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런한 끼니 - 홈그라운드에서 전하는 계절의 맛
안아라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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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삶은 매일 바뀌는 날씨 안에 있다. / p.9

평소 제철 음식에 큰 관심이 없다. 그냥 주어진 재료로 대충 해서 먹는 게 습관화가 되었다. 좋아하는 달래가 봄에 나오는 나물이라는 것 정도만 안다. 그러다 농어촌 지역으로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 나름 들은 지식들이 늘었다. 죽순, 두릅이 봄에 나오는 나물이라는 점과 하지 감자가 강원도뿐만 아니라 직장이 있는 지역에서도 유명하다는 점. 얼마 전에는 그동안 고추장에 버무린 상태로만 보았던 마늘종의 원래 모습을 보았다. 그것 또한 봄 제철 재료였다.

이 책은 안아라 작가님의 산문집이다. 요리를 모르는 편이어서 보통 성향이라면 그냥 지나갔을 책이었다. 사람이라는 게 보고 듣는 지식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눈길을 돌리게 된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다. 책을 읽고 나면 어르신들이나 직원분들 이야기에 조금이라도 아는 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진실의 고개 끄덕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집밥을 어머니께 대접할 수 있지 않을까. 다양한 생각들로 기대가 되었다.

작가님의 어머니께서는 손맛이 좋으신 분인 듯하다. 작가님도 유전을 물려받아 푸드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계신다. 책은 에피소드와 관련된 음식 레시피가 하나의 세트로 실려 있다. 일상에서 만난 사람과 있었던 일화들이고, 지극히 평범한 에피소드다. 음식 레시피는 된장국처럼 자주 접할 수 있는 음식들도 있지만 다른 재료와 융합해 조금은 색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메뉴들도 있다.

술술 읽혀진 책이었다. 대부분 에피소드 위주여서 요리나 제철 음식에 대한 이해가 없더라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읽는 내내 에피소드에 공감이 되어서 그게 더욱 빠져드는 책이었다. 대략 2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수준의 두께인데 라디오를 듣고 난 이후부터 자기 전까지 한 시간 내외로 충분히 완독이 가능했다. 대놓고 웃기지는 않았지만 나름 미소를 머금고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내 친구 에이코>라는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다. 에이코는 일본 사람이다. 가게 '수카라'에서 파트타이머로 일하고 있으며, '달밤식탁'을 운영한다. 달밤식탁은 에이코가 직접 손님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는데 프로그램을 예시로 들면 하나의 코너로 볼 수 있다. 작가님께서는 수카라와 달밤식탁에서 에이코를 만나 친분을 쌓는다. 사람들이 에이코의 음식을 사랑하는데 이를 보면서 느낀 생각과 감정들을 적은 내용이다.

이 에피소드 뒤에 실린 레시피는 '감자 샐러드'인데 사실 메뉴만 보면 그렇게 좋아하는 음식은 아니다. 감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피소드는 사랑스러웠다. 작가님께서 느낀 감정을 적으신 것이지만 사람들이 음식뿐만 아니라 에이코 사람 자체를 사랑하지 않을까.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타지에서 꿈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 또한 강렬하게 남았다.

이렇게 무해한 책을 읽은 게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요즈음 날씨가 더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추리나 스릴러 장르의 작품이 자꾸 떠오르는 시기다. 그래서 앞으로 읽을 책이나 구매한 책들도 매운맛의 소설들이다.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그런 감정들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것 같다. 책에는 제철이 없다고 하지만 이 책이 나에게는 늦봄과 초여름 사이의 제철 책이다. 역시 음식만큼이나 책 또한 제철이 좋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피부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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