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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고쇼 그라운드
마키메 마나부 지음, 김소연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8월
평점 :




우리의 청춘은 어떠했던가. / p.249
이 책은 마키메 마나부라는 일본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표지에 있는 야구공 그림 하나만 보고 선택했다. 야구 이야기가 있는 작품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야구팀이 하향세에 접어들고 있어 관심을 끊었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야구공만 보면 설레는 팬이기도 하다. 소설로나마 야구 이야기를 읽으면서 열정을 불태우고 싶었다. 과연 그게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기는 하다.
소설집에는 총 두 편이 실렸다. 두 편 모두 교토를 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12월의 미야코오지 마라톤>의 주인공은 사카토라는 인물이다. 사카토는 역전마라톤 선수이지만 심각한 방향치인데 대회에 출전하기로 한 선수의 문제로 마지막 주자가 된다. 긴장감을 안고 달리는데 이상한 사람들을 발견한다. 분장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대회 이후 함께 달리던 선수에 의해 이 비밀이 풀린다.
두 번째 실린 표제작 <8월의 고쇼 그라운드>의 주인공은 구치키이다. 실연을 겪고 의욕이 사라진 상황에서 친구 다몬이 부탁을 한다. 바로 아마추어 야구 대회에 참가하자는 것이다. 다몬의 지도 교수는 그 대회에서 우승을 해야 한다는 특명을 내렸기 때문이다. 내키지 않았지만 구치키는 이를 수락한다. 매번 인원 수가 모자라 실격 위기에 처하지만 이상하게 사람들이 모여 결국은 대회에 참여해 승리를 거둔다. 다가오는 사람들의 비밀은 무엇일까.
술술 읽혀지면서도 어려웠던 작품이었다. 우선, 첫 번째 실린 작품부터 난관이었다. 역전마라톤이라는 종목 자체를 보거나 들은 적이 없어서 이를 머릿속으로 그리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거기에 교토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이어서 이해가 안 될 때마다 앞에 실린 지도를 보면서 공간적 배경을 이해하려고 했다. 이러한 일본 배경 자체가 낯설었던 것뿐 스토리는 술술 읽혀졌다. 대략 세 시간 정도 걸린 듯하다.
개인적으로 소설에서 느껴지는 성장의 분위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줄거리에서 언급했듯 두 사람은 대회에 난색을 표했다. 역전마라톤에 출전하는 사카토는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을 가진 선수였고, 구치키는 개인적인 일에서 무기력을 경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20등 이내를 목표에 두고 열심히 달렸던 사카토는 자신감을 회복했고, 구치키는 마지막 타선에서 어떻게든 안타를 만들고자 의욕을 가졌다. 이 분위기가 청춘의 성장을 말하는 듯했다.
마지막에 실린 옮긴이의 말이 더욱 와닿은 작품이었다. 나 역시도 청춘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방황하고, 실패하고, 힘들어하는 시기들을 종종 경험하는데 그럴 때마다 이 소설에 나온 인물들처럼 스스로를 의심하거나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열정을 가지고 살았던 이들을 생각하면서 조금씩 나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던 작품이었다. 아, 덤으로 결말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