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지혜, 듣기 아우름 33
서정록 지음 / 샘터사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눈으로 보는 것은 잘해도 귀로 듣는 것은 잘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눈에 보이는 것은 즉시 우리 마음을 끌어당기지만, 귀에 들리는 것은 애써 귀 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어리석은 사람은 눈에 매달리고, 지혜로운 사람은 귀로 듣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말이 있다. 눈은 나를 밖으로 향하게 하지만, 귀는 외부의 정보를 모아서 내게 가져온다. 눈은 끊임없이 나의 마음을 산란하게 하지만, 귀는 내가 존재의 중심이 되게 한다. (p.5)

 

어르신들의 가르침은 한결같다. 자신들이 그 또래에 겪었을 법한 이야기들을 자상하게 들려주는 것이다. 만일 내 인생의 과제가 무엇인지 안다면, 그래서 온전히 거기에 집중할 수 있다면 일찌감치 방황을 끝내고 주어진 일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내게 주어진 선물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기나긴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될 테니 말이다. 따라서 신명탐구를 통해 신으로부터 응답을 받지 못했다 해도, 마을 공동체의 끊임없는 관심과 배려 속에서 아이들은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족과 이웃을 위해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저절로 알게 된다. (p.13)

 

소리를 무심하게 듣게 되면 단순히 소음에 불과하지만, 마음을 실어 듣게 되면 소리의 뒤에 있는 존재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으려면 먼저 내 마음을 열고 그 소리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인디언들은 귀를 가리켜 마음을 열어 자신의 존재를 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눈과 귀는 다르다. 고양이가 상대적으로 개보다 사람을 덜 따르는 것은 시력에 의존하는 습성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개가 그처럼 정에 약한 것은 귀를 열어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내주는 습성 때문이 아닐까. 개는 일단 자신의 마음을 열어 보인 주인에게는 절대복종한다. 그러나 보통의 고양이는 다정하게 굴어도 주인에게 절대 복종하지 않는다. 대신 혼자 고독을 즐긴다. 좀처럼 자신의 내면을 열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결국 동물의 세계에서도 마음을 여는 데는 눈보다는 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37)

 

인디언들은 그렇게 일상의 모든 행위에서 자연 존재의 이야기와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그것이야말로 생명을 공경하는 것이라고. 또 다른 존재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사람은 이런 침묵과 듣기를 통해 성숙한다. 그리고 투명해진다. 결코 나를 앞세우고 남 위에 올라서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가슴을 열고 낮춘다. 침묵과 듣기는 우주와 자연 속에서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올바른 관계를 맺는 토대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인디언들에게 듣기는 일종의 숨쉬기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그들의 생활 곳곳에 깊숙이 배여 있다. 침묵과 듣기를 잃는 순간,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물질에 이끌리고 나를 앞세우고 남을 지배하려고 한다. 상대방의 말을 듣기보다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인 곳은 언제나 소란스럽다. 그런 자리에는 주장만 있을 뿐 지혜가 들어설 틈이 없다. 지혜가 없는 문화는 죽은 문화다. 바로 여기에 현대문명의 비극이 있다. (p.64)

 

 

 

 

