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트위스트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9
찰스 디킨스 지음, 유수아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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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아기 올리버 트위스트에게 옷이 부여하는 힘은 엄청났다. 차라리 달랑 담요 강보에 싸인 채로 있었다면 귀족의 아기인지 거지의 아기인지 아무도 몰랐지 않겠는가! 아무리 콧대 높은 귀족이라 할지라도 담요 한 장에 감싸인 아기라면 어떤 사회 계급의 아기인지 한눈에 알아 보기 힘들 터였다. 그러나 이제 누렇게 변색된 낡은 무명옷을 입게 된 올리버 트위스트는 한순간에 계급이 결정되어 낙인찍혀 버렸다. 교구의 아이, 즉 구빈원의 고아로, 늘 배를 곯아 하릴없이 세파에 이리저리 시달리는 보잘것없는 존재로,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경멸받지만 아무런 동정도 받지 못하는 인생으로 말이다. (p.21)

 

조금씩 올리버는 고통에서 벗어났을 때의 편안함이 주는 깊고 고요한 잠에 빠져들었다. 이렇게 차분하고 평화로운 휴식 같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야말로 고통인 셈이다. 이런 휴식이 죽음이라면 어느 누가 다시 깨어나 삶의 고통과 괴로움으로, 현재의 근심과 미래의 불안으로, 무엇보다도 과거의 끔찍한 기억으로 돌아가고 싶겠는가! (p.136)

 

 

 

교구 의사의 손에 이끌려 구빈원에서 한 생명이 태어났다. 아기의 이름은 올리버 트위스트.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떠나보낸 아기는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고아 농장이라 불리는 구빈원에서 자라난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아홉 살 생일을 맞이한 올리버 트위스트는 창백하고 빼빼 마른 아이로, 약간 땅딸막한 키에 몸집이 지극히 왜소했다. 이는 바로 부족한 식단 때문. 사실 아이들에게 충분한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액수의 돈이 주어졌음에도 어떻게든 악착같이 아이들의 몫을 뜯어내려는 노부인 때문에 이곳의 아이들은 잘 먹지 못하고 자라났다. 이에 참다못한 올리버는 급식을 더 달라고 요구하게 되고 이로 인해 구빈원에서 쫓겨나 굴뚝 청소부 캠필드 씨에게로, 그리고 또 장의사 소어베리 씨에게로 넘겨진다. 하지만 자신을 학대하며 심하게 괴롭히는 동료들 때문에 이곳에서 오래 버티지 못한 채 도망쳐 나온다. 그렇게 가게 된 곳이 바로 런던.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런던에서 소매치기 다저를 만난 올리버는 우연한 기회에 다저 일행과 같이 살게 되지만 이들의 협박으로 도둑질을 하다 경찰에 붙잡히게 된다. 하지만 다행히도 좋은 사람을 만나 결국 자신의 신분을 되찾게 된다.

 

 

차가운 도시 밑바닥에서 피어오른 선한 용기와 삶의 희망, 영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찰스 디킨스의 대표작 <올리버 트위스트>. “세상 사람들은 우리가 셰익스피어를 가져서 행운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찰스 디킨스를 가져서 더 행복하다.”라고 영국인들은 말한다. 찰스 디킨스는 25세인 1837년부터 1839까지 월간지 『벤틀리 미셀러니』에 『올리버 트위스트』를 연재하였다. 첫 번째 장편소설인 『피크윅 클럽의 기록』이 폭발적 인기를 누리게 되어, 당대 최고의 인기 작가가 된 후였다. 두 번째 장편소설인 『올리버 트위스트』에는 그의 자신감과 예술적 야망이 더욱 잘 나타나 있다. ‘고아원 소년의 여정’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작품은 찰스 디킨스 특유의 생생한 인물 묘사와 희극적 요소를 통해 19세기 영국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고아 소년의 인생 역정을 그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구빈원이나 범죄 세계 같은 사회적·도덕적 악을 더욱 깊이 다루면서 당시 영국 사회의 불평등한 계층화와 산업화의 폐해를 예리한 시각으로 비판하여 대중의 공감을 끌어냈다.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잃고 비참한 환경에서 자라나다 다행히도 제 자리를 찾게 된 올리버 트위스트.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험난한 여정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또 악한 상황에도 물들지 않고 착한 마음을 간직한 모습이 참으로 대견하게 느껴진다. 주어진 환경이 그러하면 나쁜 쪽으로 빠질 수도 있건만 아마도 작가는 이를 통해 중요한 것은 주어진 환경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불행의 연속이 닥칠지라도 쓰러지지 않고 희망을 끈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면 분명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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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왜 자신의 성공을 우연이라 말할까 - 성공을 소유하지 못하는 여성들의 가면 증후군 탐구
밸러리 영 지음, 강성희 옮김 / 갈매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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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가면 증후군인 건 당신 탓이 아니다. 자신을 부족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이 불합리한 감정은 여러 가지 요인들로 발생할 수 있다. 가면 증후군이 찾아오면 그 감정의 배후에 있을 법한 이유들을 이해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벗어나야 자신의 반응을 관점의 문제로 전환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난 무능력하기 짝이 없는 사기꾼이야.’라는 생각과 ‘사기꾼이라는 느낌이 드는 건 너무 당연해. 모든 상황을 고려해보면 안 그럴 사람이 어디 있겠어?’라는 인식의 차이다. 이런 사고의 전환을 통해 당신은 ‘이런 기분이 드는 건 나뿐이야.’라는 잘못된 가정이 낳은 수치심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뿐더러, 오히려 사기꾼이라고 느끼는 것이 정상이며 어떤 상황에서는 예견된 현상임을 알게 될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불안을 줄이고 자신감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p.40)

