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가장 억울하게 죽었을까?
김승열, 김혜진 지음 / 머쓰앤마쓰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죽음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죽음 생각해보기


#10가지 죽음 이야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각각 다른 10가지의 죽음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독립출판물이고 오키로북스에서 샀다. ‘머쓰앤마쓰’는 크리에이티브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집단이라고 한다. 이름은 ‘세상을 놀라게 (머)리를 (쓰)고 세상을 움직이게 (마)음을 (쓰)자’에서 따온 것 같다. 광고인 냄새가 물씬 나는 문구다.


#죽음 방송과 사연
평소 서프라이즈를 좋아하는 나이기에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그냥 이끌리는 대로 샀었는데 기대한 대로 좋았다. 그런데 실제 있었던 사실만을 담은 것은 아니고 사실과 상상을 결합한 픽션의 형태였는데 그 점은 흥미로웠다. 단순히 이야기를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죽음 이야기를 들려주는 가상의 ‘죽음 방송’과 ‘BJ’를 만들어서 ‘죽음 사연’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작은 책에 참 다양한 구성을 넣었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가장 억울하게 죽었을까요?”라고 질문하는 사람이 바로 그 BJ인 것이다.



#고르기 힘든 일
죽는 사건 자체는 실제로 있었거나 있을법한 일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누가 가장 억울하게 죽었는지’를 고르기가 참 힘들다. ‘날씨’처럼 어이없는 것 때문에 죽는 사연도 있었고, ‘가족’을 위해 노력하다 죽은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또 ‘사랑’이나 ‘자존심’처럼 허무하긴 하지만 이해는 되는 죽음 사연도 있었다. 하지만 그 사건만을 놓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이전에 따라붙는 그 사람의 이야기가 함께 적혀 있기에 쉽게 결론짓지 못하는 것 같다.



#행적
우리는 왜 죽음 사연에 관심을 가질까? 그리고 죽은 사람의 행복했던 이전의 이야기보다는 마지막 행적에 대해서만 기억하는 걸까? 가끔 그 사람의 행적에 대해 보도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에 돌아가신 고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장. 그분이 변을 당한 날이 기사화될만한 이슈이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분이 살아온 행적에 대해 감동하고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우리 동네 김모 할아버지가 죽은 채 발견되었다고 가정을 해보자. 그러면 신문에는 ‘90세 할아버지의 고독사’라는 짤막한 기사만 하나 나올 뿐 그분의 그 어떤 행적도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 결국 기사를 접한 사람들의 안타까운 마음은 짧게 지나가고 ‘고독사’라는 다음 주제에만 집중하고 만다.



#한 인터뷰
최근에 한 화재 사고가 있었다. 집에 불이 났는데 60대 부부가 불 속에서 탈출하고 보니 팔순 노모가 보이지 않았던 것. 그래서 아들인 60대 남편이 바로 구하러 들어갔지만 결국은 돌아오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이런 일은 뉴스에서 흔하다. 화재로 일가족 모두가 죽는 경우를 매달 한, 두 건씩 보는 것 같다. 그래서 무뎌진 감정에 나도 그냥 지나쳤을 기사였다. 그런데 뉴스 중간에 동네 주민 인터뷰가 내 마음을 강하게 때렸다. 그분의 말로 ‘평소에도 아주 효심이 깊었고 항상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위해 자주 모시고 나와 햇볕을 쬐어드렸다’는 이야기였다.



#억울한 죽음
인간에게 죽음은 그 자체로 억울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평생에 거쳐 자신이 죽으면 안 되는 이유를 만들려 노력하고 노력한다. 하지만 결국 그 끝은 죽음이라는 운명뿐. 몰라서 그러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두렵고 억울한 것이다. 하지만 더 억울한 것은 나의 죽음이 한 개체의 사라짐으로만 낙인되는 것이지 않을까? 그저 ‘어떻게 하다가 죽었다더라’는 죽음 스토리의 법칙을 알기에 그 죽음이 더 억울하고 서럽고 그런 것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죽음 앞에 할 수 있는 건
억울하지만 죽음 앞에 해결방안은 없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종교에선 윤회하는 것이 지옥이라고도 했고, 어떤 외계인 미스터리에선 우리 지구가 감옥이라고도 했다. 결국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죽음들을 자세히 알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그들을 통해 나의 현재를 끊임없이 점검하는 노력. 이 두 가지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하고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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