각계 명사에게 ‘다음 세대에 꼭 전하고 싶은 한 가지’가 무엇인지 묻고 그 답을 담는 인문교양 시리즈 ‘아우름’의 서른세 번째 주제는 현대사회가 잃어버린 ‘듣기’의 지혜를 배우는 것. 다음 세대가 묻는다. 다른 사람의 말만 들어주면 결국 내 손해 아닌가요? 저자가 답한다. 어리석은 사람은 눈에 매달리고 지혜로운 사람은 귀로 듣습니다. 깊게 듣기 시작할 때 우리는 진정한 행복과 공존을 꿈꿀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는 책을 통해 동서양과 시대를 아우르며 듣기에 관한 모든 지혜를 집대성했다. 1부에서는 원주민 사회와 전통 사회의 듣기 문화를, 2부에서는 태교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인디언의 태교에서부터 시작해 초기 불교, 성경, 샤머니즘의 듣기 등 세상의 모든 듣기 문화와 소리와 음악까지 더해 듣기의 힘을 규명함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진짜 귀 기울여야 할 것은 무엇인지 자기 자신을 뒤돌아보며 깊은 생각에 빠져들게 만든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신선하다. 듣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갑자기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사실 이렇게까지 깊은 의미가 담겨 있을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요즘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sns로 활발하게 소통이 가능한 시대이다 보니 듣기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줄어들긴 했다. 사람을 거치지 않고 집 안에서 클릭 한 번으로 물건을 주문하고 굳이 만나지 않더라도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한 세상에 살다보니 듣는 것에 보다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두들가며, 눈으로 소통을 이어가는 행위가 익숙해져버렸다. 삶이 편리해질수록 듣는 행위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책에 의하면 인디언들은 어려서부터 아이들에게 듣는 법을 가르친다고 한다. 듣기 수업은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시작된다. 일을 하는 틈틈이, 숲길이나 호숫가를 거닐며 아이에게 꾸준히 가족이나 조상, 신화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들판에 나가 하루 종일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래서 인디언 아이들은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에 관해서 모르는 것이 거의 없다. 왜 하필 듣기일까? 저자의 말에 의하면 눈은 다른 존재에 대한 주관적이고 피상적인 관념을 가져다주지만, 귀는 다른 존재들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그리하여 듣기 시작하면 대화가 되고 소통이 된다. 하지만 눈은 그렇지 않다. 상대로 하여금 나의 관념을 일방적으로 강화하기 쉽다. 그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겉으로 드러나는 정보에 대한 견해를 강요하는 것이다. 눈으로만 맺은 관계에서는 오해와 불신이 생겨난다. 그러나 귀는 상대에 대한 이해와 믿음을 보여준다. 상대방의 말을 듣고 이해하기 시작하면 그가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이처럼 듣기에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놀라운 힘이 있다. 무심하게 듣게 되면 단순한 소음에 불과하지만, 마음을 실어 듣게 되면 소리 뒤에 있는 존재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으려면 먼저 내 마음을 열고 그 소리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면 잘 듣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그가 말하기 시작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끈기와 인내가 필요한 일이다. 그렇게 들을 줄 알아야 우리는 서로를 신뢰할 수 있다. 귀가 열리고 마음이 열리기 시작할 때 우리는 비로소 인생의 한가운데 우뚝 서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마음속에는 저마다 숲이 있다 -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아우름 35
황경택 지음 / 샘터사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혼자 숲길을 걸을 때는 멍하니 걸어도 좋지만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가보세요. 그러다 보면 눈에 띄는 것이 있을 거예요. 그게 무엇인지, 왜 내 눈에 유독 띄었는지를 찬찬히 생각해보세요. 내가 본 것이 바로 ‘나 자신’이거든요. 다른 친구들은 내가 본 사물, 현상, 느낌과 다른 것을 만났을 거예요. 그들은 나와 다른 사람이니까 당연하죠. 혼자 숲길을 여행하며 만나게 되는 ‘나 자신’에게 솔직하게 다가가 찬찬히 들여다보세요. 그래야 진짜 ‘나’를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알게 된 ‘나 자신’은 아직은 좀 투박하고 낯설 수 있어요. 하지만 쇳물을 정제하고 제련해서 순수하고 단단한 좋은 쇠를 얻듯, 나 역시 차근차근 정제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해야 할 일이죠. 주말에는 마음먹고 집 뒷산이나 공원에라도 나가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땀을 흘리며 걸어보는 건 어때요? (p.34)

 

예술가는 내면이 충만해져야 세상에 뭔가를 내놓을 수 있습니다. 골방에 쳐박혀 그림만 그린다고 작품이 만들어지지 않아요. 나와서 사람도 만나고, 쉴 때는 좀 쉬고 그래야지요. 예술가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 그렇습니다. 힘들 때는 쉽시다. 단풍도 괜히 드는 게 아니에요. 나무가 쉬기 위해서 듭니다. 공부하다가도 좀 힘들면 쉬세요. 쉬는 것, 노는 것, 모두 헛된 게 아닙니다.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낼 수 있어요. 다음 봄을 위해 잠시 쉬는 나무처럼요. (p.54)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삶을 살 필요는 없어요. 지금 이 순간 살아있는 그 자체가 성공이고 행복입니다. 좀 다른 삶을 살아간다고 해서 그게 실패한 삶은 아니에요. 지금 이 순간 책을 읽는 게 행복이고, 맛있는 돈가스를 먹는 게 행복이고, 부모님과 마주 앉아서 김치찌게에 밥 한 공기 먹는 게 행복이고, 창밖을 봤는데 구름이 너무 예쁘게 떠 있어서 ‘와~ 이쁘다’ 하고 생각하는 게 바로 행복입니다. (p.63)

