 날씨가 더욱 답답했다. 이것 또한 미야베 미유키 작가님 작품의 매력이지 않을까. 그나마 위안이 있다면 긍정적으로 인간적인 기타이치의 모습이었다. 미야베 월드도 지금 세상과 비슷하지만 그래서 더욱 인간애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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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요리합니다, 정식집 자츠
하라다 히카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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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면 성장, 속으로 들여다 보면 여성의 경제권에 대한 현실을 볼 수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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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요리합니다, 정식집 자츠
하라다 히카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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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 p.9

이 책은 하라다 히카라는 일본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한때 작가님의 작품을 검색해서 구매했다. 당시 <할머니와 나의 3천 엔>이라는 작품을 너무 인상적으로 읽었기 때문이다. 전업 주부들의 노동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게 직접적으로 관련성이 없어 크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 작품을 읽으면서 여성들의 노동, 그리고 돈 자체에 대해 깨달음을 얻게 되었던 것 같다. 이번 신작 소식을 듣고 바로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사야카이다. 사야카는 누구보다 남편에게 해 주는 음식에 진심인 듯하다. 그러나 남편은 어느 순간부터 나가서 식사를 하고 귀가하더니 결국 이혼하자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없던 사야카는 혼란에 빠졌는데 남편이 방문한 식당 '자츠'의 주인과 불륜을 의심하기도 했다. 사야카 역시 자츠에서 식사를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특별한 맛이 없다. 아니, 입맛에 안 맞았다.

남편이 집을 나간 이후 사야카의 주머니 사정은 줄어들기 시작한다. 자츠에서 종업원을 구한다는 전단지를 보고 그곳에서 일하게 된다. 남편의 마음을 알기 위해 방문한 식당에서 일을 하게 되다니. 사야카는 이곳에서 점점 변화되어간다. 열정적으로 식당에서 일하는 사야카와 겉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주인 조우와 우당탕탕 식당을 운영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언급했던 것처럼 하라다 히카 작가님의 작품들을 종종 읽었다. 또한, 권남희 번역가님께서 참여하신 소설들 역시도 많이 접했던 터라 크게 이해하기 어렵거나 문맥이 안 맞다는 느낌은 없었다. 다른 독자들에게는 어떻게 읽힐지 모르겠지만 너무 익숙해서 자연스럽게 완독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이틀에 나누어 한 시간씩 두 시간 정도 걸렸다.

개인적으로 여성의 돈벌이에 대한 생각이 깊게 남았다. 사야카는 남편과의 별거로 경제적 어려움을 느낀다. 나름 일을 하고 있음에도 그렇다. 심지어 사야카의 전공은 IT 분야라고 하는데 이게 단순하게 일본의 문제라고 하기에는 대한민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어서 현실감이 있었다. 물론, 언급했던 전작 <할머니와 나의 3천 엔>에 비하면 주인공들이 적극적으로 경제 활동에 뛰어들지만 비슷한 느낌으로 인상적이었다.

지극히 사적인 취향으로 하라다 히카 작가님의 작품을 읽는 이유는 여성의 문제를 잘 다루기 때문이다. 특히, 노인과 가정 내의 역할의 현실을 표현한다는 게 늘 와닿아서 자주 찾게 된다. 이 작품 역시도 그렇다. 겉으로는 사야카와 조우 씨의 성장처럼 보이지만 속을 조금 더 들여다 보면 노인의 문제, 그리고 이혼한 여성의 이야기가 현미경으로 확대된듯 그들의 이야기가 현재 시점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게 바로 명확하게 읽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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