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망초 피는 병원, 아즈사가와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최주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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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가슴 한쪽이 따뜻해졌다. / p.16

지금 근무하고 있는 회사는 8000 명 정도가 거주하는 읍내에 위치해 있다. 광역시가 생활권이었던 내가 이 작은 읍내에 와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의료 시스템이었다. 차로 5 분 거리 이내에 종합병원이 있기는 했지만 의원이 너무 없다는 사실이다. 이비인후과를 가려면 차로 40 분이나 걸리는 다른 군 단위의 의원으로 가야했다. 항상 모시고 다니는 어르신들께서는 그래도 종합병원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마음이 참 아팠다.

이 책은 나쓰카와 소스케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선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지방 의료 체계를 보여 준다는 내용이었다. 언급했던 것처럼 농어촌 시설의 의료 시스템으로 큰 충격을 받았던 터라 많은 공감이 될 것 같았다. 두 번째는 의사라는 작가의 이력이었다. 그동안 치넨 미키토 작가의 작품을 너무 흥미롭게 읽었기에 동종 업계의 작품이 궁금했다. 장르가 다르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소설의 주인공은 미코토라는 인물이다. 지방에서 태어나 자란 토박이로, 현재 나가노현의 아즈사가와 병원에서 3년차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나름 능력을 인정받은 직업인이기도 하다. 어느 날, 수련의 가쓰라와 마주친다. 가쓰라는 꽃집 아들인데 미코토에게 꽃 이름으로 잊을 수 없는 인상을 준 남자이기도 하다. 미코토와 가쓰라의 사랑과 병원에서 성장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술술 읽혀지는 작품이었다. 병원에서 일어난 이들이 지극히 현실적으로 다가왔다는 측면에서 더욱 몰입도가 좋았다. 330 페이지 전후의 작품을 멈추지 않고 읽었고, 두 시간 반만에 완독이 가능했다. 힐링과 로맨스의 결합을 선호하는 독자들에게는 만족할 수 있는 선택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기 드물게 소설에서 악인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은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요소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시골 병원의 문제점이 가장 크게 와닿았다. 예상한 문제점이 아닌 다른 방향의 문제를 제시하는데 머리를 얻어맞은 듯했다. 바로 선택의 여부이다. 소설에서 고령의 환자에게 최소한의 의료 행위만 하는 의사가 등장한다. 초반에 가쓰라의 입장에서 의사의 본분을 망각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었는데 계속 읽다 보니 그 의사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고령 인구가 높은 지역에서는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더불어, 가쓰라와 미코토의 설렘을 자극하는 사랑 이야기는 너무 흥미로웠다. 소설 너머 가상의 인물들이었음에도 부러웠다. 읽는 내내 드라마 <낭만 닥터 김사부>와 <슬기로운 의사 생활> 시리즈가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힐링이 되었던 작품이었다. 단순한 사랑 이야기거나, 의료 실태를 알리는 고발이거나, 힐링 스토리였다면 그냥 뻔하디 뻔한 소설로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놀랍게도 세 가지를 다 해내는 소설이어서 매력적으로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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