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을 읽느라 하루를 다 썼습니다 - 책이 나를 살린 순간
공백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나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하루를 보내게 해달라고 빌고 싶어졌다. 언젠가는 그런 기적 같은 하루를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은 이미 물 건너갔지만. 언젠간, 언젠가는 말이다. (p.62)
처음으로 ‘제거’가 아닌 ‘전환’에 눈을 돌린다. 안정감을 내어주고 경험을 얻는 삶, 효율과 숙련을 내어주고 무지에 대한 깨달음과 성숙을 얻는 삶. 어쩐지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여전히 자극에 취약한 사람이지만 결코 취약함에 숨죽이며 살지 않으리라. (p.83)
이제 나는 안다. 미워하기 쉽다고 무작정 미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무언가를 어여삐 보려는 시도는 혐오에 대항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바라봄의 기술은 곧 사랑의 기술과 같다. (p.122)
북 크리에이터로 또 유튜브에서 <공백의 책단장>을 운영하고 있는 공백의 첫 번째 에세이 <당신을 읽느라 하루를 다 썼습니다>. 이 책은 총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불안함과 불편함을 피해 뒷걸음치던 시절의 이야기, 그리고 끝내 읽고 쓰는 삶에 정착한 그녀의 이야기를. 2부에서는 책과 더불어 얻은 일상의 깨달음을, 3부에서는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이야기를, 4부에서는 삶 곳곳에서 튀어나온 혐오와 편견을, 5부에서는 타인과 연대에 대한 글을 모았다.
불확실한 미래들,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일들, 마음을 서늘하게 하는 말들, 해결되지 않는 모순들에 자꾸만 몸과 마음이 넘어지려 할 때,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먼지 묻은 엉덩이를 털어 주며, 두려워도 한 발 더 나갈 수 있도록 등을 떠밀어주었던 책! 책을 마주한 순간, 그러니까 책을 읽기 전과 읽고 난 후 그녀의 모습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넘어지고 일어나고, 다시 넘어지고 일어나고···. 그녀에게 책은 삶이 무너지던 순간, 삶을 지탱할 수 있게 도와주었던 동아줄과 다름없었다. 그야말로 책이 그녀를 살렸다. 독서를 통해 달라진 그녀의 삶.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저자의 마음을 알아가는 시간이 좋았다. 재미와 감동을 주는, 함께 공감하며 독서의 참맛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녀의 읽기 열정이 온 마음으로 전해진다. 이 자극이 삶에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 같다. 무료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독서의 기쁨과 가치는 우리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건성으로 책을 읽으면 읽으나 마나 하지만, 그 진의를 헤아리면 삶을 풍부하게 해 주는 정신적인 양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