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당신을 잘 안다고 생각할 때, 그러니까 에블린 휴고를 ‘손에 넣었다‘고 생각할 때, 조를 연기하는 거야. 깜짝 놀라게 하는 거지. 다들 ‘그래, 난 에블린이 뭔가 특별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니까‘라고 생각하게 될 거야."
"하지만 도대체 왜 지금은 <작은 아씨들>을 할 수 없다는 거죠? 사람들은 지금도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해리가 고개를 저었어.
"당신에게 투자할 시간을 줘야 해. 당신을 알게 할 시간을 사람들에게 줘야 하는 거야."
"그 말은 내가 예측 가능해야 한다는 뜻인가요?"
"내 말은, 사람들이 당신을 예측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라는 거야.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거야." - P99

돈이 나가자마자 나는 안에서 문을 걸어 잠갔어. 그리고 벽에 등을대고서 털썩 주저앉았어.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고.
태어난 곳에서 오천 킬로미터나 멀리 달아났는데 성공 가도를 달릴 방법을 찾아냈는데, 이름을 바꾸고, 머리색과 치아까지 바꿨는데 연기를 배우고 유명한 가문의 며느리로 들어갔는데.
미국인 대다수가 내 이름을 아는데.
그런데도・・・
그런데도.
나는 간신히 일어나 눈물을 닦았어. 그리고 마음을 가다듬었어.
일단 화장대에 앉았어. 앞에 놓인 삼면거울을 백열전구가 환히 비춰 주었어. 영화배우의 분장실에 있으면 아무 문제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다니, 미련할 만큼 어리석었지 뭐야. - P116

내가 돈에게 아기를 낳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중이 내 영화를 보기 꺼려한다면 그야말로 날벼락일 테니까. 물론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진 않겠지. 아마 그렇게 생각한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할 거야. 하지만 이런 기사를 읽고 나면, 다음에 내 영화를 보다가 뭐라고 꼬집어 말할 순 없더라도 왠지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겠지.
사람들은 가정보다 자신을 우선하는 여자에게 연민을 느끼지 않아. 그런 여자를 사랑스럽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게다가 아내를 단속하지 못 하는 남자를 존경 하지도 않아. 그러니 기사 내용이 돈에게도 좋을리 없었어.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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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라는 말에는 유감스러워한다는 뜻이 담겨 있어서 기분이 상하신거로군요."
샐러드가 나왔다. 트로이는 말없이 에블린의 접시에 후추를 갈아주다가 에블린이 웃으며 한 손을 들자 멈추었다. 나는 사양했다.
"어떤 일에 유감스러워하면서도 후회하지는 않을 수 있어." 에블린이 말했다. - P41

"나는 아주 오랫동안 진실을… 가리느라 급했어 이제 와서 해체 작업을 하려니 쉽지 않네. 그동안 진실을 가리는 걸 너무 잘해 왔거든. 아직은 진실을 어떻게 말할지 확신이 서지 않아. 경험이 별로 없어서. 지금까지 내가 살아남은 방식과 너무 달라서 말이야. 하지만 기어이 해낼 거야." - P58

"내가 사랑한 사람은 이제 모두 죽었어. 지켜야 할 사람이 하나도 안 남았어. 나 외엔 거짓말을 둘러댈 이유가 없어. 사람들은 내 인생의 가짜 스토리를 시시콜콜 믿고 따라왔어. 하지만 그건 다... 그러니까 이제라도 사람들이 진짜 스토리를, 진짜 나를 알았으면 좋겠어."
"좋습니다." 내가 말했다. "저한테 진짜 당신을 보여주세요. 그럼 제가 세상 사람들에게 당신의 본 모습을 고스란히 전할게요. 그들이 당신을 제대로 이해하게 할게요."
에블린이 나를 쳐다보며 슬며시 웃었다. 딱 듣고 싶었던 말이었나보다. 다행히, 내 진심이기도 했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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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씨는 한 번도 이상하다는 걸 못 느꼈나요?"
민혜가 되물었다.
"어떤......?"
"술 마시고 집에 돌아가던 무수한 밤길이 어쩜 그리도 평안했는지, 당신을 추행한 남자가 단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사고를 당한 게 정말 우연인지. 평범한 여자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그쪽은 경험하지 못했을 거예요."
왜 나는 한 번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저늘 운이 따랐다고 생각했다. 비타500 뚜껑의 ‘한 병 더‘처럼,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는 것처럼, 무심코 누른 인스타그램 ‘좋아요‘에 따라붙은 커피 쿠폰처럼. - P75

"내 원수는 남이 갚아준다는 말이 있어. 그래서 강가에 앉아 있으면 원수의 시체가 떠내려온다고 했지. 근데 그것도 살아남아야 볼 수 있는 거야."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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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이 대단히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흔히 그녀의 곧고 짙은 눈썹과 금발 머리에 감탄했지만, 나는 그녀의 골상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강인한 턱선과 높은 광대뼈, 도톰한 입술까지 그야말로 흠잡을 데가 없었다. 큰 눈은 동그랗기보단 커다란 아몬드 모양이었다. 머리색보다 짙게 그을린 피부는 해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것처럼 보였다. 구릿빛 피부에 금발 머리를 타고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인간은 모름지기 저런 모습으로 태어나야 마땅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런 이유로, 영화사학자 찰스 레딩이 에블린의 얼굴을 두고 "필연적인 결과물로 보인다.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너무나 아름다워서 그녀를 바라볼 때면 그런 조합과 그런 비율로 태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고 말했나 보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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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기 25: 11~16

두 남자가 싸울 때에, 한쪽 남자의 아내가 얻어맞는 남편을 도울 생각으로 가까이 가서, 손을 내밀어 상대방의 음낭을 잡거든, 당신들은 그 여인의 손을 자르십시오. 조금도 동정심을 가지지 마십시오.

당신들은 주머니에 크고 작은 다른 저울추를 두 개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당신들의 집에 크고 작은 다른 되가 두개 있어서도 안 됩니다. 당신들은 바르고 확실한 저울추와 바르고 확실한 되를 사용하십시오. 그러면 주 당신들의 하나님이 주시는 땅에서 당신들이 오래 살 것입니다. 틀리는 추와 되를 가지고 속임수를 쓰는 사람은 누구든지 주 당신들의 하나님이 싫어하십니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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