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 새로운 몰락의 시작, 금융위기와 부채의 복수
마이클 루이스 지음, 김정수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금융 시스템 붕괴와 국가 부도 위기에 내몰린 유럽 발 형국은 안방 수신기를 지켜보는 우리들에게도 고스란히 경제위협의 파국적 우려로 전달된다. 그리스 경제의 침몰이 몰고 올 유럽전역의 위기감은 유럽중앙은행, IMF의 국제자금 긴급 투입을 결정케 하고, 임시적 진정 국면에 들어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이 그리스 경제의 궁극적인 회생으로 연결될지, 이미 부실해진 경제 체제로 흔들거리는 나머지 유럽 국가들이 정상을 찾을지 의문이다. 사실 믿을만한 구석이 없다. 거품이 만들어 낸 가짜 자본으로 흥청망청 대던 도덕적 해이가 일시에 사라질지도 만무하지만 그네들의 민간 금융기관의 천문학적 대출 부실과 국가 부채는 폭발직전의 화산처럼 예측 불허이다.


이 책은 이렇듯 경제체제의 붕괴로 치닫는 유럽 국가들의 경제실체를 민간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각국의 중앙은행, 재무 부처등 정부, 사회 전반의 도덕성 등 국민의 의식수준과 실태 등을 통해 전(全)방위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특히, 유럽최초의 경제시스템 붕괴국가가 된 아일랜드나, 국가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헤지펀드로 불렸던 아이슬란드의 국가 부도 사태,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한 그리스 사회의 총체적 분석, 미국 지방정부들의 신용위기, 독일정부의 이기적 금융 행동 양태들을 통한 문제의 본질에 대한 성찰은 우리 한국사회, 한국경제의 실상에서 시사하는 바가 자못 거대하다.


그 첫째로 신자유주의 시장 만능주의 경제기조를 신봉하는 한국 사회의 맹신적 논리가 여지없이 허무맹랑한 거짓이거나 기만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는 것이며, 둘째는 공직자등 공공부문의 부패가 항상 문제의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이러한 도덕적 해이와 물질적 탐욕이 사회전반에 만연하여 공익을 희생해 개인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데 익숙해져 사회가 “원자화된 입자들의 집합”처럼 탈규범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시장 만능주의자들이 항상 대단한 철칙처럼 떠들어대는 말이 있다. ‘민간의 실패보다 정부의 실패가 크다’ 그러니 시장에 맡겨두라 라는 기만인데, 자본주의 역사 이래 이러한 양상이 드러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는 것이며, 오히려 민간의 실패가 국가 체계를 붕괴시키고 국민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는 것이 비일비재한 실상이다. 아일랜드의 경우만도 ‘아이리시 뱅크’ 단 하나의 은행 손실만으로도 국가 조세수입 4년 치를 깡그리 집어삼켰으며, 이로인해 부도덕한 금융자금으로 돈을 번 자들의 부실을 국민들이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떠안고 허덕이는 현실이 증명한다. 또한 아이슬란드는 민간 금융기관이 저지른 부실을 재무부와 중앙은행이 떠안았으며, 정부의 시장 불개입의 목소리를 높이던 신자유주의자들의 나라인 미국 역시 금융시장의 붕괴로 막대한 정부 재정자금의 투입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봉쇄한 것은 이젠 얘깃거리도 되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 손의 신화는 시장 만능주의자들의 기만적 망상일 뿐이며, 몰염치한 탐욕의 위장 논리에 불과하다.


