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람으로 사람이 된다 - 마음의 병을 앓은 정신과 의사가 힘든 인생들에게 쓴 치유 관계학
나쓰카리 이쿠코 지음, 홍성민 옮김 / 공명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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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때부터였다. 내 인생의 흐름이 갑자기 크게 소용돌이치며 변하기 시작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유명인도 아니고 지위가 높은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철문처럼 굳게 닫힌 내 마음의 문을 어떻게든 열고 들어온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이 건네준 말들이 고맙고 반가워서 결국 그 따스함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오랫동안 울적하고 답답한 시간을 보낸 나에게 어느덧 때가 무르익듯 그들의 말이 자연스럽게 내 마음에 들어오게 되었다. (p.23)

 

큰어머니, 그녀야말로 내 인생 최초의 구원자였다.

큰어머니는 집안의 맏며느리로 나뿐만 아니라 병약했던 고모네 아이들까지 도맡아서 돌보았다. 한때는 나를 포함해 큰집 아이들까지 7명이 큰어머니 아래서 함께 지냈다. 덕분에 마당에는 빨아 널어놓은 기저귀들이 만국기처럼 펄럭였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도 나를 가엾게 여긴 큰어머니는 나를 친자식처럼 깊은 애정을 갖고 키워주었다. 후에 어른이 된 사촌은 “엄마는 늘 너에게 먼저 장난감을 주라고 하셨어. 나보다 너를 더 귀여워하셨지.” 하고 푸념하곤 했다. 두 명의 사촌들 사이에 앉아 밥을 먹는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면 ‘나에게도 평범한 아이처럼 행복한 때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아진다. 이때를 떠올리면 인생의 추억에 환하게 등불이 켜지는 것만 같다. (p.33)

 

나는 마치 입에서 불을 뿜어내는 용처럼 분노라는 감정을 훅훅 드러내며 미친 듯이 공부에 몰두했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나는 의사가 될 수 있었다. 어쩌면 사람은 행복이 넘칠 때보다 부정적인 감정이 생길 때 더 강한 에너지를 내는 것이 아닐까. 원래 사람을 움직이는 에너지의 근본이 되는 것이 ‘원망’이다. 그것은 결코 건강한 감정이 아니며, 복수는 결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의사가 되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은 분명히 나를 괴롭힌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p.65)

 

분명히 약은 양날의 칼이다. 의학·과학 연구에 대한 노력의 산물인 동시에 ‘의존’이라는 지옥으로 유혹하는 무서움도 갖고 있다. 도움이 되는 것은 절대 약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환자가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약 의존성에 대한 무서움을 깨닫게 되자 나는 발버둥 치듯 다른 것들에서 도움을 구하기 시작했다. 약에만 기대게 되면 의존증이 심해질 뿐 인생에 대한 절망감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p.82)

 

 

 

 

마음의 병을 앓은 정신과 의사가 힘든 인생들을 위해 쓴 치유 관계학 <사람은 사람으로 사람이 된다>. 이 책은 중증 정신병에 걸린 어머니 밑에서 성장해 청년기에 정신과 치료를 받고, 이후 정신과 의사가 된 저자의 이야기다. 그리고 인생이 절망뿐일 때 그녀에게 힘이 되어준 사람들과의 이야기다. 마음의 병은 누구라도 인생 어딘가에서 한 번쯤 만나게 되는 병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소중한 가족, 절친한 친구에게 찾아올 수도 있다. 그렇게 누구라도 마음의 병을 얻을 수 있다. 저자 또한 그랬다. ‘왜 이렇게 내 인생에는 불공평한 일들만 일어날까···. 왜?’ 그녀의 불공평한 인생은 엄마의 정신병 발병과 동시에 시작되었다. 20대의 그녀는 극단적인 심정이 될 때도 있었다. 한때는 자신의 삶에 불공평을 제공한 원흉들을 제거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어버리면 된다고, 그렇게 가족의 흔적을 없애버리면 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차마 부모님을 죽을 수 없었고, 결국 그 칼끝은 자신에게로 향했다. 그런 암흑과도 같은 삶에 전환점을 만들어주고, 책을 쓸 수 있을 만큼 마음을 치유해 주고, 구원해 준 것은 다름 아닌 그녀 주위의 보통사람들이었다. 그들이 그녀를 진심으로 대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준 덕분에 그녀는 다시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사람에게 받은 슬픔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긴 미움과 허무함도, 결국은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회복되었다.

