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곡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진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저 그것이 이미 어디에서 향할 수 없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 p.34
언젠가 종교를 가질 때가 있을까. 항상 생각하는 질문이지만 아직까지는 없을 것이라고 대답하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크게 믿지 않는다. 현재와 미래, 생각과 관념 등이 그나마 자주 되새기는 주제들이다. 나 하나 믿기도 힘든 세상에 신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신이 계신다면 마음 아픈 참사나 인간이 견디기 힘든 고통을 주지 않으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가와무라 겐키라는 일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한국에서도 몇 권의 소설을 낸 작가로 알고 있는데 아직 읽지는 못했다. 로맨스부터 미스터리까지 다양한 장르를 쓴다는 게 흥미로워서 선택한 책이다. 유명한 단테의 <신곡>과 동명의 제목이어서 눈길이 간 것도 있다. 일본 작품을 자주 읽는 독자 중 한 사람이고, 출판사에서 발간한 작품들도 꽤 괜찮았던 터라 크게 부담이 없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단노네 가족이다. 아버지인 미치오는 장모님의 가게를 물려받아 조류원을 운영하는데 평화롭게 지내던 가족에게 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무너진다. 심지어 미치오는 아들이 범인으로부터 칼에 찔려 죽는 모습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아픔을 가지는 이들에게 아들의 노래를 불러 주겠다는 영원 종교가 접근한다. 미치오는 불신했지만 쿄코와 가온은 이 종교에 빠져든다.
술술 읽혀졌던 작품이었다. 요즈음 종교를 주제로 했던 소설을 읽었던 터라 더욱 몰입해서 읽었다. 특히, 바로 전에 읽었던 작품이 너무 어려워서 상대적으로 조금 쉽게 다가온 느낌도 있었다. 새의 종류나 특징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를 깊게 알지 못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이고, 현실감이 많이 느껴져서 재미있었다. 370 페이지 정도의 작품이었는데 두 시간 반에 완독이 가능했다.
개인적으로 사이비 종교를 비추는 방향이 인상적으로 남았다. 그동안 그것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종종 읽었는데 종교를 믿고 집안이나 사회가 몰락하는 스토리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 작품은 가족 개인의 감정에 치중한 느낌이 들었다. 각자 영원을 믿는 종교에 발을 딛게 되지만 각자 생각은 너무도 달랐다. 특히, 이 가족 자체가 생각했던 보통의 가족이 아니어서 더욱 이해관계가 복잡하지 않을까 싶었다.
읽는 내내 봉준호 감독님의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사실 그 영화는 사회 계급을 다루는 내용이고, 이 작품은 사이비 종교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없는데 이상하게 결이 맞다. 특히, 마지막 장을 읽는 순간 그 강렬한 느낌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영화를 만드는 프로듀서라는 이력을 가진 작가의 작품이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영상의 파노라마처럼 상상이 된다는 게 뇌리에 남았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