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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 - 더 힘들어하고 더 많이 포기하고 더 안 하려고 하는
김현수 지음 / 해냄 / 2019년 4월
평점 :






고등학교를 마치는 한 학생이, 크면서 배운 것은 여러 아픔뿐이라면서 서글프게 소리없이 울던 날이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수치심을 배웠고, 중학생 때는 외로움에 시달렸고. 고등학생 때는 온갖 불안에 휩싸였어요.”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이 시대의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문제들을 들으면서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깊이 반성합니다. 사과합니다. 미안합니다. (p.11)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어른들, 천 번보다 더 흔들리라는 어른들, 더 고생하고 더 아파봐야 깨우친다는 어른들, 여차하면 해외로 진출하라고 하는 어른들의 소리를 들으며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정유라니, 최순실이니, 삼성이니, 코너링 잘하는 운전병, 블랙리스트 이야기까지 나오면 ‘이 고생을 뭣하러 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껏 물러주는 나라가 이 따위 나라인가라고 묻고 싶고, 세월호 사건에서 보는 것처럼 죽어가도 살려주지 않을 나라에 살게 하면서 어떤 고생을 더 하라는 말인지 따지고 싶습니다. 고생은 죽도록 시키고 인정은 해주지 않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인데, 변변치 않아서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부모를 잘 만난 아이들이 부러운 것은 숨길 수 없습니다. (p.38)
아이들이 처음부터 스스로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고 삶이 지루하고 귀찮다)을 외치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이생망의 시작은 어른들이었습니다.
“네 싹수가 노랗다. 네 인생은 글러먹었다. 네 인생은 망한 것 같다. 아직 그런 문제도 풀지 못하다니 도대체 뭘 한거냐? 넌 이번 생애에는 안 될 것 같다.”
아마도 어른들은 정신차리라는 입장에서 그런 말을 했겠지만, 아이들에게 미래가 없다고 말하고, 상처를 주고, 아이들을 포기하고 내버린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어른들이 아이들을 포기하면서 내뱉은 말들을 아이들이 가져다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이들의 인생에 대한 판정은 이미 어른들이 시작해서, 이 사회가 하고, 그리고 입시제도를 포함한 여러 제도와 문화가 해왔습니다. 이 판정이 아이들에게 ‘망함의 감정’들을 강하게 느끼게 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p.85)
이 사회는 아주 획일적인 방식의 기준으로 소수만이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느끼게 만듭니다. 이 사회는 차별 사회이고, 혐오 사회이고, 인간을 서열화하고 상품화하는 사회입니다. 인간의 다양성이 여전히 무시되는 겉과 속이 다른 사회, 야만적인 사회입니다. 그 차별, 혐오, 야만성을 온갖 광고, 쇼, 예능, 허위적 논리로 둘러싸고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마취와 최면을 시켜놓은 사회입니다. 아이들은 이것을 과거보다 더 생생히 느끼는 것 같습니다. 모두를 불행하게 하는 체계를 바꾸지 않고, 우리는 이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기계발, 각자도생을 통해 성공을 추구하지만 그것이 공허한 이유, 결국 우리 스스로의 자존감을 존중받지 못하는 까닮은 이 사회의 체계에 있습니다. (p.120)
청소년들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읽어주고 유일하게 그들의 편에 서 있는 최고의 치유자 김현수. 그는 힘든 아이들의 생각과 감정을 정확하게 읽어내고 재빠르게 치유법까지 제시한다. 책을 읽으면서 솔직히 적잖이 놀랐다. 약물중독, 게임중독, 중2병, 교사상처, 무기력의 비밀 등 아이들을 둘러싼 사회 문제들은 내가 어림잡아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아찔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을 얼마나 내쉬었는지 결국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혼자 조용히 눈물을 떨구었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정말 진심으로 아이들에게 미안해진다. 이런 세상에서 힘들게 살아가게 만들어서, 더 좋은 곳으로 만들어주지 못해서 그들이 더 많은 상처를 입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파온다. 그들을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고, 덜 힘들게 하고, 그들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일. 오직 어른인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가 눈여겨보지 않았을 뿐이지, 갈수록 불행은 더 일찍, 더 많이, 더 깊게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이랬구나. 이만큼 많이 힘들어하고 고통스러워했구나. 나는 왜 그동안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아이들은 수치심, 외로움, 불안에 휩싸여 자신을 봐달라고 온몸으로 고생을 이야기 했는데 나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아니 그 모습들을 나도 모르게 외면하고 아니라고 부정해왔던 것은 아닌지. 저자의 말처럼 많은 아이들이 최선을 다해 지금을 살아내고 있다. 아이들은 할 수 있는 한 온 힘을 다하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우리가 해야할 일은 훨씬 더 많이 격려하고 응원하며, 어른답게 아이들을 대하고, 손을 내밀고, 기다려주는 것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함께 동참해 나갔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 어른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 서로에게 꼭 권해주어야 하는 책이 아닐까 싶다.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더 행복해질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