 

사람은 사람으로 사람이 된다. 바로 이 제목이 이 책의 핵심! 책의 1장부터 3장까지는 그녀의 삶을 이어준 사람들이 등장한다. 유아기에 따뜻한 추억을 만들어준 큰어머니, 외로웠던 저자의 어린 시절을 위로해 준 동화책 주인공과 등장인물, 최초의 친구, 애완견 고로, 엄마를 다시 만나게 해준 지인, 나카무라 유키 씨, 정신과 의사로서 목표가 된 선생님, ‘철인3종경기 인생’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거북 씨, 남편, 그리고 그녀의 엄마와 아버지. 그녀는 이제 ‘인생은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람이 마음의 병에서 어떻게 회복하는지 뒤늦게나마 깨닫게 된 소중한 인생이었다. “사람은 사람의 힘으로 회복된다. 사람은 사람으로 사람이 된다.”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손을 잡고 나서야 평온한 삶에 대한 기쁨을 알게 되었다. 결국 그녀를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바꾸어 놓은 것은 완전한 사람의 힘이었다. 사람의 힘이 약으로 치료하지 못한 그녀의 굳은 마음을 조금씩 풀어주었다. 결국 사람이다. 사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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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행복하지 않은 날은 없었다
어느 날 오후 지음 / 창조와지식(북모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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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세요. 인생은 결코 길지 않습니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도

인생은 너무나 부족한 시간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돈이 없어서 용기가 없어서 하고 싶은 일을 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갈 날들이 너무나도 짧아서 다 할 수가 없습니다.

인생은 짧습니다. (p.36)

 

인생에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는 건 이런 것이에요.

사랑했던 누군가가 가슴속에서 조금씩 희미해져 간다는 것

또 다른 누군가가 가슴속에서 그리워진다는 것

삶에서 꿈이 조약돌만큼 작아져 간다는 것

가끔은 현실과도 타협하는 방법을 알아간다는 것

하지만 멋지게 늙어간다는 것

우리는 이것을 인생에서 시간이 지나간다고 합니다. (p.60)

 

꿈을 ‘실현’하면 그 꿈은 ‘현실’이 됩니다.

꿈을 위해 앞으로 한발 움직임으로써

꿈은 눈에 보이는

하나의 목표가 됩니다.

그런 꿈에게 이야기해보세요.

지금 이 순간 너 없이는 살 수 없다고

그리고 그 꿈을 온몸으로 힘껏 안아 주세요.

당신의 마음속 깊이 스며들게 말이죠.

그 마음이 온전히 간절함으로 향하고 있다면

당신의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입니다. (p.108)

 

세상에 모든 사람이 당신을

좋아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위대한 사람에게도

천사같이 마음씨 고운 사람에게도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물론 모두가 당신을 좋아해주면 좋겠지만

그것도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바람입니다.

아무리 모든 사람에게 잘해주어도

싫어하는 사람은 언제나 어떤 환경에서도

반드시 생기기 마련입니다.

가끔은 이런 사람들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당신을 계속 아프게 할 것이기 때문이죠.

당신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내버려두세요. (p.233)

 

 

 

저자는 말한다.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이 행복이었다.” 삶은 단 한 번도 당신에게 ‘불행해’라고 이야기한 적 없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불행하기를 원치 않습니다. 살아 있는 모든 순간들이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 순간에도 결코 당신의 삶 자체가 불행한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살면서 처음 좌절을 느꼈을 때가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 좌절은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어떤 것이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소한 것이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사건의 크기가 좌절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받아들이는 ‘나’의 입장에서의 주관적인 크기라 할 수 있습니다. 삶이 불행하게 느껴져도 결코 삶 자체가 불행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가 삶에 불행을 입혔을 뿐입니다.

