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이르러 오늘의 약탈적 자본주의 이후의 미래사회에 대한 구상들이 곳곳에서 논의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즉 자본주의의 내재적 속성인 착취 및 약탈 대상의 현저한 축소와 고갈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경제 성장이 거의 멈추는 선진국들, 즉 기존의 산업국가들은 더 이상 새로운 착취대상인 국가와 영토의 식민화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자원채굴을 비롯해서 수요와 시장 확보가 여의치 않아졌으며, 신흥공업국들의 도약은 이러한 상황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상은 전혀 새로운 가치관을 지닌 정부들을 탄생시켰는데, 바로 도널드 트럼프가 이끄는 민족주의적 신자유주의라는 것이다. 안으로는 국가의 안보불안, 인종적 갈등을 부채질하며 애국주의의 결집을 호소하며 보호무역의 벽을 두르고, 밖으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외치며 자신들의 획일화된 경제정책의 지배에 복종할 것을 강제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같은 현상이 하나의 상대국으로서 한국이라는 우리에게 중대한 의미일 뿐 아니라, 작금의 자본주의가 처해있는 현실의 적나라한 반영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는 점이다. 유엔 볼리비아 대사와 대외무역장관을 지낸 파블로 솔론이 마치 이 같은 상황을 예견한 듯이 지적한 말이 있다.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미국의 경우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계획된 분쟁을 일으켜 개입하고,

든든하지 않은 동맹국들의 의지를 실험하기 위해 빈번하게 흔들어대는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통해 상실된 성장의 자원을 충당하여야 하는 압박에 시달릴 것이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북한의 핵문제는 한계에 이른 미국의 자본에게 안성맞춤의 레버리지로서의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물질적 토대와 단절된 성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끝없이 성장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성장 없이는 자기실현을 할 수 없다는데 그 이유가 있다. 결국 자본 자신을 위해 인간에 대한 착취, 무제한적인 자원의 발굴과 생산주의의 강화가 요구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다.

 

이에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것이다. 즉 자유무역협정의 재협상이나 상대국의 무역정책에 직접적 간섭(관세부과 등)을 통해 위기에 처한 자신들의 자본 팽창을 위한 투기시장의 확대 및 금융화를 촉진시키는 방법이다. 둘째는 케케묵은 군사주의적 세계주의를 부활하는 것이다. 즉 군산복합체(軍産複合体)를 통한 성장축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쟁 대상국이 필요하다. 불꽃놀이 비용을 충당할 자원이 있는 한국의 경제력과 북한의 자원은 성장이라는 자본의 물적 토대를 조달하는데 최고의 먹잇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느슨한 동맹국인 한국의 입장으로 인해 미국이 과거처럼 강행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클 것이다. 차선책은 다양한 정치 군사 외교적 수단 - 협박, 위협, 유화 등 - 을 통한 무혈입성으로 새로운 자원식민지를 확보하는 방안이다. 따라서 지금 진행되는 많은 장애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나 미국의 대북 협상은 필연적인 방향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일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을 비롯한 북한과 미국, 중국과 미국 사이에 벌어지는 요동치는 정황은 자본주의가 지닌 태생적 내재성에서 연유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행성 지구의 자원은 유한하다. 무한한 성장이라는 물적 토대가 없는 자본은 존재할 수가 없다. 따라서 자본은 남은 한 방울까지 쥐어짜내야 하는 길목에 서있다. 탄소배출권처럼 자연을 서비스화하고 상품화하는 소위 녹색주의까지 동원하여 자본의 순환로를 만들어내야 하고, 급기야는 합성생물학, 로봇공학,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신생기술을 동원한 기술진보를 이용하여 물적 성장에 전력을 기울인다.

 

그런데 이것은 너무도 무한한 부조리와 불평등과 부패와 부당함과 황폐와 파괴, 멸종이라는 비가역적인 양상과 마주하게 한다. 이 모든 것을 자본주의 위기의 만성화라 부른다. 일자리는 점진적으로 감소하며, 자연의 약탈과 착취는 최후까지 지속될 태세다. 인간은 소외되고 생태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지며, 극단적인 부의 양극화는 새로운 계급사회로의 이행을 예고하며, 권위주의의 부상과 민주주의의 퇴행을 재촉한다. 자본주의를 비롯한 인간중심주의, 가부장제, 생산주의, 금권정치, 채굴주의 등 오늘의 우리들을 지배하는 이러한 논리는 지구 시스템의 위기를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마침 자본주의는 물론 인류의 삶을 옥죄는 양식들을 극복하기 위한 포스트 자본주의에 대한 논의들이 시선을 끈다. ‘탈성장’, ‘탈세계화’, ‘여성생태주의어머니 지구의 관리’, ‘커먼즈’, ‘비비르 비엔탈자본주의를 위한 이념들과 실천방안을 제시하는 다른 세상을 위한 7가지 방안이라는 새로운 가치체계에 대한 탐색과 논의의 저술이 현재의 우리들에 체화된 가치의 전환을 모색케 한다. 자본의 야만성을 떨치고, 자연의 순환을 존중하고, 인간 개체와 공동체와 자연이 공존하는 전체로서의 균형이라는 새로운 전망을 생각게 한다. 또한 권력의 논리에 매몰되지 않는 자율적인 대항 권력으로서의 공동의 자기관리 조직인 커먼즈(Commons)와 재생산과 돌봄의 주체인 여성과 자연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자극하며 각 전망들의 사안들을 폭넓게 사유하는 터전을 제공한다.

 

이와는 달리 메뚜기와 꿀벌이라는 약탈과 창조의 은유를 통해 자본주의의 두 얼굴을 성찰하는 저술은 자본주의의 극복이 아닌 인간친화적인, 인간의 삶을 중심에 둔 자본주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 논리에는 녹색산업이라는 소위 자연의 상품화를 자본주의의 미래적 대안 요소라 설명하는가 하면, ‘성장개념을 효율성이나 기업가 정신을 통해 인류를 위해 더 나은 창조적 모색이 가능하다고까지 주장한다.

 

아마 효율성이란 말처럼 허망한 말도 없을 것이다. 생산과 소비 효율성이 증가하면 총생산 규모가 순식간에 증가해서 자원의 소비는 바로 상쇄되고 만다. 이건 이미 19세기 경제학자 제본스리바운드 효과(rebound effect)'로 입증된 것이며, 오늘날 실제로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 향상이 전체 생산력 증가로 너무도 빠른 시간 내에 상쇄되어 버리고 있음이 증명하고 있다. 질적 성장이라고 하는 기술진보에 의한 자원의 무한한 조달이 가능하다는 망상에 입각한 공상적 유토피아가 아닌가 의심이 든다. 아무튼 자본주의의 내적 속성인 파괴약탈적 측면을 인식하고 자본주의의 미래 구상을 제시하였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지닌 저작이라 하겠다. 우리들 모두 조화롭고 안온한 삶을 꿈꾼다. 자원의 절제, 소박함을 중심으로 하는, 자연의 돌봄자로써 새로운 가치를 위한 대안 건설을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국면에 이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참고 도서*

(1)다른 세상을 위한 7가지 대안, 파블로 솔론 外 共著 (2018, 착한책가게 )

(2)메뚜기와 꿀벌, 제프 멀건 (2018, 세종서적 )

(3)권력의 포르노그래피 테러, 안보 그리고 거짓말, 로버트 쉬어 (2009, 책보세 )

(4)노로는 충분하지 않다, 나오미 클레인 (2018, 열린책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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