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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없는 작가
다와다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엘리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자작나무는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형상 없는 꿈속처럼 거듭거듭 되돌아왔다. / p.20
어렸을 때부터 동경해 온 부류가 있다면 '언어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일 것이다. 외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졌지만 늘 제풀에 지쳐 포기했다. 비정상회담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국어로 유창하게 토론하는 외국인 패널들이 부러웠고, 방송인 김영철 님의 능력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전 직장에서 만났던 결혼이주자들의 언어 실력 또한 존경스러울 정도로 멋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은 다와다 요코라는 작가님의 에세이다. 예전에 Hiruko 3부작인 <지구에 아로새겨진>이라는 작품을 읽었다.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어서 당황스러운 소설로 기억한다. 다양한 언어에 대한 이야기인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읽는 내내 물음표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럼에도 강렬한 인상 탓인지 <별에 아른거리는>과 최근에 발간된 <태양제도>까지 구매했는데 에세이를 다시 도전해 보기로 했다.
유럽과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역을 여행하시면서 적은 기록이자 언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많은 독자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일본인이지만 독일에 거주하시면서 일본어와 독일어로 작품을 쓰시는 이중 언어 작가님이시다. 일본인이라는 정체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이방인으로서의 받은 감정과 생각, 언어의 상상력이 다양하게 담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 어렵게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언급했던 소설을 읽었을 때와 느낌이 비슷했다. 눈으로 읽으면서 내용에 대한 이해가 되면서도 뭔가 거리를 두게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언어라는 주제로 깊이 상상한다거나 생각한 적이 없어서 먼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머릿속으로 최대한 문장을 이미지로 그리면서 읽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진 다음부터는 속도가 나기 시작했는데 한 네 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이틀 정도에 완독했다.
개인적으로 <전철에서 책 읽기>라는 내용의 글이 인상적이었다. 도쿄에서는 전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전철에서는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이유로부터 시작되어 어느 누군가는 한 문장에서 계속 시선이 멈춰 있고, 나이가 들수록 책의 크기가 작아지는 등 전철 안 책 읽는 이들의 모습들을 묘사한 내용이다. 책에 몰두하느라 타인들의 모습을 그렇게 볼 일이 없었는데 이렇게 활자로 읽고 있으니 괜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밖에 독일어와 일본어, 이를 번역한 한국어로 적힌 <사전 마을>을 읽으면서 묘한 경험을 받았고, 독일어와 일본어로의 언어 유희 내용들을 읽으면서 웃음이 나왔다. 독일과 일본의 정서를 모르는 타국의 독자이기 때문에 작품을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다는 게 조금 아쉽기는 하다. 피부로 경험하지 않는 이상 이방인의 느낌을 완벽하게 공감하지는 못하겠지만 일본어와 독일어로 된 문장을 읽으면서 그 느낌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