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볼 1 - 워런 버핏과 인생 경영 스노볼 1
앨리스 슈뢰더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 최고의 부자, 자산운용∙투자의 귀재, 천문학적 재산의 사회 기부라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천을 천명한 기업인 등 수없이 많은 수식어가 따라붙고, 그의 탁월한 경영안목과 삶의 철학을 연구 분석하고, 인생계발의 역할 모델로 내세운 저작들이 그칠 줄을 모른다.

작은 '눈 덩이(snowball)'가 거대한 눈사람이 되듯 엄청난 부를 일궈낸 그의 투자기법에 맞추어진 책, 그의 경영관, 인간관계론, 경제전망에 이르기까지 조명하는 관점을 달리하며 한 인물의 탐구에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2,000쪽 가까운‘워렌 버핏’의 이 자서전은 시중의 그 많은 저작들이 보여준 관심을 한 방에 날려준다. 극히 사적인 가정사에서부터 성장과정, 성품의 형성, 미숙한 사회성과 대인관계의 발전적 노력, 사회적 성취를 향한 일련의 과정, 시련이나 성공의 결정적 순간에서의 행동, 주식중개인에서 자산운용, 기업인수자로서, 또한 선배 기업들과 동료와의 관계 등 한 인물의 망라된 진면목을 확인 할 수 있다.
특히 워렌 버핏 자신의 집필로서 기술된 자서전이 아니라는 점은 자칫 주관적 감성이나 자기연민, 불필요한 자기합리화나 주장과 같은 왜곡, 미화의 편향이 상당부분 배제되어 시종 냉정함과 담담한 객관적 읽기를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위대한 인물이라거나 영웅의 족적을 담겠다는 그 어떠한 허위나 과장 그리고 수치와 결핍과 같은 의도적인 은폐까지도 차단하려 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병뚜껑을 수집하고, 신문을 배달하는 소년에서, 사업하는 대학생으로, 전문 주식중개인에서 엄청난 수탁자산을 운용하고 거대한 금융제국으로 나아가는 행보가 연대기의 형식을 가지고 서술되고 있다. 수백에 이르는 사람들과의 인터뷰, 서신과 언론기사, 기업자료, 직접의 술회까지 방대한 자료의 진정함과 노고가 배어있다.
오늘에도 오마하의 버핏 사무실에 걸린 하원의원을 지냈고 주식 중개사업을 하였던 아버지 ‘하워드 버핏’의 사진이 걸려있는 정경은 그의 성장과정에서 아버지의 이해와 격려가 보내준 존경과 사랑의 마음이 짙게 스며있음을 느끼게 한다. 보수성향의 공화당원이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비로소 드러내는 워렌에게서 겸양과 배려, 존중의 정신을 본다.

동전과 우표를 수집하고, 낡은 중고차를 사서 대여하거나, 이발소에 핀볼 게임기를 설치해서 수입을 창출하고, 신문배달의 영역을 확대하여 자신과 싸우는 도전과정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어린 소년 워렌의 일화에서 세계최고의 돈(money)수집가가 된 부호의 가능성을 본다면 너무 상투적인 인식이 될까.
『천 달러를 버는 천 가지 방법』이라는 책자에 황홀해하며, “기회가 문을 두드린다. ~ 中略 ~ 작은 돈을 가지고 자기사업을 시작하기에 지금처럼 유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이야기에 자극되어 사업아이디어를 찾아내고 실행에 옮기는 소년의 집요한 행동에서 성취를 향한 집념을 읽어내는 것은 감동과 경외가 아닐 수 없다.

나이 스물에 수 만 달러의 자기자본을 만들어내고, 그의 인생 내내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친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서의‘벤 그레이엄’으로부터‘안전 마진(margin of safety)'과 “주식시장의 가치는 궁극적으로 경제적인 산출결과를 반영할 뿐”이라는 배움은 정의롭고 건강한 자산운용의 철칙이 된다. 온갖 편법과 부정한 방법으로 막대한 자산을 굴리다가 시장을 훼손하고 사라지는 오늘의 많은 증권, 금융 자산 운용가들에게 시사(示唆)하는 바가 큰 대목이다.
오늘날 버핏 제국의 중심이 된 기업들, 특히 뉴베드퍼드의 작은 의류공장이었던 ‘버크셔 해서웨이’를 비롯해 블루칩 스템프, 가이코, 디버시파이드 리테일링 컴퍼니, 내셔널 인뎀너티, 시즈 캔디스 등의 투자와 인수과정의 생생한 이야기들은 전설처럼 보이던 세계최고의 투자그룹의 형성과정과 교훈들을 제공한다.
또한, 오마하 선, 버펄로 이브닝 뉴스의 소유와 워싱턴 포스트 등 언론사의 투자에서 사회정의에 대한 그의 신념과 언론매체의 권력으로서의 힘에 대한 이해가 그의 사회적 네트워크 구축과 금융제국 건설에 어떻게 작용하였는지를 설명한다. 
 

한편 “잔인하고 인정머리 없는 어머니”라고 까지 표현되는 어머니‘레일라’와 갈등을 겪는 내성적이고 비사회적 성품의 남편에게 “자기 확신과 안정성이라는 재능을 내면화”시켜준 헌신적이고 지혜로운 아내 ‘수잔 톰슨(일명 수지)’에 대한 사랑과 연민은 잔잔한 감동과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생각게 하여 이 자서전을 한층 격조(格調)높고 풍요롭게 한다.
워싱턴 포스트의 상속녀이자 회장인‘케이 그레이엄’과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우정, 돈과 사업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집념 등 아내를 떠나게 하는 사연과, 부유한 가정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특권의식을 느끼지 않고 자립적인 인간으로 성장하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수지와 워렌의 노력 등에서 남자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워렌을 볼 수 도 있다.

“탐욕스러운 젊은‘자산 운용의 마법사’들 사이에서‘바빌론의 청교도’라고”까지 묘사되는 워렌 버핏의 이 방대하고 걸출한 일생의 기록에서 ‘합리성과 정직’이라는 가치, 확실한 전문가로서 인정 받기위해 강한 집념과 근성을 놓지 않은 신념과 행동, 장기 투자가로서의 자산운용과 일화들, 이러한 일련의 관계에서 맺어진 탁월한 인적자산들을 목격 할 수 있다.
신문팔이 소년이었고 식료품점 아들이었던 아버지 하워드 버핏, 출생으로 결정된 사회적 지위와 상대적 박탈감을 이해한 소년이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기까지의 갈등과 화해, 불안과 안정, 성취와 좌절, 사랑과 이별, 그리고 부에 대한 신념이 놓칠 것 없는 압축된 이야기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다.

증권, 선물, 자산운용 등 금융업관련 종사자는 물론, 인생의 가치와 저마다의 삶의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자서전은 탁월한 역할 모델이 되어 줄 것이다. 한 번 읽고 책장에 꽂아 둘 저작이 아니다. 한 인간을 사로잡았던 삶의 영역은 물론 그의 결핍과 무관심과 무지, 그래서 놓친 삶의 영역에서 조차 80년 세월이 담긴 이 불세출의 인생기록에서 무수한 자양분을 끊임없이 조달 받을 수 있다. 부모가 아들, 딸들에게, 그리고 또 그들의 딸, 아들에게 이어져 읽어나갈 아마 최고의 인생사전이라 함에 어떠한 손색도 없을 것이다.

「단기적으로 보자면 시장은 투표지 계산기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체중계입니다. 체중은 계속 변합니다. 하지만 투표지 계산은 단기에 끝납니다...」 - 1999년 선 밸리 리조트 연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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