 

어떤 일을 스스로 만들어갈 때는 언제나 크고 작은 시련이 찾아옵니다. 그 시련을 타파할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부모의 도움도 중요하지만 결국 스스로 견디고 고집스럽게 나아가는 뚝심도 필요하지요. 반짝거리는 아이디어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시대에서 인내하며 꾸준하게 자기 길을 가는 힘을 기르길 바랍니다. 이것이 질경이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입니다. (p.85)

 

각계 명사에게 ‘다음 세대에 꼭 전하고 싶은 한 가지’가 무엇인지 묻고 그 답을 담는 인문교양 시리즈 ‘아우름’의 서른다섯 번째 주제는 ‘자연 관찰을 통해 숲속 생물들에게서 배우는 삶의 지혜’. 이 책은 만화가이자 숲 해설가인 저자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과 친해지고 숲을 깊이 이해하는 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해 놓은 책으로 굳이 멀리까지 발걸음을 옮길 필요 없이 가까운 곳에서 산책을 하며 쉽게 만날 수 있는 생물들을 소재로 하여 독자들이 저마다의 관점으로 자연을 읽어내고 이해할 수 있도록 숲길 이곳저곳을 누빈다. 숲 읽어주는 저자와 함께 하는 숲 체험이라고나 할까?! 보통 숲 해설이라고 하면 숲속 생물들을 잘 분류하고 연구한 다음 알게 된 지식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숲 해설이란 숲속 생물들의 삶과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먼저 깊이 이해하고 인간의 이야기로 바꿔서 통역을 해주는 일이다.

 

 

나무는 혼자 자라지 않는다. 우리들도 마찬가지. 누구도 혼자 살아갈 수는 없다. 나무가 햇빛과 물과 영양분을 흡수하여 자라는 것처럼 우리는 부모의 아래에서 보호받으며 자연에서 자란 음식들을 먹고 자라난다. 자연이 훼손되면 덩달아 우리의 삶도 피폐해져간다. 자연을 멀리하면 할수록 우리만 손해. 이제는 정말 자연에 귀 기울이고 신경쓰며 그 모습이 오랜 시간동안 유지될 수 있도록 우리가 보호하며 지키는 일에 앞장서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자연에게서 많은 것을 배워간다. 자연을 이해하는 일은 곧 우리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는 일. 도시에서의 삶은 편리하고 안락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 몸과 마음을 아프고 병들게 만든다. 저자가 안내하는 대로 가볍게 집을 나서 잠시 발걸음을 늦추고 주변을 살펴보면 어떨까. 숲속 생물의 삶에 귀 기울이면 우리의 삶은 물론 세상을 보는 방식이 훨씬 더 근사해진다. 나 자신을 마주하고 나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감 연습 - 부서진 심장과 고통과 상처와 당신에 관한 에세이
레슬리 제이미슨 지음, 오숙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감은 그저 귀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답을 하게끔 질문하는 것이다. 공감에는 상상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질문도 많이 필요하다. 공감하려면 당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공감은 자기 시야 너머로 끝없이 뻗어간 맥락의 지평선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p.20)

 

 

모든 일은 내 몸 때문에, 아니 내가 한 선택 때문에 일어나고 있었다. 나는 스스로 어떻게 요구해야 할지 모르는 무언가를 세상에서 구하고 있었다. 사람들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데이브든, 의사든, 누구든 내 감정을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나에게 전해줄 사람들을. 그것이 구할 수 있거나 제공할 수 있는 최상의 공감이다. 보이는 것을 더욱 분명하게 다시 설명해주는 공감. (p.36)

 

 

우리는 용기가 있기에 공감할 수도 있다. 그 점이 핵심이다. 이는 내가 느끼는 공감 중에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타인들이 겪는 문제가 나한테 일어날까 봐 두려워한다. 그게 아니라면, 타인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여기지 않을 경우 그들이 나를 사랑하지 않을까 봐 두려워한다. (p.47)

 

 