이것은 사회전반에 만연한 자기중심적 이익추구를 취해 공익을 희생시키는 황금지상의 무절제한 탐욕으로 연결된다. 그리스의 국가 부도 위기는 “나라 자체가 문제”라고 하는 이 책의 지적에서 이러한 현상을 상세하게 목격할 수 있다. 의사, 변호사 등 개인 전문직 사업자들의 탈세는 세무공무원과 사회의 기득권적 우월이 연계하여 일상적이 되고, 금융은 미래수입을 증권화하여 자금조달을 일삼으며, 라디오 아나운서, 음악인이 중노동으로 분류되어 50세면 연금수령을 받기 시작하는 그야말로 국가 전체가 거짓과 탈세의 부패로 부글거리는 사회라는 것이다. ‘죄의 용서’외에는 아무것도 팔 게 없는 수도원조차 부동산 투기로 재산을 불려나가며, 공립학교 교사 수는 복지국가 핀란드의 4배에 이르는 등 국가전반의 도덕적 해이가 갈 때까지 갔음에도 그들은 자신들의 무절제한 탐욕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무한적 이기주의에 매몰되어 있어 4000억 달러의 미상환 대외부채, 정부연금 부채가 8000억 달러에 이르러 국가도산 상태에 이르고, “도둑질로 살아가는 나라”라고 세계가 혐오와 증오의 시선을 보내고 있음에도 그리스인들은 여전히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이들과 다를까? 심화된 정도에 다소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거의 닮은꼴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교회들은 저마다 엄청난 부동산 재산에 열을 올리고, 전문직종의 개인 사업자들의 세금 탈루는 새삼스런 얘기도 아니다. 저마다 지역과 집단 이기주의로 공익과 대결하는 것이 바로 한국의 현주소 아니던가?


여기에 더해 금융시장의 부도덕이 국가를 파국으로 몬 대표적인 나라, 아이슬란드의 상징적인 일례는 일명 자해(自害)상품이라 불리는 신용부도스와프(CDS), 즉 금융시장 살상무기로 자기 목을 따버린 집단적인 자기 파괴의 교훈을 보여준다. 빌려온 대외자금으로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고, 그래서 경쟁적으로 가격은 급등한다. 그러나 정작 실수요도 없이 자기들끼리 만들어 낸 거품에 흥청대다가 하루  아침에 휴지가 되고 폐허가 되어 그 손실과 빚더미에 스스로 몰락하는 자가당착, 바로 ‘부메랑’에 제대로 얻어맞은 것이다. 이러한 도덕성 상실은 한결같이 지배층과 공직자들의 자세와 연결되는데, 특히 그리스나 미국 지방정부의 공무원들이 보여주는 실질임금 및 연금에 대한 집단 이기주의이다.  늘어만 가는 공공부문의 지출에 국민과 주민 스스로가 볼모가 되고, 이는 악질적 부채가 되어 서로를, 사회전체를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저마다 자기 것만을 최대한 많이 챙기려다 공멸하는 사례이다.


대출자와 대출기관을 연결시켜주기 위해 존재하던 금융시스템이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리고 자해상품까지 만들어내며 미래수입까지 끌어다 뻥튀기하는 부도덕성이 마치 기발한 금융기법이나 되는 양 까불대다가 국가와 국민 경제 전체를 말아먹는 것, 게다가 공직사회의 부패가 어울리고, 절제를 상실한 사회전반의 자기중심주의의 이익이추구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이처럼 확인케 된다. 국가부도나 경제시스템 붕괴는 결과적으로 재정적인 것이 본질적 원인이 아니라 사회문화 전반에 퍼진 정신의 몰락에 있다는 것이다. 사회 모든 측면에서 스스로 절제하는 기능을 상실했음을 의미한다. 파충류의 뇌처럼 보상경로를 억제하지 못하고 침을 질질 흘려대는 동물적 본능만이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본질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내면의 성찰, 인간 정신의 복구는 이제 뒤로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인류의 과제라 할 것이다. 세계금융 및 경제시스템의 문제를 마치 여행 에세이처럼 자연스런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 이 책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이처럼 분명하다. “변화의 대상은 사람이다!”, “질병은 문화에 있다!” 현재를 충족시키기 위해 미래를, 도덕성을 착취하는 경제는 결국 자기가 던진 부메랑에 맞아 죽을 것이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