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웰컴 투 탄광촌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로드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누가 낙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겠어. 이렇게 아무도 없는 시골에서. / p.13
이 책은 오쿠다 히데오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작가 이름은 많이 들었다. 심지어 <라디오 체조>라는 작품은 구매해 일부 읽기도 했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 기괴하다 싶을 정도로 특이한 등장인물들 때문에 중간에 포기했다. 그런데 지인들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는 작품들이 많으니 다시 읽어 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이번에 개정판으로 나온 이 작품을 읽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무코다라는 인물이다. 홋카이도의 작은 산간 마을인 도마자와에서 25년째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다. 당장 가세가 기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노인 비율이 높은 시골이기에 예전처럼 장사가 잘 되지는 않는 듯하다. 홋카이도의 도시 삿포로에서 직장을 다니던 아들이 가업을 물려받겠다고 고향을 찾는다. 무코다는 마을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이를 반대하지만 다른 이들은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하며, 무코다 아들의 귀향을 반긴다.
너무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언급했던 것처럼 <라디오 체조>를 읽으면서 낯선 감정을 많이 느꼈는데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는 생각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 술술 읽혀졌다. 무코다에게 공감이 되면서 몰입이 되었다. 320 페이지 정도의 작품이었는데 두 시간 반에 모두 완독이 가능했다. 오쿠다 히데오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어떤 느낌을 줄까 의문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현실감이 참 깊게 와닿았다. 공간적 배경을 한국의 어느 시골 마을로 두었다면 한국 작품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너무 현실적이었다. 특히,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는 지역이 도마자와과 비슷한 시골이기에 피부로 느꼈던 부분들이 바로 활자로 나타난 듯한 느낌도 들었다. 지역의 몰락을 걱정하는 마을 주민들의 걱정과 삽시간에 연기처럼 퍼지는 마을 주민의 개인사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공감이 되었다.
더불어, 무코다가 참 매력적이라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에는 40대의 여성이 어머니를 모시고자 귀향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과거 속된 말로 '물장사'를 했던 여성이었다. 무코다는 배척하는 사람들에게 경계심을, 흑심을 품는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그 역시도 그 여성에 대한 헛된 상상을 하지만 이성적으로 제어하는 모습이 의외로 다가왔다. 거기에 마을 주민들 사이의 갈등과 오해를 조정하는 모습들이 인간적이었다.
보통 일본 작품들을 읽으면 특유의 일본 색깔을 자주 읽히는데 이 작품은 친근한 느낌을 주었다. 읽는 내내 <전원일기>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그만큼 복작복작한 마을의 희노애락을 잘 보여 준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극히 사적인 취향으로는 너무나 잘 맞았다. 기회가 될 때 중간에 하차한 <라디오 체조>도 다시 도전할 의지를 다지게 되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