공감은 단지 우리에게 일어나는 어떤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선택이기도 하다.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우리 자신을 확장하겠다는 선택. 그것은 충동보다 볼품없는 그 사촌뻘인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때로 우리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또는 그러기를 요구받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보살피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보살핌이 공허해지는 것은 아니다. 선택 행위란 단순히 우리 개인적인 경향성의 총합보다 훨씬 큰 일단의 행위에 헌신한다는 뜻이다. 나는 그의 슬픔에 귀를 기울일 거야, 설사 나 자신의 슬픔에 깊이 빠져 있을지라도. 이렇게 몸짓을 해 보이겠다고 말하는 것, 이는 다른 사람의 마음 상태나 정신 상태 속으로 들어가려는 노력을 깎아내린다기보다는 인정하는 것이다. (p.50)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인 체험과 고백들, 그리고 다양한 주변 세계의 삶을 묵묵히 응시하며 솔직하게 써 내려간 고백적 에세이집으로 2014년 출간 즉시 각종 언론 매체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매우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이 후 『뉴욕 타임스』, 『슬레이트』, 『타임아웃』 등 여러 매체가 선정한 ‘올해의 책’ ‘TOP 10 북 리스트’ 등에 이름을 올리며 명실상부한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고, 펜 문학상 에세이 부문 다이아먼스타인-스필보겔 상 후보 등으로 지명되기도 했으며, 현재까지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중국 등 10여 개국에 번역, 소개되었다.

 

 

주목 안 할래야 안 할수 가 없는 작가 레슬리 제이미슨. 이 책은 뭐랄까, 상당히 심오하고 내가 읽기엔 좀 무리가 있었다. 평소에 관심 있어 하는 분야가 아니다 보니 난해하고 또 그 만큼 어렵게 느껴졌다. 그치만 마음을 잡고 읽기 시작하자 그녀가 거침없이 써내려가는 글에 금세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매료되었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집요했으며 정확했고 너무나 깊숙이 파고 들어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놀라웠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촌철살인?! 정말 거침이 없다. 상당히 독특하다. 이런 글은 정말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 저자는 그동안 수없이 묵살되어왔던 이야기, 어쩌면 제대로 말해진 적 없던 이야기를 굉장히 폭넓고 다양하게 풀어나간다. 의료 배우medical actor라는 직업 경험과 낙태 경험, 모겔론스 병 취재, 니카라과 거주, 멕시코와 볼리비아 여행, LA 갱 투어, 울트라마라톤 취재, 교도소에 갇힌 수감자 면회, 억울하게 옥살이한 소년들의 이야기, 거식증과 자해 행위 등 자신의 경험과 생각들을 과감하게 내뱉으며 치열하게 질문하고 고백하고 성찰하며 나 자신에서 시작해 점점 타인으로 그 시선을 넓혀 나간다. 공감이라는 단어를 두고 어떻게 이렇게까지 방대한 양의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을까. 놀랍다. 내가 책을 읽는다라기보다는 오히려 책에 의해 내가 집어 삼켜지는 듯한 느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답은 '나'였다 - 불안, 초조, 우울, 자존감, 이 모든 문제의 답은 결국 내 안에 있다
김성환 지음 / 착한책방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나는 해야 할 것은 하지 않고 고민만 했어. 불안감은 내가 키웠던 거지. 네가 생각하는 법 위에서 최선을 다하면 안 돼. 그걸 벗어나서 최선을 다해야지. 그게 바로 혼신이야.”

그의 말처럼 대부분의 불안감은 발생하지 않을 미래에 대한 걱정이다. 보이지 않다 보니 어디까지 노력해야 이겨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어영부영하다 보면 이겨내겠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스스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마음이 변하지 않고 불안감이 커지기만 한다면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이다. 스스로 ‘나는 최선을 다했나?’하고 물었을 때 어떤 대답을 들을지는 자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p.49)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나의 시간을 나눠줘도 아깝지 않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가치를 공유하는 느낌을 겪어본 사람은 홀린듯이 사람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그 전에 한 가지를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나는 누군가의 귀중한 시간을 나눠 받아도 괜찮은 사람인가? 나는 그럴 준비가 된 사람인가? ‘그렇다’ 라고 말하면 좋겠지만, ‘아니다’ 해도 상관 없다. 나도 아직은 ‘그렇다’로 향해가는 ‘아니다’인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p.57)

 

요즘 들어오고 나가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음식이 들어오면 배출해야 하고, 감정을 느끼면 표출해야 한다. 책을 읽어 지식이 들어오면, 글을 써서 지식을 꺼내야 한다. 살아가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면, 다른 이들을 도와야 한다. 덜해도 되고, 더해도 된다.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얼마나 많이 주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사랑을 담느냐가 중요하다.” 라는 마더 테레사의 말처럼 무엇을 주거나 도움을 줄 때 돈이 아닌 진심의 가치를 준다면, 분명 나에게 그 이상의 가치가 돌아올 것을 확신한다. (p.84)

