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의 고백
미키 아키코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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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 이유밖에 떠오르지 않네요. / p.16

이 책은 미키 아키코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추리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의 작품들 중에 믿고 선택하는 출판사 중 한 곳이 바로 블루홀식스였다. 출판사의 신뢰로 작가의 전작 <귀축의 집>을 읽었다. 당시에 조금 독특한 충격을 받았다. 항상 장르 소설에서 뒷통수를 얻어 맞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꽤 괜찮았던 작품이어서 이번에 신작도 부담 없이 선택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모토무라 가족이다. 여름에 아버지인 모토무라 히로키의 회사 별장에 가족 여행을 오게 되었다. 그곳에서 친구인 미조구치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고, 늦은 시간에 미조구치 가족은 귀가했다. 다음 날, 히로키의 아내 미즈카와 아들 도모키가 베란다에서 떨어져 추락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변호사 무쓰기는 모토무라 가족 주변 인물들의 진술을 토대로 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술술 읽혀졌다. 보통 장르 소설에서 드러나는 초반부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사건이 시작되어서 흥미와 호기심을 가지고 페이지를 넘겼다. 이러한 특징은 중후반부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마지막 무쓰기가 보내는 편지가 나오기 전까지 진행이 된다. 이 지점이 너무 몰입도가 좋았다. 나름 생각하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4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작품이었는데 삼 일에 걸쳐 대략 네 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에 대해 생각했다. 첫 번째는 타인의 이야기다. 무쓰기의 조서와 생각으로 진실을 독자들에게 보여 주지만 모토무라 가족의 주변 인물 등 타인의 말들로 사건의 전말을 파헤친다. 제3자의 입장에서 하나의 사건과 네 명의 가족을 바라보는 이들의 말들이 다르다는 게 흥미로웠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이해관계의 입장에서는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두 번째는 진실이다. 무쓰기의 직접적인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는 내내 혼란스러웠다. 대체 어느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가늠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본인들의 기준으로 히로키, 미즈카, 도모키의 이야기를 들려 주지만 내내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고민했다. 심지어 죄가 없다고 항변하는 히로키마저도 신뢰가 가지 않았다. 모든 이들에게 의심이 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생각했던 성악설에 대한 생각이 다시금 떠오르는 시간이었다.

언급했던 것처럼 독특한 서술 방식이 신선했던 작품이었다. 보통 작가의 방향성이 이야기에 녹아들어 읽었던 장르 소설이 많았다. 추리력이 부족한 독자들은 작가가 생각한 흐름대로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숟가락으로 떠먹여 주면 그대로 받아먹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작가의 시선이 드러나지 않아 스스로 생각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장르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자발적인 추리를 했던 게 언제인가. 새롭고도 색다른 경험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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