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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연습 - 부서진 심장과 고통과 상처와 당신에 관한 에세이
레슬리 제이미슨 지음, 오숙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1월
평점 :





공감은 그저 귀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답을 하게끔 질문하는 것이다. 공감에는 상상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질문도 많이 필요하다. 공감하려면 당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공감은 자기 시야 너머로 끝없이 뻗어간 맥락의 지평선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p.20)
모든 일은 내 몸 때문에, 아니 내가 한 선택 때문에 일어나고 있었다. 나는 스스로 어떻게 요구해야 할지 모르는 무언가를 세상에서 구하고 있었다. 사람들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데이브든, 의사든, 누구든 내 감정을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나에게 전해줄 사람들을. 그것이 구할 수 있거나 제공할 수 있는 최상의 공감이다. 보이는 것을 더욱 분명하게 다시 설명해주는 공감. (p.36)
우리는 용기가 있기에 공감할 수도 있다. 그 점이 핵심이다. 이는 내가 느끼는 공감 중에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타인들이 겪는 문제가 나한테 일어날까 봐 두려워한다. 그게 아니라면, 타인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여기지 않을 경우 그들이 나를 사랑하지 않을까 봐 두려워한다. (p.47)
공감은 단지 우리에게 일어나는 어떤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선택이기도 하다.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우리 자신을 확장하겠다는 선택. 그것은 충동보다 볼품없는 그 사촌뻘인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때로 우리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또는 그러기를 요구받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보살피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보살핌이 공허해지는 것은 아니다. 선택 행위란 단순히 우리 개인적인 경향성의 총합보다 훨씬 큰 일단의 행위에 헌신한다는 뜻이다. 나는 그의 슬픔에 귀를 기울일 거야, 설사 나 자신의 슬픔에 깊이 빠져 있을지라도. 이렇게 몸짓을 해 보이겠다고 말하는 것, 이는 다른 사람의 마음 상태나 정신 상태 속으로 들어가려는 노력을 깎아내린다기보다는 인정하는 것이다. (p.50)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인 체험과 고백들, 그리고 다양한 주변 세계의 삶을 묵묵히 응시하며 솔직하게 써 내려간 고백적 에세이집으로 2014년 출간 즉시 각종 언론
매체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매우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이 후 『뉴욕 타임스』, 『슬레이트』, 『타임아웃』 등 여러 매체가 선정한 ‘올해의
책’ ‘TOP 10 북 리스트’ 등에 이름을 올리며 명실상부한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고, 펜 문학상 에세이 부문 다이아먼스타인-스필보겔 상 후보
등으로 지명되기도 했으며, 현재까지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중국 등 10여 개국에 번역, 소개되었다.
주목 안 할래야 안
할수 가 없는 작가 레슬리 제이미슨. 이 책은 뭐랄까, 상당히 심오하고 내가 읽기엔 좀 무리가 있었다. 평소에 관심 있어 하는 분야가 아니다
보니 난해하고 또 그 만큼 어렵게 느껴졌다. 그치만 마음을 잡고 읽기 시작하자 그녀가 거침없이 써내려가는 글에 금세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매료되었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집요했으며 정확했고 너무나 깊숙이 파고 들어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놀라웠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촌철살인?! 정말 거침이 없다. 상당히 독특하다. 이런 글은 정말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 저자는 그동안 수없이 묵살되어왔던 이야기, 어쩌면
제대로 말해진 적 없던 이야기를 굉장히 폭넓고 다양하게 풀어나간다. 의료 배우medical actor라는 직업 경험과 낙태 경험, 모겔론스 병
취재, 니카라과 거주, 멕시코와 볼리비아 여행, LA 갱 투어, 울트라마라톤 취재, 교도소에 갇힌 수감자 면회, 억울하게 옥살이한 소년들의
이야기, 거식증과 자해 행위 등 자신의 경험과 생각들을 과감하게 내뱉으며 치열하게 질문하고 고백하고 성찰하며 나 자신에서 시작해 점점 타인으로
그 시선을 넓혀 나간다. 공감이라는 단어를 두고 어떻게 이렇게까지 방대한 양의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을까. 놀랍다. 내가 책을 읽는다라기보다는
오히려 책에 의해 내가 집어 삼켜지는 듯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