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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ㅣ 설자은 시리즈 1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평점 :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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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중한 사람에게만 귀중하지. / p.12
이 책은 정세랑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유명한 작가님인데 읽은 작품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재인, 재욱, 재훈>과 <지구에서 한아뿐>, 그리고 설자은 시리즈 1편. 이렇게 세 작품뿐이다. 모두 가볍게 읽기 좋았고, 꽤 오래 전에 읽었음에도 줄거리가 떠오를 정도로 재미있고 인상적으로 남았다. 그런데 왜 작가님의 작품을 안 읽었는지 잘 모르겠다.
재작년에 설자은 시리즈의 발간 소식에 바로 구입해 꽤 시간이 흐른 후에 읽었는데 출판사 이벤트로 한 권을 받아 지인에게 선물했던 기억도 있다. 그리고 최근에 설자은 시리즈 2편 발간 소식을 들었다. 이미 1편을 읽었기에 기대하고 있었는데 1편을 리뷰를 적지도 않았던 것이다. 시간이 조금 흘렀기 때문에 다시 환기를 시키는 차원에서 이번에 다시 재독을 하게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설자은이라는 인물이다. 아니, 설미은이다. 오빠인 자은은 꽤나 명석했던 것 같다. 당나라로 유학을 가기로 했는데 죽음을 맞이한다. 셋째 오빠인 호은은 미은에게 자은의 이름을 빌려 떠나라고 말한다. 자은과 미은은 비슷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으며, 미은은 여성에 비해 키가 큰 편이어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듯했다. 그렇게 호은의 말에 오빠 호은과 동생을 두고 당나라로 떠난다.
시간이 흘러 금성으로 돌아오는 배에서 목인곤이라는 한 남자를 만난다. 당시 배척했던 백제 출신으로 이래저래 말이 많은 인물이었다. 배에서 벌어진 하나의 사건을 목인곤과 설자은이 해결했으며, 이 콤비는 금성으로 돌아와 김무헌 집안에서 벌어진 독살 사건과 매잡이 사건까지 연달아 추적한다. 마지막에는 설자은이 왕의 부름을 받는 이야기까지 전개가 된다.
술술 읽혀졌지만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역사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내용들이 드문드문 등장했기 때문이다. 십오 년도 지난 한국사 지식을 하나씩 꺼내서 읽다 보니 다른 책들에 비해 더디게 읽혀졌다. 배경들이 눈에 익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속도가 붙기는 했지만 보통 두께에 비하면 오래 걸렸다. 작품이 3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인데 네 시간 정도에 완독했다. 심지어 재독임에도 말이다.
추리 소설이기에 사건을 해결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도 인상 깊었지만 설자은의 성별이 가장 눈에 띄었다. 남장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들을 종종 읽기는 했지만 그 이야기들과는 조금 결이 다른 느낌을 받았다. 성별이 들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거나 이를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의심을 받는 등 그 주제에 포커스를 맞춘 이야기가 없어서 오히려 새로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성별을 떠나 능력으로만 인정받는 모습들이 더욱 강렬하게 와닿았던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