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인간
염유창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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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저죠? 그 정도 돈이면 덤벼들 작가가 줄을 설 텐데요. / p.28

이 책은 염유창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예전에 북 크리에이터 님의 영상에서 '리노블' 관련 소설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기억하고 있었는데 최우수상을 받았던 작가님의 신작이라는 문구에 혹해서 선택하게 되었다. 그동안 추리 스릴러 장르가 떠오르기도 했었는데 조금 더운 이 시기에 딱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생각 없이 읽기 딱 좋은 이야기여서 기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시윤이라는 인물이다. 한때 작가였지만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현재는 반성문 대필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느 날, 업체 이 실장으로부터 한 가지 제안이 온다. 그동안 대필했던 부류와 조금 달랐다. 책을 원했는데 상담 관련 서적이라고 했다. 트라우마를 가진 이들의 이야기를 수집해 책을 만들어달라는 것. 초반에 시윤은 이를 고사했다. 그러다 집안의 사정이 어쩔 수 없이 그를 그 대필의 세계로 인도했다.

의뢰인은 일 년 전에 폭우 산사태로 주차장에 고립되었던 사건의 생존자들의 인터뷰를 원했다. 그 중 전경석이라는 인물은 사망했고, 나머지 여덟 명은 생존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시윤은 이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고, 모두 수락했다. 각자 직업부터 성격까지 다른 이들이었는데 인터뷰가 거듭될수록 사건의 진실이 드러난다. 과연 전경석은 왜 사망했으며, 이들은 진실을 숨기려고 할까.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몰입이 되었다. 언급했던 것처럼 가볍게 읽으려고 했는데 사건을 따라가는 시선과 생각하고 있는 내 자신이 놀라울 정도였다. 대략 350 페이지의 작품이었는데 빠져서 읽다 보니 두 시간 반이 걸렸다. 아마 한국형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이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는 인간의 이기적인 태도이다. 여덟 명의 생존자들은 전경석을 긍정적으로 표현하면서 사건을 은폐했다. 주변 인물들의 탐색과 생존자들의 실수로 이들이 주장했던 내용들이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비교적 차분한 이미지의 교수부터 다른 결로 대립 각을 세웠던 사람까지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죽은 자는 있는데 죽인 자가 없다. 생존과 죽음 사이에서는 인간애도 없었다.

두 번째는 추리의 재미이다. 사회적인 메시지로만 읽다가 중후반부에 사건을 파헤치면서 장르 소설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인식했다. 전경석이 죽은 이유부터 의뢰인은 왜 콕 찝어 이 사건의 생존자를 요청했을까. 더 나아가 왜 많고 많은 작가들 중에서 시윤을 선택했을까. 돌이켜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다 의심스러웠다. 심지어 그조차도 인식하지 못한 내 생각에도 의문이 들었다.

생각을 비우고 어디까지나 도파민을 찾아 읽는다면 참 만족할 작품이었다. 그래서 아마 더욱 매력을 배로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추리 장르를 너무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조금 싱거울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결말조차도 마음에 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불특정 다수>라는 전작을 읽고 싶다. 원래 도파민을 그렇게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이런 맛에 장르 소설을 찾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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