 

 

어릴 적 저자 또한 모든 것들에 대해서 불행하였다. 남들에 비해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 때문에 행복할 수 있었던 날도 불행하다는 말을 찾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삶을 살아왔었다. 사실 삶은 저 자신에게 단 한 번도 ‘불행해’라고 말한 적이 없었지만 ’내 삶은 늘 불행하다’고 스스로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 생각은 어른이 되어 많은 경험들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삶은 불행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깨우치게 되었다. 현재가 행복해야 한다. 현재가 행복하면 그만이다. 현재가 행복하면 과거와 미래도 행복해질 수 있다. 어쩌면 모든 순간이 우리 인생에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슬픔, 아픔, 좌절과 같은 순간도 지나고 보면 삶을 살아가는 행복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결국, 행복하지 않은 날은 없었다.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 <결국 행복하지 않은 날은 없었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에서부터 시작해 꿈, 사랑과 이별, 친구와 가족 등의 인간관계와 사회생활까지 우리가 일상에서 부딪히는 모든 고민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한 자 한 자 책으로 차곡차곡 담아낸다. 마음 깊숙한 곳까지 따뜻하게 전해지는 진심 어린 위로와 격려 그리고 희망과 용기.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하나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이 이 순간 행복하고 삶을 스스로 나아갈 수 있는 진정한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너무 많은 고민으로 인생을 낭비하지 않기를. 삶, 그 자체는 원래 행복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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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시나리오 1 - 의문의 피살자
김진명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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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 소설가

가족 관계 : 부인(교사)과 아들(중학생)

특기 사항 : 2004년 7월 20일 인천공항에서 뉴욕으로 출국

인적 사항을 유심히 살펴보던 장 검사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무엇보다 피살자의 직업이 소설가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뉴욕으로 평양으로 베이징으로 날아다니다 프로에게 피살당한 사람의 행적은 소설가라는 직업과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p.14)

 

사실 난감한 일이었다. 느낌으로 보아서는 그 전화가 피살자의 죽음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 대통령안보보좌관실이란 데가 불확실한 상황을 가지고 함부로 전화를 걸거나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또 하나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비행기 꼬리표에 있던 바로 그 전화번호였다. 류삼조라는 사람은 장 검사가 벌써 몇 번이나 음성을 남겼는데도 전혀 응답이 없었다. 장 검사는 내친김에 다시 한 번 번호를 눌렀다. 그러나 여전히 메시지를 남기라는 음성만 들려올 뿐이었다. 이번에는 음성조차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장 검사는 조금씩 사건에 깊이 몰두하고 있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검사라는 직업에서 오는 의무감에 기인한 것만은 아니었다. 뭔지 모르지만 깊숙한 비밀이 이 사람의 죽음에 연관되어 있을 것 같은 강렬한 느낌이 다가오고 있었다. (p.24)

 

“이 나라에 대통령도 못 건드리는 사건이 있단 말인가?”

장 검사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래, 청와대, 검찰, 한나라당, 민주당, 국정원, 대한민국 최고의 기관들이 모두 도청 사건을 한 자락씩 붙들고 있지만 그 진정한 실체는 접근 불가능이라는 얘기지.”

“무슨 말이야? 도청 자체는 분명히 있었잖아?”

“있었지.”

“그런데 대통령이 지시하고 검찰이 사건을 맡았는데 해답이 없다니?”

“범인은 제삼자야.”

“제삼자라구?”

“그래. 모두가 제삼자의 장단에 놀아난 거지.” (p.65)

 

장 검사는 자신도 모르게 눈길을 들어 멀리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 하늘 깊숙이 숨겨져 있는 인공위성에서 자신을 도청했다는 방문객의 말이 도저히 실감나지 않았다. 하지만 정황으로 봐서는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장 검사는 소파 깊숙이 몸을 묻었다. 자신이 소설가 이정서의 피살과 관련해 로저를 의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자신이 로저에게 도청당했다는 사실에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곰곰 생각을 거듭하던 장 검사는 저들이 베이징의 위안 검사를 도청하다 자신에게로 도청 마이크를 옮겨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박두칠과 관련해 자신을 도청할 수도 있지만 만약 그게 아니라면, 또 하나의 강력한 가능성은 이정서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위안 검사를 감시하다 자신에게로 도청의 고리가 연결되었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이정서 사건의 배후가 이리도 복잡하단 말인가’ (p.173)

