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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마음을 모아 ㅣ 안전가옥 오리지널 45
서혜듬 지음 / 안전가옥 / 2025년 7월
평점 :




정말 아주 잠깐만. / p.95
안전가옥 출판사 하면 자연스럽게 '출판사의 러시'라는 표현이 딱 떠오른다. 그동안 SNS에서 그 문장을 보고도 그렇구나, 하고 넘겼는데 작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온몸으로 느꼈다. 내향형이어서 고민하다가 들어갔는데 그 출판사에서만 전체 시간의 반을 보냈다. 올해 외향형 지인과 함께 다시 경험하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그 지인도, 그리고 안전가옥 출판사도 참여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 책은 서혜듬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안전가옥 출판사 작품에 대한 무한정 지지를 보내고 있는 독자로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특히, 그동안 쇼트 시리즈와 앤솔로지 시리즈 위주로 읽었던 터라 오리지널 작품들이 궁금했다. 물론, 이경희 작가님의 연작소설 시리즈나 범유진 작가님의 작품으로 종종 읽기는 했는데 그것도 오래되었다. 그래서 새로운 작가님의 작품이어서 기대를 가지고 선택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권모아라는 인물이다. 권모아는 열심히 공부해 수의사가 되었지만 동물병원에서 권고사직을 당했다. 바로 틱 증상이 있다는 이유였다. 틱 증상이 동물 보호자들에게 안 좋은 인상을 주고 있으며, 민원이 걸렸다는 것이다. 모아는 과거 살던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익숙한 집에서 찬장을 열자 처음 보는 동물과 인간이 나타난다. 문지기라고 소개한 한 남자와 다양한 동물들. 모아는 고향에서 정착할 수 있을까.
조금 어렵게 다가왔던 작품이었다. 한번에 이해했던 부분은 모아가 찬장을 열어 문지기와 만나는 순간까지였다. 이후부터는 멈춰서 머릿속으로 그 세계관을 그리거나 다시 문장을 읽으면서 천천히 다시 정독했다.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인지하겠는데 갑자기 쏟아지는 특이한 동물들과 별다락이라는 공간이 낯설게 다가왔던 것이다. 260 페이지가 넘는 작품인데 대략 세 시간 반 정도 걸린 듯하다.
개인적으로 문지기와 모아의 서사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모아는 주위의 시선으로 힘들어하며, 상처를 받은 인물이다. 동물을 치료하는 능력이 출중하지만 말투가 부자연스럽다는 이유 하나로 많은 무시를 당했기 때문이다. 문지기 또한 별다락에서 태어난 인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온전히 믿음을 주지 못한다. 세상으로부터 바깥의 두 사람이 마음이 통해 치유를 해내가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문지기와 모아의 결말을 읽으면서 어느 특정한 장면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드라마 <도깨비>가 떠올랐다. 두 작품 모두 판타지 로맨스 장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또한, 도깨비에서 느꼈던 것처럼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판타지의 큰 세계관보다는 두 사람의 감정 위주의 로맨스 서사가 더욱 강하게 다가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책장을 덮으며 문지기와 모아의 안녕과 행복을 빌었다. 무해한 판타지 로맨스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