 

나는 아직도 실패가 두렵다. 사실, 언제쯤 실패는 두렵지 않다는 말을 꺼낼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실패 이후의 감정도 그다지 느끼고 싶지 않다. 긍정보다는 부정의 감정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는 행위의 결과일 뿐이며, ‘자아’의 실패는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두 개를 동일시 하지 않아야 실패를 인정할 수 있었다. 인정이 없는 실패는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시작점을 뿐이었다. 이런 깨달음이 가능했던 이유는 여행하며 너무 많은 실수와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살면서 또다시 남 탓을 하겠지만, 이전보다는 많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스스로 내 탓을 인정하지 않고 피하기만 해서는 아무 변화가 없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p.185)

 

 

 

저자 김성환. 5년간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 일주를 선택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것일까, 이 선택이 옳은 선택일까,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 올 수 있을까, 여행이 끝나면 나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복잡한 생각을 뒤로한 채 비행기는 제시간에 맞춰 무심하게 이륙했다. 그리고 4시간 뒤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 도착했다.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게 정말 여행을 다녀온 사람의 책이 맞는 걸까. 보통 여행책이라고 하면 곳곳에 여행지에 대한 사진들이 담겨있고 여기저기 그곳에서 있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차고도 넘칠텐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책에는 그 흔한 여행 사진을 단 한 장도 찾아볼 수가 없다. 물론 431일 동안 30개국 102개의 도시를 여행하며 겪었던 이야기가 담겨있긴 하지만 그 글은 글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여행에서의 에피소드보다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와 여행 중 저자가 생각하고 느꼈던 감정의 기록들이 더 많아 담겨있다.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 사회에서 바라보는 ‘나’, 여행 전에는 몰랐던 ‘나’, 여행하며 알게 된 ‘나’, 예전보다 나은 ‘나’가 되는 법, ‘나’를 완성 시키는 마지막 1% 등 눈치 많이 보고, 착한 척하고, 주변 반응에 민감하고, 돈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자존감 낮고, 내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예전의 ‘나’에서 생각과 감성 그리고 욕구에 솔직해지는 지금의 ‘나’로 변해가는 과정의 ‘나’가 가장 많이 담겨있다.

 

 

만화에서 인생을 배우며, 여행과 글쓰기를 통해 ‘나’를 찾아가고 있다는 저자.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곳곳에서 나와 만났다. 나는 내 자신을 잘 알고 있을까? 남 앞에서 나를 당당히 내세울 수 있을까? 저자가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내 자신을 떠올리고 그 속에서 내가 살아온 삶을 되돌아봤다. 우리는 어린 시절을 거쳐 세상에 나오면서 대부분 나는 나지만 나이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이것보다는 다른 일을 하고 싶었는데 현실은 그렇게 넉넉하지가 않더라구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게 이 일밖에 없어요.”, “남들도 다 이렇게 살잖아요.” 누구나 다 변해간다지만 스스로를 꾹꾹 억누르며 내가 원하던 삶보다는 타인의 시선을 더 많이 의식하며 내가 원해서라기보다는 원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하는 삶으로 살아간다. 그래서 당당하게 이게 ‘나’ 입니다 하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삶보다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어요, 하는 삶이 더 많이, 더 크게 두드러진다. 저자처럼 스스로 깨우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대로 괜찮을까? 내가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이 과연 맞는 걸까. 묻고 싶지만 답이 보이지 않아 답답해하는 사람들이나 삶의 갈림길에서 많이 고민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다. 후회하지 말고 과감하게 나아가라고. 이 한 권의 책이 우리 삶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그 영향이 결코 적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이 책은 어느샌가 내게 아주 소중한 책이 되어버렸다. 나중에 내 아이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을 정도. 내가 저자와 같은 세대여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느끼는 바가 상당히 많았다. 내가 나에게 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원망하지 않기 위해, 좀 더 나답게 살기 위해서라도 이 책은 무조건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뺀 세상의 전부 - 김소연 산문집
김소연 지음 / 마음의숲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선물을 받는 게 더 좋다, 주는 게 더 좋다. 이 둘을 놓고 “너는 어느 쪽이니” 하며 누군가와 대화를 해보던 시절도 있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도무지 주는 게 더 좋다고 선택하는 멋진 이들에게 백 프로 공감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선물을 받는 것이 기쁘기 때문에. 지금은 이런 식으로 말해보고 싶다. 선물은 주거나 받는 것이라기보다는 되는 것이라고. 선물이 되는 사건. 선물이 되는 시간. 선물이 되는 말. 선물이 되는 표정. 선물이 되는 사람이 선물이 되는 말과 함께 선물이 되는 표정을 지으며, 자그마하고 사소한 선물 하나를 건넸을 때, 그것은 선물이 되는 시간이자 선물이 되는 사건이다. 그때 손과 손 사이에서 전달되는 사물 하나는 그 무엇이 되어도 상관이 없다. (p.22)