 

 

어떤 이유에서든 이방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 때는 적응하고 어울리기 위해 어느 정도의 속임수가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하자. 중요한 것은 어색하고 불편한 감정을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똑똑하지 않다거나 능력이 모자라다거나 가치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 그 자리에 있는 건 그럴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p.59)

 

 

완벽주의는 깨기 어려운 습관이다. 자체적으로 강화되기 때문이다. 과도한 준비 덕분에 눈부신 실적을 내는 경우가 많고, 그에 따라 완벽한 기록을 유지하려는 욕구도 강화된다 하지만 이것은 거대한 함정이다. 자신과 자신의 일이 늘 완벽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당신이 실망하게 될지말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실망할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p.142)

 

 

 

여자들은 자꾸 자신의 성공을 변명한다.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맡은 일을 잘하는 편임에도 자기 자신이 무능하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이 많다. 이들은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눈부신 성공을 해도 언젠가는 자신의 보잘것없는 실체가 탄로나리라 의심한다. 누가 봐도 똑똑하고 유능한 이 여성들의 내면에서는 지독한 자기 불신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나는 사기꾼이야. 정체를 들키면 어떡하지?’ 왜 그럴까? 오랫동안 이 현상에 대해 연구해온 저자는 이러한 자기 불신이 바로 ‘가면 증후군’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가면 증후군이란? 자신이 유능해 보이는 가면을 쓰고 있다고 믿는 증상! "내가 유능해서 성공했어."라고 말하지 못하는가? 이제 당신의 진짜 능력들을 발견할 시간이다.

 

 

