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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GO+ing 인디고잉 Vol.61 - 2018.겨울
인디고잉 편집부 지음 / 인디고서원 / 2018년 12월
평점 :
학생들의 소통하는 인문교양지
#인디고 서원
몇 년 전, 독립서점에 관심을 가지면서 부산에도 오래된 독립서점이 하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곳에 한 번 가보리라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 최근에야 다녀왔다. 처음 생각했던 독립출판물만을 판매하는 서점은 아니었지만, 청소년과 청년들이 소통하며 사회운동이나 책과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커뮤니케이션형 인문서점이라는 점이 오히려 더 좋았고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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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갔던 날, 1층에선 중고등학생이 서점 일을 돕고 있었고 2층엔 대학생이 업무를 보며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3층에는 또 다른 중고등학생들이 모여 토론을 하는 모양이었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실내 곳곳에 놓인 화분들 때문인지 참 따뜻한 느낌의 공간이었다. 식물들도 학생들도 모두 파릇한 느낌이 들었다.
#인디고에서 만드는 책
‘1인 독립출판물’이 있지는 않았지만, 2층 평대 한쪽으로 ‘인디고 서원 엮음‘ 또는 ‘인디고 프로젝트팀’이 쓴 책들이 놓여있었다. (창립자 허아람님의 책도 보였다) 그 양이 꽤 많았고 그걸 통해 그들이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도 짐작할 수 있었다. (인디고 서원 홈페이지 ‘북스토아 - 인디고 아이들이 펴낸 책’ 카테고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 책들에 모두 ‘궁리’라는 출판사명이 붙어 있어서 처음엔 자체 출판사인가 생각했는데, 물어보니 그건 아니고 처음에 자신들의 책을 출판해주어 계속 그곳에 맡기고 있다고 한다. 사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았지만 일단은 서점의 대표작인 <인디고잉>을 사기로 했다. 표지 아래에 적힌 “삶이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도록”이란 타이틀이 마음에 들었다. 유행을 타는 잡지가 아니라서 이전 호들도 충분히 볼만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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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직접 만든 인문교양지 <인디고잉>은 부산에 위치한 인문서점 <인디고 서원>에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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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이라면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한 내용이 많이 실려있다.
#소통의 인문학
기자 이름 옆에 적힌 14살, 16살, 18살. 청소년과 청년들이 주체이고 어른들이 까메오로 출연하는 교양지라니 새로웠다. 글의 수준도 높았고 기획과 구성 역시 나이를 잊게 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기사에서 다룬 주제들이다. 정의, 참된 삶, 장애와 차별, 환경 오염, 이민자 문제 등 어른들도 다루기 힘든 주제들을 다루고 있었다. 철학과 역사만 찾던 내가 인문학에 대해 한 수 배운 느낌이다. 생각하고 토론하고 정리하는 자세, ‘소통’이 인문학의 근원이라는 것을 깨우치게 했다.
#인류애
굳이 단점이라면, 전체적인 방향이 ‘인류애’적인 성격을 보인다. 예를 들어 죄수들의 교도시설이나 외국인 이민 문제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에서 읽는다면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자세가 현재 ‘스카이캐슬‘로 대변되는 대한민국에 만연한 물질만능주의, 학벌만능주의를 해체시킬 수 있는 근간이 되리라 생각하기에 나는 지지하고 싶다. 서로 헐뜯고 짓밟는 세상에선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 누군가의 말처럼 서로가 적수일 뿐이라면 죽어서가 아닌 바로 여기가 지옥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