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양장)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 Memory of Sentences Series 4
다자이 오사무 원작, 박예진 편역 / 리텍콘텐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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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다자이 오사무'라는 인물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 이 책이 그의 주요 작품을 언급하고 있으니 먼저 그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 알아보자.

그는 1914년 일본 아오모리현 유복한 정치가 집안의 11남매 중 열째이자 여섯째 아들로 태어났다. 겉보기의 안정된 삶과는 달리 내면 깊숙이 고독과 소외, 정체성 혼란에 시달렸다. 젊은 시절부터 문학과 좌익사상에 심취했고, 거듭된 자살 시도와 마약중독, 불안정한 연애와 결혼 생활은 그의 삶을 파곡으로 몰고 갔다. 결국 1948년 출간한 '인간실격' 이후 그의 연인과 함께 강에 투신하며 짧았던 삶을 마감하고 만다.

일반적으로 유복한 가정에 태어나면 다들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보게 마련이지만 그것 때문인지 그는 유복함에 대한 부채감과 약물 중독 등으로 죽기 전까지 여러 차례의 자살 기도 등 평생을 불안과 자기혐오 속에서 살았다.



지금의 나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다.

그저 모든 것이 흘러갈 뿐이다.

내가 지금까지 아비규환 속에서 살아온 이른바 '인간'세계에서,

단 하나 진실처럼 느껴졌던 것은 그것뿐이었다.

p50

저서 '인간 실격'에 나오는 문장이다. 주인공 이름은 요조인데 다자이 자신을 투영한 인물로 보인다.

불행이라는 감정보다 오히려 더 좋지 않은 것은 어쩌면 이 감정조차 느끼지 못하는 상태일지 모른다. 행복도 불행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어떤 사건이나 감정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감정이 완전히 메말라 버린 상태로 보인다.

다음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흘러갈 뿐이라는 문장은 내일에 대한 '희망' 없이 하루하루를 그냥 보내며, 인생은 그저 '지나가는 것'에 불과하다는 의미로 느껴진다.

이 책 출간 후 자살로 생을 마무리한 만큼 그의 허무가 정점에 달한 감정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마 느낄 수 있다.



안경을 벗고 멀리 보는 것을 좋아한다. 모든 것이 흐릿해지고,

마치 꿈처럼, 들여다보는 그림처럼 멋지게 보인다.

더러운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크고 선명한 것, 강한 색채와 빛만이 눈에 들어온다.

p77

이 부분에서 인용한 '여학생'이라는 책은 앞서 살펴보았던 '인간 실격'과는 다르게 절망의 심연에서도 놓지 않았던 삶에 대한 애착과 미련을 느낄 수가 있다. 시간 상 먼저 발표한 작품이다 보니 작가의 감정이 극에 도달하기 전이라 이런 감정을 느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삶은 본질적으로 고통이며, 인간은 그 그통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그에게 있어서 삶은 매일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거기에서도 그는 사소한 것들에서 아름다움을 느꼈고, 그 감정을 이 책에서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거창한 목표 때문은 아닐 것이다. 하루하루의 버거운 삶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아주 사소한 미련 때문에 삶을 지속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별로 기쁘지도 않았고, 그저 "인간 답지 못하면 어때.

우리, 살아 있기만 하면 되는 거야"라고 말했다.

p205

이 책은 '비용의 아내'라는 책으로 15세기 프랑스 시인 프랑수아 비용을 가리키는 말로 방탕한 범죄자였다. 여기 등장하는 남편이라는 인물도 비용처럼 방탕한 삶을 살고 아내는 희생을 통해 묵묵히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우리는 촛불을 희생의 대명사처럼 얘기한다. 스스로를 태워가며 주위를 밝히는 것을 희생이라 할 수 있지만, 인간의 삶은 그렇지 못하고 미움받거나 버림받을 용기가 없어 억지로 버텨내며 자신을 망가뜨리는 것을 '희생'이라고 포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심지가 다 타고 나서야 발견할 수 있었던 온전한 나 자신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기 삶을 살아라는 저자의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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