“물론 난 성공했어요. 그런데 어쩌다 그렇게 됐냐면요” 여자들은 왜 자꾸 자신의 성공을 변명할까? 여자들은 왜 성공하고도 자꾸 운이 좋았다고 말할까? 여성의 자기 불신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유능함의 기준을 바로잡고 대범하게 권리를 되찾는 방법이 있을까? 세계적인 워크숍 리더이자 강사인 밸러리 영이 제안하는 성공에 주인의식을 갖는 방법들! 이 책에 담긴 대부분의 내용은 2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저자의 워크숍에 참가했던 이들의 총체적인 경험과 지혜가 녹아든 결과물들. 그래서일까? 책을 쭉 읽다 보면 묘하게 수긍이 된다. ‘아, 나도 그랬던 것 같아.’, ‘어? 이건 내 이야기인데?’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끄덕. 이처럼 저자는 여성들이 자기 불신, 즉 자신이 유능하게 보이게끔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고 믿는 현상인 가면 증후군을 극복하고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근데 왜 여자로 한정되어 있느냐?! 이 책이 여성을 주 대상으로 하게 된 이유는 가면 증후군이 여성을 더 많이 억압하기 때문.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꼭 여자가 아니어도 가면 증후군을 겪고 있다면 누구라도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경제가 발달할수록 각자의 캐리어가 늘어갈수록 서로 경쟁하는 사회가 되면서 가면 증후군이 더 늘어가는 것 같다. 잊지 말자! 성공을 만든 것은 운이나 우연이 아니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일궈낸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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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0.5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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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안녕! 이번 달도 역시나 샘터! 여느 때보다 더더 반갑다. 그 까닭은?! 지금 전세계를 공포로 물들이고 있는 강력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 이로 인해서 지구촌이 들썩들썩~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우리나라는 지역사회 감염 차단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온 국민이 함께 실천! 그런데 이게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처음에는 지나가는 사람만 봐도 깜짝깜짝 놀래고,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면 피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평범했던 하루하루가, 사람이 점점 그리워진다. 집에만 있다 보니 나타나는 부작용이랄까. 이따금 마음이 답답했다가 울적했다가 기분이 그야말로 널을 뛰듯 솟구쳤다 가라앉았다 난리가 났다. 그리워지는 사람들의 온기. 그런데 고맙게도 그 자리에 샘터가 발을 디밀고 들어왔다. 킁킁~ 킁킁! 여기저기서 사람 냄새가 솔솔~ 각종 소식지와 독자들이 보내온 다양한 사연들이 무료함과 소외감을 달래준다. 가볍게 읽고 스윽~! 기분을 전환하기에 이만한 게 없다. 게다가 이번 호에는 특별히 2020년 샘터상 수상자들의 작품이 소개되어있는데 그중 제일 기억에 남는 작품은 생활수기 당선작인 <아들의 배웅>. 정말 눈물 없이는 읽기가 힘들더라는. 특집의 가슴 뭉클한 사연에 딸로 또 한 아이의 부모로 그 시절을 추억하고 하나하나의 사연에 공감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2020년에도 샘터와 함께! 다음 달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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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제가 아닌데 내가 죽겠습니다 - 가족만 떠올리면 가슴이 답답한 당신을 위한 생존 심리학
유드 세메리아 지음, 이선민 옮김 / 생각의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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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이 온전히 부모에게 받아들여진 적도 없고, 자신의 충성심이 한 번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리 만무하겠지요. 자식을 학대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심지어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라는 존재를 절대 마음의 빚을 갚을 수 없는 사람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렇다 보니 이 아이는 유년기에 성립된 부모와의 관계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어른이 되기가 매우 힘들어지는 것이지요. 심지어 성인이 된 뒤로 상황이 더 악화될 때가 많습니다. 여전히 원인은 동일합니다. 부모가 자식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학대하면서도, 자기를 책임져주고, 자기가 스스로 낸 상처나 결핍까지 보살펴주기를 자식에게 은연중에 강요하는 것이지요. (p.28)

 

정서적 의존이 심한 어른은 잦은 거짓말, 과장이나 잘못된 일반화, 말 지어내기와 고의로 말 빠뜨리기와 같은 행동을 일삼습니다. 조력자들은 어이없는 방식으로 그들에게 길들여지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혹은 너무 빈번히 벌어지는 갈등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들에게 따져 묻기를 포기합니다. 서로 대립해봤자 얻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으니까요. (p.59)

 

‘서로 말로 헐뜯는’ 가족들 사이에서 의존적 괴롭힘의 상황,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상호 괴롭힘이 자주 보이는 것은 괜히 그런 것이 아닙니다. 모욕과 욕설과 같은 공격적인 말들은 그러한 상황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서로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거나 자유롭게 이야기한다는 핑계를 대지만, 실제로 공격적인 말들을 통해 서로 간의 간격을 부정하고 각자의 사생활을 부정하는 것이지요. (p.81)

 

 

 

서른이 넘었는데 엄마가 내 메시지를 다 확인하려고 하고 안 보여주면 화를 내요. 사고 치는 동생이 그게 내 탓이래요. 나 때문에 자기는 손해만 봤대요. 가족들이 자꾸 말을 험하게 해요. 가족끼리는 그게 자연스러운 거래요. 남편이 맨날 화장실 문을 열고 일을 봐요, 그렇게 지긋지긋해 하는데도요. 이상하게 계획 세우는 것부터 너무 하기 싫고 겁이 나요. 작은 것도요. 매사에 죄책감이 많이 들어요. 실제론 잘못한 것도 없는데요. 가족이 계속 죽고 싶다고 해요. 솔직히 더 이상 해줄 게 없어요. 엄마의 불행을 내가 보상해줘야 할 것 같아요. 어차피 해결 못할 문제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가족은 원래 그런 거라고도 생각했을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먼저 “모든 책임을 단호하게 내던지세요.” 헤어질 수도, 멀어질 수도 없는 그 사람, 가족에게서 건강한 거리를 만들어줄 심리학의 해법! 

 

응? 이게 가족이라고? 일만 터졌다 하면 여기서 훅, 저기서 훅! 어째 남보다 더 못한 우리 사이. 이래도 저래도 우리 가족인데 정말 괜찮을까? 아무렴 괜찮고 말고! 가족을 떠올리면 가슴이 답답한 당신을 위한 생존 심리학! 시원시원하게 가슴이 뻥 뚫린다~ 사이다! 가족들과 건강한 거리 유지하기! 어렵지 않아요~ 실제 오랫동안 이 문제를 연구해 왔으며, 상담을 통해 비슷한 문제를 가진 성인과 그들 가족의 증언을 수집하고 분석해 왔던 저자는 이를 통해 얻은 의존적 성인과 가족과의 관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적 가족이 그렇게 된 원인부터 문제를 계속해서 일으키는 그들의 심리적 배경, 그들로 인해 다른 가족들이 겪게 되는 고통, 그리고 괴로움으로 점철된 그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과 다양한 심리치료법까지 책으로 담아낸다.