 

소설가 이정서는 뉴욕으로 떠나던 날 밤, 청와대 안보보좌관실에 전화 한 통을 남긴다. 그리고 며칠 뒤 그는 베이징에서 피살된 채 발견된다. 뉴욕으로 떠난 사람이 왜 베이징에서 살해된 것일까? 그의 시신은 이내 곧 한국으로 공수돼 오고 베이징 검사 위안의 연락으로 그와 공조수사를 벌이던 한국의 검사 장민하는 피살에 얽힌 배후를 찾고자 동분서주하면서 진실에 다가갈수록 이정서의 죽음은 단순한 살인 사건을 넘어 엄청난 정치적 음모가 숨어 있음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검사로서의 앞날을 생각하면 마땅히 무시하고 지나가야만 한다. 그러나 자신이 포기하면 아무도 이런 일에 달려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장 검사의 뇌리에 떠올랐다. 그렇다면 실체적 진실은 땅에 묻히고 만다. 게다가 이 사건은 누구를 상대로 어떤 수사를 해야 할지 선뜻 감이 잡히지 않는 데다가 미국의 정부부 요원이 개입되어 있다. 장 검사는 순간 망설였다. 위안 검사가 사건에서 손을 놓아버린 이상 자신도 손을 놓을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모두 편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서는 절대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어떤 본능 같은 것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미국은 왜 침묵하는가, 북한은 정말 핵을 포기하고 평화 협정에 손을 잡을 것인가. 한반도 위기를 소재로 현실과 픽션을 넘나들며 ‘열강들의 패권 격돌’이라는 커다란 프레임에서 국제 정세를 묘사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밀리언셀러 작가 김진명. <제3의 시나리오>는 베이징에서 살해된 소설가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파헤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 간에 얽힌 이해관계를 다룬 작품으로 2004년에 출간되었다가 15년 만에 개정되어 재출간되는 이 작품 속 실존 인물들은 모두 고인이 되었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힘의 역학관계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실화보다 더 실화 같은 팩트 소설임이 분명하다. 대중 소설로서는 드물게 국가 간 대치되는 상황을 치밀하게 묘사해 CIA 학술정보지에도 등제된 화제의 도서로 2006년에는 일본에 수출되었을 만큼 이 책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지난해 전 세계가 주목했던 판문점에서의 역사적인 만남 이후 모두가 급진적으로 이 관계가 변화될 거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사실상 지금 어느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는 가운데 앞으로 어떻게 점진 되어 나갈 것인가를 두고 세계가 끊임없는 관심을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북미회담 결렬에 담긴 진짜 메시지는 무엇인가? 소설의 배경이 故노무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이라 다소 시대적 괴리를 느낄 수도 있지만 사실인지 허구인지 모를 정도로 치밀하게 짜여진 구성으로 눈과 귀를 단번에 사로잡는다. 역시 김진명 작가!! 읽는 순간 책속으로 빠르게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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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아이 1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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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 씨가 원하는 건 뭡니까?”

“이 세상을 바꾸고 싶다. 이 곪을 대로 곪아 버린 세상을 바꾸고 싶어. 단지 그뿐이다.”

나는 창밖의 칠흑 같은 어둠을 보았다. 그의 말대로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이 곪은 세상이었다.

“나를 따라와 주겠나?”

그 목소리에 나는 무로이를 쳐다봤다. 상냥한 눈빛 속에 숨은 정체 모를 힘에 자석처럼 이끌렸다.

“따라와 준다면 지금껏 본 적 없는 근사한 세상을 보여 주지. 자신이 태어나 살아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기뻐할 수 있는 세상을.”

그런 세상이 있다면 한번 보고 싶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가지만 약속해 주게.”

