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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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겨우면 사람이 미칠 수도 있다. 어디선가 그 말을 들은 적이 있었고, 이젠 그 말을 믿는다. 하지만 자신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게 두지는 않을 작정이었다. 현실을 직시하도록 스스로를 거세게 밀어붙일 것이다. 그 현실이 제 아무리 불행하다 하더라도. 희망 같은 건 가져서는 안 돼. 그녀는 온 마음을 다해 대니를 사랑했지만, 대니는 세상을 떠났다. 버스 사고로 온몸이 찢기고 일그러진 채로. 열네 명의 어린 소년들과 함께, 커다란 비극에 휘말린 희생자 중 하나로.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온몸이 뭉개져서 죽었다. (p.13)

 

대니 방에 들어간 순간, 엎어져 있는 이젤이 보였다. 티나는 분명 이젤을 다시 세워두고 방을 나왔다. 칠판에 글자가 쓰여 있었다. 죽지 않았어. 등줄기에 소름이 끼쳤다. 버번을 마시고 나서 혹시 무심결에 여기저기 방황하다가 도로 이 방에 왔던가······? 아니다. 필름이 끊기지는 않았다. 이 글자를 쓴 건 그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미치지 않았다. 이런 말을 불쑥 갈겨쓸 사람이 아니란 말이다. 다른 말도 아니고 이런 말을 쓰다니 말도 안 된다. 티나는 강인한 사람이었다. 스스로의 강인함과 회복 능력을 언제나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이었다. (p.39)

 

대니는 살아 있어

대니는 살아 있어

도와줘

도와줘

날 도와줘

 

심장에서 피 대신 얼음이 솟구치는 것만 같았다. 온몸에서 뾰족한 고드름이 발산되는 듯했다. 티나는 문득 이곳에 자신밖에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마도 3층 전체에 티나밖에 없을 것이다. 악몽 속에 나타났던 남자가 떠올랐다. 얼굴에 구더기를 덕지덕지 달고 있던 검은 옷을 입은 남자. 갑자기 사무실 한구석이 조금 전보다 아득하고 어두워 보였다. (p.121)

 

 

라스베이거스에서 쇼 제작자로 일하는 크리스티나 에번스는 의문의 버스 사고로 열두 살 난 아들 대니를 잃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뒤, 그녀에게 자꾸만 기괴한 일이 일어난다. 대니가 살려달라고 외치는 악몽, 자꾸만 칠판에 나타나는 ‘죽지 않았어’라는 메시지, 혼자서 저절로 켜지는 라디오. 이 모든 일이 아들이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 그녀는 아들을 직접 찾아내기로 결심한다. 사건을 추적해가던 도중, ‘우한-400’ 바이러스를 이용한 정부의 거대한 음모가 1년 전 버스 사고와 얽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과연 그 진실은?!

 

연일 뉴스에서 보도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환자, 검사진행, 자가격리, 격리해제, 사망자. 하루가 다르게 확산되는 바이러스에 세계보건기구 WHO에서는 이를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로 보고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 팩데믹을 선언했다. 지금 세계는 혼란 그 자체. 사람이 사람을 꺼리게 되고 무서워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을 은연 중에 드러내며 의심부터 하고 보는 불편한 심리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요즘. 기가 막히게 지금 이 상황을 예견한 소설이 출간되었다. 그것도 무려 40년 전에 말이다. 1981년에 출간된 딘 쿤츠의 책 <어둠의 눈>은 정말 놀랍게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중국의 도시 우한을 정확히 지칭하고 있다. 이건 정말 우연인 걸까? 미리 예상이라도 한 듯 딱 떨어지는 이야기에 입이 쩌억 벌어진다. 소름 돋는 우연! 혼란, 극강의 공포, 실제인지 아닌지 구분되지 않는 상황 설정! 섬세하게 이어지는 이야기에 홀린 듯이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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