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사와 비난이 엇갈리는 비평이 공존하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작품, Ada, or Ardor: A Family Chronicle(에이다, 또는 열정: 어느 가족 연대기), 이후 에이다로 표기함의 국내 번역판이 존재하지 않는 아쉬움, 혹은 미련 때문에 이 조잡한 잡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나보코프 작품에 대한 대중적 몰이해는 소아성애의 소재로만 읽히는, 다시 말해 오독만 난무 하는 Lolita;롤리타정도로만 기억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만 다행스럽게도 Pale Fire(창백한 불꽃이 번역 출간되면서 독자들의 나보코프 작품에 대한 지적 모험심을 한 단계 상승시켜주기도 했습니다. 사실 Pale Fire(창백한 불꽃은 문학적 단어 놀이랄 수 있는 애너그램(anagram)에서부터 다층적 서사, 극도의 조밀한 암시 등 매우 복잡한 글쓰기로 독자를 좌절의 지점에 내몰기까지 하는 아주 도발적인 복잡한 소설이었습니다. 롤리타 또한 단순한 비극적 사랑과 집착으로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아닙니다.

 

성애에 대한 묘사를 읽는 사람들은 위선적 이중성을 보이곤 합니다. 즉 대상화해서 소비하려는 욕망에만 매몰되어 알고 있는 편협성에 기초한 말만 중얼거리죠. 나보코프는 대중들의 Lolita;롤리타를 소비하는, 즉 독해하는 방식을 보고 고통스러워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혹자는 에이다; AdaLolita;롤리타를 오해한 사람들의 무지를 조롱하기 위해 집필되었다고 하기까지 한답니다. ‘에이다근친상간이라는 위반된 금기를 소재로 하고 있거든요. 에이다의 묘사는 대중적 표현으로 하자면 수위가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에이다; Ada는 그 감상을 단순 명쾌하게 기술할 수 없을 만큼 독해의 장애물이 무척이나 많은 소설입니다. 일단 연대기 자체도 구조의 혼란을 정리 할 수 있어야 하고, 호흡이 긴 문장을 따라가며 집중을 놓지 않을 것이 강요됩니다. 역시 애너그램, 대체 역사, 다층적 내러티브와 소설의 배경인 ‘Anti-Tera(안티 테라)’ 등 우주 해설까지 그야말로 환각과 공상 아닌 공상을 오가는 상상으로 한 마디로 녹초가 되게 하는 난해하다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럼에도 프랑스 작가 에릭 오르세나두 해 여름;Deux E'te's에서 나보코프의 에이다;Ada번역의 열기로 채워진 섬의 분위기를 묘사하며, 섬의 어디에나 색정의 기운이 감돌고 있음을 느낌으로 알고 있었다. (中略) 향긋한 냄새로 미루어 근처 어디에선가 교접이 한바탕 벌어지고 있으려니 짐작하고 있었다.”고 전하기도 하듯이, 에이다;Ada는 아름답고 어떤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기술한다면 테라와 안티-테라로 불리는 쌍둥이 행성을 배경으로 한 천재 남매 사이의 뜨거운 사랑에 얽힌 해설사라 할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거주하는 세계는 안티-테라이지만 이들은 테라에 대한 환상을 지니고 있죠. 에이다와 밴 빈이 주역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사적 연대는 대략 19세기 후반인 1884년이 소설적 사건의 시기이고, 이들 주인공은 안티-테라라는 세계에서 극도의 부를 축적한 귀족의 신분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사실 두 남녀의 사랑의 불꽃을 위한 시간을 초월한 투쟁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한편, 우주의 다차원 공간을 설명하는 물리학의 브레인(brane; )이론을 토대로 한 4차원의 갇힌 브레인의 상상을 통해 새로운 관찰자적 시점을 생각하게 하며, 무수한 학문적, 정치적, 과학적 제재들로 인해 복잡다단하게 설계된 퍼즐처럼 산개(散開된 장면들과 대사들을 맞추는 작업을 요구합니다. 어쩌면 제임스 조이스의 반향(反響)인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달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19세기의 러시아 소설도 떠올리게 하는 정말 기이한 감응에 빠져들게 하는 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러시아어, 프랑스어, 영어가 혼용되어 사용되었을 뿐 아니라 단어 놀음까지 더해져 어학 역량이 천박한 사람인 저에게 이 작품의 이해는 한계를 가지게 합니다. 나보코프 문학의 관문이기도 한 문학적 언어 놀음과 퍼즐로 가득 찬 이 작품의 국내 번역을 기대하는 바람이 간절해집니다. 나보코프의 공식 완전판으로 불리는 단편 전집의 발간에 즈음한 독자의 아쉬움의 변()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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