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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근데 그게 맞아?
이진송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9월
평점 :





우리는 모두 조금씩 연약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는 사람이기에. 그런 약점을 일일이 극복하기보다, 곧장 웃음거리가 되거나 불편을 감수하지 않도록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과 감수성을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굳이 극복하지 않아도 누구나 잘살 수 있어야 한다. (p.30)
미디어 속 사랑 이야기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알게 모르게 스며 들어와 경험이나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타인과의 관계는 원래 어려운 법이다. 연애라는 막연하고 낯선 어둠 속에서 깜박이는 방향 지시등을 본다면 무작정 따라가기보다 잠깐 멈춰서, 그것이 이끄는 방향이 어디인지, 내가 가고 싶은 쪽이 맞는지 생각할 여유가 필요하다. (p.141)
한 사람의 세계는 필연적으로 편협하다. 우리는 물리적 한계가 뚜렷한 몸에 기거하며 경험이 선을 그어놓은 범위 안에서 살아간다. 니체의 말처럼 인간은 유리잔에 빠져 그 안에서 보고 느끼는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파리다. 그래, 우물 안 개구리, 그거. 하지만 서로의 우물과 하늘을 공유할 때, 울타리를 조금씩 무너뜨릴 수 있다. 서로의 세계를 확장하며, 당연하다고 여긴 관습과 폭력을 넘어설 수 있다. (p.164)
<아니 근데 그게 맞아?> 대중문화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은 한마디로 유쾌, 상쾌, 통쾌하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 적절하게, 거침없는 그녀의 입담은 독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어쩌면 우리가 평소에 하하 한 번 웃고 지나갈 법한 미디어 속의 상황을 아주 냉철하게 포착해낸다. 흥미와 웃음 속에서 느껴지는 불편한 감정.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뒤로 한발 물러서서 생각하면 조금 찝찝하달까? 이에 저자는 이럴 땐 이렇게, 또 저럴 땐 저렇게.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속속들이 파헤친다.
드라마, 영화, 예능, 다큐멘터리, 유튜브······. 곳곳에서 생겨나는 물음표. 나와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미디어 속 세상이 처음엔 불편하고 낯설지만 이내 절로 수긍하게 된다. 어딘지 모르게 갑갑하고 껄끄러운 느낌이랄까? 그런 불편한 마음을 우리들 또한 같이 느끼고 경험했기 때문이다. 미디어 속에 드리워진 우리 사회는 정말 각양각색! 이를 두고 누가 옳다 그르다 할 수 있을까. 한 장 또 한 장, 책을 읽는 동안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생각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꽤 많이 넓어졌다. 정말 유익하고 매우 값진 시간이었다.
저자는 말한다. “나의 문제의식이나 의견이 정답은 아니며, 방향지시등은 더더욱 아니다. 각 콘텐츠를 둘러싼 다채로운 소란 중 일부다. 콘텐츠를 보고, 글을 읽는 사람들끼리 어지럽게 얽어놓은 마인드맵이다. 어떤 것이 ‘맞다’라며 한 방향으로 쓸고 가려는 비질에 맞서며 자기만의 압력으로 그어보는 밑줄이다. 결이 비슷한 사람끼리 서로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애매하게 근질거릴 때 슬슬 긁어주는 등긁이다.” 강요는 없다. 그저 음식을 평가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다 다르듯, 저자 또한 그렇다. 그저 대중문화를 그때그때 들여다보며 해석하는 것이 좋을 뿐이다. 저자의 바람은 하나다. 좋아하는 것과 호기심 많은 이들이 자신의 감상과 해석을 지긋지긋할 정도로 늘어놓는 것! 모두가 열광하는 것에 대해서 안전하고 평화롭게 비판할 수 있으면 좋겠단다. 의문을 품고 다가가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그렇게 또 한 번 성장하고······. 이 마음 어쩔! 저자는 해당 도서를 아주 작은 돌멩이 하나라고 비유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는 말처럼, 비록 시작은 작은 돌멩이였을지라도 이 작고 작은 돌멩이들이 모이고 모여 바위가 되어 우리 모두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거라는 확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