 

정말 나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에 저자는 말한다. “당신에게는 책임도 잘못도 없습니다. 다만, 그 고통스러운 관계가 유지된 이유에는 당신도 있습니다. 당신 또한 혼자되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그 관계를 내버려두지 못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라는 것. 당신은 그들을 구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가족을 버리지 않고도 행복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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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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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겨우면 사람이 미칠 수도 있다. 어디선가 그 말을 들은 적이 있었고, 이젠 그 말을 믿는다. 하지만 자신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게 두지는 않을 작정이었다. 현실을 직시하도록 스스로를 거세게 밀어붙일 것이다. 그 현실이 제 아무리 불행하다 하더라도. 희망 같은 건 가져서는 안 돼. 그녀는 온 마음을 다해 대니를 사랑했지만, 대니는 세상을 떠났다. 버스 사고로 온몸이 찢기고 일그러진 채로. 열네 명의 어린 소년들과 함께, 커다란 비극에 휘말린 희생자 중 하나로.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온몸이 뭉개져서 죽었다. (p.13)

 

대니 방에 들어간 순간, 엎어져 있는 이젤이 보였다. 티나는 분명 이젤을 다시 세워두고 방을 나왔다. 칠판에 글자가 쓰여 있었다. 죽지 않았어. 등줄기에 소름이 끼쳤다. 버번을 마시고 나서 혹시 무심결에 여기저기 방황하다가 도로 이 방에 왔던가······? 아니다. 필름이 끊기지는 않았다. 이 글자를 쓴 건 그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미치지 않았다. 이런 말을 불쑥 갈겨쓸 사람이 아니란 말이다. 다른 말도 아니고 이런 말을 쓰다니 말도 안 된다. 티나는 강인한 사람이었다. 스스로의 강인함과 회복 능력을 언제나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이었다. (p.39)

 

대니는 살아 있어

대니는 살아 있어

도와줘

도와줘

날 도와줘

 

심장에서 피 대신 얼음이 솟구치는 것만 같았다. 온몸에서 뾰족한 고드름이 발산되는 듯했다. 티나는 문득 이곳에 자신밖에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마도 3층 전체에 티나밖에 없을 것이다. 악몽 속에 나타났던 남자가 떠올랐다. 얼굴에 구더기를 덕지덕지 달고 있던 검은 옷을 입은 남자. 갑자기 사무실 한구석이 조금 전보다 아득하고 어두워 보였다. (p.121)

 

 

라스베이거스에서 쇼 제작자로 일하는 크리스티나 에번스는 의문의 버스 사고로 열두 살 난 아들 대니를 잃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뒤, 그녀에게 자꾸만 기괴한 일이 일어난다. 대니가 살려달라고 외치는 악몽, 자꾸만 칠판에 나타나는 ‘죽지 않았어’라는 메시지, 혼자서 저절로 켜지는 라디오. 이 모든 일이 아들이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 그녀는 아들을 직접 찾아내기로 결심한다. 사건을 추적해가던 도중, ‘우한-400’ 바이러스를 이용한 정부의 거대한 음모가 1년 전 버스 사고와 얽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과연 그 진실은?!

 

연일 뉴스에서 보도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환자, 검사진행, 자가격리, 격리해제, 사망자. 하루가 다르게 확산되는 바이러스에 세계보건기구 WHO에서는 이를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로 보고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 팩데믹을 선언했다. 지금 세계는 혼란 그 자체. 사람이 사람을 꺼리게 되고 무서워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을 은연 중에 드러내며 의심부터 하고 보는 불편한 심리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요즘. 기가 막히게 지금 이 상황을 예견한 소설이 출간되었다. 그것도 무려 40년 전에 말이다. 1981년에 출간된 딘 쿤츠의 책 <어둠의 눈>은 정말 놀랍게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중국의 도시 우한을 정확히 지칭하고 있다. 이건 정말 우연인 걸까? 미리 예상이라도 한 듯 딱 떨어지는 이야기에 입이 쩌억 벌어진다. 소름 돋는 우연! 혼란, 극강의 공포, 실제인지 아닌지 구분되지 않는 상황 설정! 섬세하게 이어지는 이야기에 홀린 듯이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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