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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테일 환상 도서관
홍시영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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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인류는 각자의 삶을 담은 도서가 존재한다고 믿었다. / p.6
이 책은 홍시영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독서 좀 한다는 사람이기에 도서관이 등장하는 작품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책이 등장하는 소설은 늘 옳다고 생각하는 편이어서 기대가 되어 선택하게 된 책이다. 내용을 기대한다기보다는 소재 자체에 대한 흥미가 들었다. 특히, 요즈음 새로운 작가님의 작품들을 드문드문 읽는 편이어서 이 부분에 대한 기대감이 약간 있었다.
인간은 개인마다 책이 있다고 믿는데 책이 사라지면 인생도 사라진다고 믿었다. 타인의 책을 가지게 되면 그 삶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인간들은 욕심으로 타인의 책을 찾기에 열을 올린다. 그들을 본 신은 인간에게 분노했고, 매니테일 도서관에서 인간들의 책을 관리하기로 한다. 매니테일에는 베르라고 불리는 관리자들이 있으며, 그들은 도서 관리라는 업무를 맡는다. 베르들은 과거 타인의 책을 훔치려고 했던 조상들부터 내려오는 직업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아이샤라는 인물이다. 아이샤는 예비생을 지나 3급 관리자로 채용이 되었다. 그곳에는 테오라는 친구와 코델리아라는 짝꿍과 함께 3급 관리자로서 임무를 해나간다. 처음으로 맡은 성훈의 도서에서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 생기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방법을 찾아나간다. 전반적인 내용은 이 세 친구가 다양한 인간의 도서에서 발견된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해결하는 좌충우돌 관리자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판타지 장르가 두드러지는 작품이어서 초반에는 낯설게 다가왔지만 그래도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작품에 드러나는 인간의 삶과 매니테일이라는 공간적 소재를 연관짓느라 조금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익숙해지고 나니 청소년 문학이라는 착각이 들었다. 25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작품이었는데 두 시간에 모두 완독했다. 아마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런 종류의 판타지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흥미로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독서하는 사람들이라면 유머로 느낄 수 있는 소재가 재미있게 다가왔다. '먼지다듬이'라고 불리는 책벌레를 인간들의 질병에 비유하는 점이 신선했다. 책을 소장하면서 책벌레를 경계할 수밖에 없었고, 현재도 신경 쓰는 중이기도 하다. 아마 비슷한 독서가들에게는 공감이 되지 않을까. 더불어, 인간의 삶을 책으로 비유해 이야기를 펼치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던 작품이지만 읽는 내내 화가 났던 스토리이기도 했다. 마치 천방지축 조카들의 사고들을 활자로 보는 느낌이었다. 세 명의 주인공들을 보면서 '하지 마. 제발 너희 일만 해.'라는 외침이 절로 나왔다. 그래도 신입 3급 관리자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나마 웃으면서 넘기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성장기는 흥미로웠지만 그와 별개로 등장인물들의 의욕에 기가 빨렸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