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면허 프로젝트 - 드로잉 기초부터 그림일기까지, 삶을 다독이는 자기 치유의 그림 그리기
대니 그레고리 지음, 김영수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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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신만의 이야기를 쓸 때면 머리에 떠 오른 그 상상의 이미지를 글 옆에 그려 넣어 남기고 싶은 욕망이 일곤 했다. 이와는 반대로 눈앞에 펼쳐진 어떤 이미지를 빠르게 그려서 이를 글로 연결시키고 싶을 때도 있곤 했다. 그러나 번번이 그리기 능력이 젬병인 자신을 원망하고 아쉬워하는 것이 전부이었던 터에 이 저작은 그야말로 나에게는 맞춤인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보이는 것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그려야 할지, 그림공부라곤 어린 시절 미술시간에 의무적으로 수행했던 기억이 전부인 내게는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이고, 시도조차 엄청난 두려움이라 해야 할 것이었다. 이제 우리들 삶의 과정과 별반 다르지 않은, 대학졸업하고 번듯하다는 직장에 들어가고 그 조직에서 성장하는 것이 인생 최대의 목표이자 의당 그러해야하는 것이 삶이라고 여겼던 사람, 저자인‘대니얼 그레고리’의 진솔한 그의 이야기를 통한 그림그리기의 설명, 조언은 자신감과 긍정, 그리고 용기를, 나아가 순수한 마음으로 어떤 저항도 없이 그리기를 따라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 책은 성인이 되어 그림그리기에 첫 도전을 하는, 아니 “세상을 다양하게 보고 느끼며 그걸 설명하기 위한 연결고리를 짓는 일”에 처음 나서는 우리들에게 어려운 첫 걸음을 떼게 해 준다. 나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해주는 친절한 초보적 설명에서부터 혹 포기하려는 마음까지 다잡아주고, 한편으론 자극하며, 용기를 잃지 않고 꾸준히 완성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길을 안내한다.

이처럼 그림 그리기의 길잡이는 물론 저자의 성숙한 삶의 조언들과 어울려 엄격함과 사랑을 가진 한 명의 미술선생님이 옆에서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느낌을 받게 한다.

그래서“자신의 참 모습을 부정하고 창조의 불씨를” 계속 억누르며, 결국 일상의 무기력함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더 없이 편협해진 우리들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강력하고 찬란하고 놀라운 창조력을 깨워준다.
잘 나가는 대형광고기획사의 간부직, 그러나 “더 이상‘관리감독 아래’있지도‘성공의 사다리’를 오르지도 않는” 자신의 자유로운 영혼을 위한 새로운 행보는 매일의 얽매인 일상에서 주춤거리는 우리에게 우리들의 가치, 능력을 깨우치게 해 준다. 
드로잉 하기, 그림일기 만들기, 충격주기, 예민해지기, 극복하기, 평가하기, 정체성 찾기, 확장하기에 이르는 일련의 그림그리기에 대한 치밀하고, 세심한 실기에 대한 설명들은 경험에서 우러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어, 정말 책에서 도망칠 수 없을 정도로 붙들어 준다.

어느덧 나는 펜을 들고 그의 지시에 따라 드로잉 연습에 착수한다. 내게 이러한 용기를 부여하는 책이라니! 내겐 아무런 이의도 저항감도 일지 않는다. 절대적으로 신뢰케 하는 그의 가르침을 계속해서 따라가고자 하는 의지가 솟구친다.
“중요한 것은 보는 것이다. 지금 보는 것과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 선입견을 버리고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 정말 그렇다는 것을 느끼면서 “세상을 좀 더 자세히 관찰 할 수 있게 훈련”이 되는 자신을 발견케 된다. 그렇다고 내내 친절하지만은 않다. “친절함과 위로는 때론 최악의 승객”이 되는 법. 포기하려 들면 그는 우리를 마구 자극해댄다. 이 책을 손에 들면 누구나 자신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단 숨에 읽어버리고 책장에 치워둘 책이 아니다. 내겐 고마운 삶의 스승으로 나의 그림그리기가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오를 때까지 귀중한 길잡이가 되어 줄 터이다.

“삶을 더 명확하게 보게 되면 그림도 더 잘 그릴 수 있게 된다.” 정말 멋진 말이지 않은가? 삶을 다독이는 치유의 그림그리기라는 이 책의 부제는 정말의 사실이다. 지금도 나는, 나의 집 거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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