“약속이라뇨?”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나는 너와 똑같은 걸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피보다 진한, 신이 내려 준 운명 말이다. 그게 있는 한 나는 널 위해 무엇이든 할 거다. 너도 날 위해 그리 해 주겠나?”

“그런 세상을 보여 준다면 나는 당신을 따를 겁니다.”

내가 대답하자 무로이가 미소를 머금었다. (p.22)

 

경찰차 안에서 창밖에 펼쳐지는 칠흑 같은 어둠을 바라보았다.

나는 이제 어디로 가는 걸까.

수년간 온갖 지식을 쌓아 왔지만 그 답은 알지 못했다.

인도를 터벅터벅 걷는 몸집 큰 남자의 뒷모습이 눈에 띄었다. 사이렌 소리에 이쪽으로 고개를 돌린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 기억이 또 하나의 시야에 비친 채 좀처럼 떠난 줄을 몰랐다. 내가 인간을 구별하는 기준은 단 하나밖에 없다.

머리가 좋은 인간인가, 나쁜 인간인가---- 그뿐이다.

미노루는 내가 처음 접한, 구별이 되지 않는 인간이었다.

나는 창밖에서 눈길을 거두고 앞을 향했다. (p.36)

 

마치다가 살아온 18년의 인생은 어떤 것이었을까. 물론 마치다만이 알 것이다. 이 조사기록은 가정법원 조사관과 소년 분류 심사원 심사관 등이 마치다에 대해 조사하여 작성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도대체 마치다에 대해 얼마나 알아냈다는 걸까. 마치다는 지금껏 단 한 번도 학교에 가지 않았다. 유일한 혈육인 어머니는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학교 교사나 동급생, 가족에게 마치다에 대해 물을 수도 없었던 것이다. 이 서류에 기록된 것은 거의 대부분 마치다 본인이 이야기한 것에 불과하다. 마치다가 모든 것을 털어놓았을 리가 없다. 마치다를 체포한 경찰도, 그를 조사하여 소년원에 송치한 가정법원도, 그리고 자신들 법무교도관도--- 누구도 마치다가 지금까지 어떤 인생을 걸어왔는지 알지 못한다. 튤립이라는 꽃의 이름조차 모르는 소년. 그는 어떤 세계에서 살아왔을까. (p.77)

 

무로이는 사리사욕을 위해 사는 사람이 아니다. 그에게는 숭고한 이념이 있다고 믿었다. 그 증거로 무로이는 혜택 받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지원 단체를 설립하고 그곳을 통해 전국의 시설 등에 많은 돈을 기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 간부에게 들었다. 불행한 인간을 조금 행복하게 하고 행복한 인간을 조금 불행하게 한다---. 무로이는 그 말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신이 조화를 부리듯 범죄를 이용해 사회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무로이는 어떤 의미에서 범죄라는 수단으로 불평등한 사회를 바꾸려 하는 신과 같은 존재이다. 그렇다면 그 일의 한 부분을 맡고 있는 아마미야 일행은 ‘신의 아이’인 셈이다---. (p.101)

 

 

 

본명도 없고 호적도 없다.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출생 신고도 없이 방안에서 방치된 채 살아온 주인공 마치다. 그를 낳아준 여자는 정상적인 사고조차 못할 만큼 머리가 나쁜 여자였다. 머리 나쁜 남자에게 걸려 덜컥 임신을 하고 전후 사정도 헤아리지 않고 그를 낳았다. 일단 그에게 히로시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법률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애견한테 바둑이나 방울이 등 편의상 이름을 지은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 그의 아이큐는 160 이상! 자신이 본 것을 사진 촬영하듯이 기억에 되새기는 직관상 기억이라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매일 학대를 받으며 살아오던 어느 날 그는 동네 공원에서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미노루를 만난다. 미노루는 늘 배고픔에 허덕이던 마치다에게 항상 주먹밥을 만들어 주었다. 마치다가 인간을 구별하는 기준은, 머리가 좋은 인간인가, 나쁜 인간인가 하는 것뿐이었지만 미노루는 마치다가 처음 접한, 구별이 되지 않는 인간이었다. 그와 다시 재회한 것은 마치다가 가출한 지 1년쯤 지났을 무렵. 호적이 필요했던 그는 미노루의 호적으로 주민표와 면허증을 취득해 둘이서 함께 살기 시작했다. 죄책감은 전혀 없었다. 미노루가 갖고 있다 해도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데다 자신이 벌어 매일 배불리 먹고 마음 편히 생활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 마치다에게 뒷골목 세계를 이끄는 무로이 진은 특별한 애착을 가진다. 그 역시 어린 시절 호적이 없는 채로 발견돼 시설에서 살아왔고 지능지수가 아주 높은 천재였던 것이다. 부모에게는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했지만, 신으로부터 높은 지능을 선물받았다고 여기는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마치다에게 집착하고 급기야 자신의뜻을 거역하고 소년원에 입소한 그를 다시 자신의 곁으로 데려오기 위해 조직원 아마미야를 소년원으로 투입시킨다.

