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람으로 사람이 된다 - 마음의 병을 앓은 정신과 의사가 힘든 인생들에게 쓴 치유 관계학
나쓰카리 이쿠코 지음, 홍성민 옮김 / 공명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때부터였다. 내 인생의 흐름이 갑자기 크게 소용돌이치며 변하기 시작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유명인도 아니고 지위가 높은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철문처럼 굳게 닫힌 내 마음의 문을 어떻게든 열고 들어온 사람들이다. 나는 그들이 건네준 말들이 고맙고 반가워서 결국 그 따스함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오랫동안 울적하고 답답한 시간을 보낸 나에게 어느덧 때가 무르익듯 그들의 말이 자연스럽게 내 마음에 들어오게 되었다. (p.23)

 

큰어머니, 그녀야말로 내 인생 최초의 구원자였다.

큰어머니는 집안의 맏며느리로 나뿐만 아니라 병약했던 고모네 아이들까지 도맡아서 돌보았다. 한때는 나를 포함해 큰집 아이들까지 7명이 큰어머니 아래서 함께 지냈다. 덕분에 마당에는 빨아 널어놓은 기저귀들이 만국기처럼 펄럭였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도 나를 가엾게 여긴 큰어머니는 나를 친자식처럼 깊은 애정을 갖고 키워주었다. 후에 어른이 된 사촌은 “엄마는 늘 너에게 먼저 장난감을 주라고 하셨어. 나보다 너를 더 귀여워하셨지.” 하고 푸념하곤 했다. 두 명의 사촌들 사이에 앉아 밥을 먹는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면 ‘나에게도 평범한 아이처럼 행복한 때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아진다. 이때를 떠올리면 인생의 추억에 환하게 등불이 켜지는 것만 같다. (p.33)

 

나는 마치 입에서 불을 뿜어내는 용처럼 분노라는 감정을 훅훅 드러내며 미친 듯이 공부에 몰두했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나는 의사가 될 수 있었다. 어쩌면 사람은 행복이 넘칠 때보다 부정적인 감정이 생길 때 더 강한 에너지를 내는 것이 아닐까. 원래 사람을 움직이는 에너지의 근본이 되는 것이 ‘원망’이다. 그것은 결코 건강한 감정이 아니며, 복수는 결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의사가 되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은 분명히 나를 괴롭힌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p.65)

 

분명히 약은 양날의 칼이다. 의학·과학 연구에 대한 노력의 산물인 동시에 ‘의존’이라는 지옥으로 유혹하는 무서움도 갖고 있다. 도움이 되는 것은 절대 약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환자가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약 의존성에 대한 무서움을 깨닫게 되자 나는 발버둥 치듯 다른 것들에서 도움을 구하기 시작했다. 약에만 기대게 되면 의존증이 심해질 뿐 인생에 대한 절망감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p.82)

 

 

 

 

마음의 병을 앓은 정신과 의사가 힘든 인생들을 위해 쓴 치유 관계학 <사람은 사람으로 사람이 된다>. 이 책은 중증 정신병에 걸린 어머니 밑에서 성장해 청년기에 정신과 치료를 받고, 이후 정신과 의사가 된 저자의 이야기다. 그리고 인생이 절망뿐일 때 그녀에게 힘이 되어준 사람들과의 이야기다. 마음의 병은 누구라도 인생 어딘가에서 한 번쯤 만나게 되는 병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소중한 가족, 절친한 친구에게 찾아올 수도 있다. 그렇게 누구라도 마음의 병을 얻을 수 있다. 저자 또한 그랬다. ‘왜 이렇게 내 인생에는 불공평한 일들만 일어날까···. 왜?’ 그녀의 불공평한 인생은 엄마의 정신병 발병과 동시에 시작되었다. 20대의 그녀는 극단적인 심정이 될 때도 있었다. 한때는 자신의 삶에 불공평을 제공한 원흉들을 제거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어버리면 된다고, 그렇게 가족의 흔적을 없애버리면 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차마 부모님을 죽을 수 없었고, 결국 그 칼끝은 자신에게로 향했다. 그런 암흑과도 같은 삶에 전환점을 만들어주고, 책을 쓸 수 있을 만큼 마음을 치유해 주고, 구원해 준 것은 다름 아닌 그녀 주위의 보통사람들이었다. 그들이 그녀를 진심으로 대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준 덕분에 그녀는 다시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사람에게 받은 슬픔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긴 미움과 허무함도, 결국은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회복되었다.

 

사람은 사람으로 사람이 된다. 바로 이 제목이 이 책의 핵심! 책의 1장부터 3장까지는 그녀의 삶을 이어준 사람들이 등장한다. 유아기에 따뜻한 추억을 만들어준 큰어머니, 외로웠던 저자의 어린 시절을 위로해 준 동화책 주인공과 등장인물, 최초의 친구, 애완견 고로, 엄마를 다시 만나게 해준 지인, 나카무라 유키 씨, 정신과 의사로서 목표가 된 선생님, ‘철인3종경기 인생’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거북 씨, 남편, 그리고 그녀의 엄마와 아버지. 그녀는 이제 ‘인생은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람이 마음의 병에서 어떻게 회복하는지 뒤늦게나마 깨닫게 된 소중한 인생이었다. “사람은 사람의 힘으로 회복된다. 사람은 사람으로 사람이 된다.”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손을 잡고 나서야 평온한 삶에 대한 기쁨을 알게 되었다. 결국 그녀를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바꾸어 놓은 것은 완전한 사람의 힘이었다. 사람의 힘이 약으로 치료하지 못한 그녀의 굳은 마음을 조금씩 풀어주었다. 결국 사람이다. 사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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