 

독자는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적혀 있는 시집을 찾아 헤맨다. 꼭 듣고 싶은 한마디가 시에 적혀 있기를 바란다. 이 시대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사랑한다는 말도, 희망이 있다는 말도, 인간을 믿어보자는 말도, 세상은 그래도 아름답다는 말도 뻔히 거짓말인 줄 다 아는 시대다. 어쩌면 뻔한 거짓말이 거짓말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다시 한번 고려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시가 다시 읽히는 것은 아닐까. 다시 한 번 사람을 믿어보겠다며 다른 방식으로 고백해보고 싶어서 시집을 선물하게 되는 건 아닐까. (p.173)

 

그리운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은 그 사람을 만난다는 것과는 무관한 일인 것만 같았다. 설렘은 기대감이라기보다는 가장 적극적으로 그리움을 달래는 안도감에 가까웠다. 그리운 사람과 헤어져 돌아섰을 때에야 알게 되었다. ‘그리운’이라는 수식어를 제거하여 ‘사람’만을 남겨둔 채로 그 사람을 대하는 일. 그때부터 그 사람이 그 사람으로 보였다. 내가 생각해온 그 사람이 아니라 그를 살아온 그 사람을 알아갈 수 있었다. (p.223)

 

어쩌면 인생 전체가 이런 시행착오로만 이루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죽는 날까지 경험할 필요 없는 일들만을 경험하며 살다가 인생 자체를 낭비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을지라도, 커다란 후회는 안 해야겠다 생각한다. 수많은 인생 중에 시행착오뿐인 인생도 있을 테고, 하필 그게 내 인생일 뿐이었다고 여길 수 있었으면 한다. 대신 실수가 아닌 다른 실수, 같은 시행착오가 아닌 새로운 시행착오, 겪어본 적 없는 낭패감과 지루함을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빛나는 경험이라는 게 따로 있다는 걸 이제는 안 믿는다. 경험이란 것은 이미 비루함과 지루함, 비범함과 지극함을 골고루 함유하기 때문이다. (p.252)

 

 

책은 겨울 이야기에서 시작해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 이야기를 맞이하며 끝이 난다. 이 모든 이야기는 저자가 되도록 생각한 바와 주장하는 바를 쓰지 않고, 저자 자신이 직접 만났거나 직접 겪었던 일들만을 글로 써 놓은 것으로 스스로 직접 경험하고 생각하고, 만나고, 보고, 겪은 일들 이어서 그런지 제법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아니 거리낌 없이 곁을 파고들어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그녀의 일상 단면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를 뺀 세상의 전부에 대한 애정이 곧 나에 대한 애정임을 입증하고 싶어 했던 저자의 마음이 글 여기저기에서 온전히 드러난다. 어떻게 삶을 혼자서 완성할 수 있단 말인가. 혼자만의 힘으로는 절대 삶이 완성되지 않는다. 늘 누군가는 나의 곁에 있었고 또 우리가 알게 모르게 누군가는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었다. 내가 눈여겨보지 않았을 뿐이지, 평범한 하루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 특별함이 존재한다. 단지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나를 뺀 세상의 전부는 결국 나를 비롯하여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었다. 나와 나를 포함하고 있는 세상. 어찌 보면 평범하다고 할 수도 있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친구를 만나고, 동네를 산책하고, 여행을 하는 등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는 평범한 하루이지만 그 속에는 평범함을 가장한 특별한 무언가가 존재한다. 편안하면서 익숙한 그러면서도 조금은 낯선 느낌이랄까. 알게 모르게 우리의 삶 속에 소소한 행복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가까이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저자의 말처럼 때로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스스로에게서 멀어져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그녀가 맞이한 순간들은 유난스럽지 않았다. 무언가를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듯한 자연스러움에 이끌려 편안한 마음으로 나도 같이 유유히 흘러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