<신의아이>는 비뚤어진 세계관을 가진 조직의 우두머리 무로이 진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특별한 능력을 가진 마치다를 소유하기 위해 사건을 벌이는 미스터리 추리소설로 1권에서는 자신을 배신하고 떠나버린 마치다를 갖기 위해 일을 벌이는 무로이와 사람을 머리가 좋은 인간과 나쁜 인간으로 나누어 구별하던 마치다가 타인과 관계를 맺어나가며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담아낸다. 곪을 대로 곪아 버린 세상을 범죄를 이용해 바꾸고 싶어하는 무로이와 제대로 된 부모도,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호적도, 어떤 관계도 없이 홀로 살아온 소년 마치다의 삶은 마음에 돌덩이를 올려다 놓은 듯 묵직하게 다가온다. 그중 특히 마치다가 자신이 살아온 가정환경 탓에 주위 사람들을 믿지 못하고 어떻게든 혼자 해결하려는 모습에 마음이 짠하다. 아이큐가 우수하기도 하지만 의존할 데 없이 처음부터 그랬으니까 그러는게 습관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 인물인 미노루와 야마미아, 이소가이도 마찬가지. 그들의 삶도 마치다 못지 않게 각박한 터라 한숨이 연신 쏟아져 나온다. 그들을 거두어 줄, 그러니까 그들의 잘못을 혼내키고 도와주려고 한 이가 한 사람만 있었어도 이 지경까지 이르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이제껏 자신의 속이야기를 하지 않던 마치다가 지금부터 자신의 행복을 찾으려 한다. 2권에서는 단단하게 묶인 감정의 매듭을 어떻게 풀어나갈까 너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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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가도 좋을 여행, 유럽 - 런던 암스테르담 그리고 델프트
다은 지음 / 피톤치드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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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여행자는 말한다. ‘여행은 첫 시작이 어려울 뿐, 한 번 다녀오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훨씬 쉽게 다가온다’라고. 그들이 이야기하는 ‘쉽다’는 말은 아마도 ‘여행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큰마음 먹고 다녀온 여행을 통해 내가 얻은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날 수 있는 ‘용기’였다. (p.21)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 않을수록 그 간절함으로 얻어낸 기회에 따른 부지런함은 평소보다 배가 되기도 한다. 특히나 여행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간절함의 크기만큼 지나치게 부지런을 떨었다. 하지만 부지런히 움직여 아무리 열심히 계획을 세운다 한들, 그 계획이 반드시 그대로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는 법. 때로는 부지런함이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필요한 건, ‘아쉬워도 어쩔 수 없지 뭐’ 하는 심정으로 쿨하게 넘길 줄 아는 여유로운 마음. (p.53)

 

정류장을 찾아가느라 버스를 기다리느라 그리고 버스를 타고 이동하느라 걸린 시간만 해도 이미 한 시간을 훌쩍 넘겼다. 그러나 마음을 비우고 아니 대신 그 자리에 여유가 찾아 들어왔다. 계획에 없던 길을 걸으니 오히려 새로웠다. 덕분에 우리는 런던 시내의 풍경을 하나하나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어쩌면 살면서 수없이 생기는 변수 앞에 이런 마음가짐을 갖는다면,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얼마든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신이 아닌 이상 그 변수를 막을 방법이 없다면 때로는 그 변수 앞에 마음을 비워보기도 하는 것. 그러고 나면 그 자리에 다른 것이 채워질 거라는 믿음을 가져보는 것. 여행하며 변수에 대처하는 자세를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겼다. (p.103)

 

여행 중 만난 자전거들은 대부분 매일 타고 다닌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낡은 모습이었다. 군데군데 녹이 슬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길가에 아무렇게나 세워져 있는 모습은 꼭 자전거를 버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보기만 해도 생활감이 가득한 그 자전거들엔 알록달록한 구슬이 바퀴에 꿰어져 있는가 하면, 예쁜 조화로 손잡이를 장식해 놓는 등 자전거 주인의 개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꾸며져 있는 자전거의 모습이 마치 사소한 것에서부터 오는 소소한 행복이 무엇인지 내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혹은 삶을 일부러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닌, 삶의 작은 행복을 각자의 방법으로 표현하는 그들에게서 진정한 삶의 여유로움을 느꼈다. 자유로운 삶이라는 게 어쩌면 이런 게 아닐까? (p.215)

 

 

 

이 책은 프리랜서 디자이너의 여행 에세이다. 보통 여행서는 여행 전문가들이 쓰지만 이 책의 저자는 여행 초보자. 망설이고 낯가리고 목소리마저 낮고 작은 수줍음 많은 여자에게 여행은 쉽지 않은 일. 거기다 해외라니. 다행스럽게도 그녀의 곁에는 남편이 있었고 그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시작된 4천만 원이 넘는 학자금 대출, 짊어져야 했던 집안의 빚, 결혼 후엔 집 대출까지. 늘 허덕이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그것과는 별개로 대학 동기들이 유럽으로 배냥여행을 떠나는 것을 볼 때마다, 혹은 누군가가 유럽여행에서 담아온 사진을 볼 때마다, ‘나도 언젠가 유럽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날이 오겠지?’라는 생각을 마음속에 늘 품고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 ‘여행’은 그저 ‘언젠가 해보고 싶은 꿈’이었다. 그러다 그녀의 마음에 불을 제대로 지핀 방송이 있었다. 바로 ‘꽃보다 할배’. 어김없이 본방사수를 하던 어느 날, TV 속 신구 배우님의 말 한마디가 그녀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제일 부러운 건 청춘이야. 젊을 때 한껏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할 것 같아.”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바로 청춘! 그래서 그녀는 지금 당장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빚을 조금 더 천천히 갚더라도, 지금이 아니면 안 될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그러하듯 저자 또한 무수히 많은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누구나 공감하듯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우리네 인생. 계획은 바뀌기 위해 있었고, 여행을 여행답게 하는 법을 알고 있었던 그녀는 그 변화를 기꺼이 수용하며 즐겼다. 쫄보 여행자가 현지에서 체험하며 느끼는 모든 것, 영어 때문에 겪은 일,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모르는 이들의 셀프 촬영 도전, 계획이 바뀌면 바뀌는 대로 아쉬워하지 않기 등등. 이런 저자의 태도 덕분에 모든 여행지의 작고 사소한 소재들도, 함께 나누고 누릴 만한 의미 있는 주제들로 바뀌었다. 런던과 암스테르담,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 델프트를 중심으로 현지의 일상에 자연스레 녹아들자 평범하던 순간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며 특별하게 변해간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든 생각은 “아, 나도 여행 가고 싶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났을 땐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가야겠다.”로 생각이 바뀌었다. 나에게 잠깐이라도 여유를 선물해 줄 수 있는 그런 여행이 하고 싶어졌다. 내 생에 그곳까지는 도저히 갈 수 없을 것 같아 책으로 그 마음을 달래보려 했건만 되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여행에 대한 갈증이 점점 더 심해졌다. 기대감과 아쉬움이 번갈아가며 마음을 번잡스럽게 만들었다. 지금 당장은 무리고, 언젠가는 나도 꼭 떠나고 말테다. 유럽아,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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