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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스 - 세상에 마음을 닫았던 한 아이가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
버지니아 M. 액슬린 지음, 주정일.이원영 옮김 / 샘터사 / 2022년 10월
평점 :





한 인간이 내면에 지닌 성장 가능성의 지평은 다른 사람이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삶에 대한 이해는 각자 개인적인 경험들을 통해 커지는데, 너무나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의미들을 보면서 결국은 스스로의 자기 인식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깨닫게 된다. 그림자처럼 모호한 세계의 실체는 결국 개개인의 생각, 태도, 감정, 필요 등이 투영된 것이라고 설명하면 훨씬 수긍하기 쉬울 것이다. 때문에 어떤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그 이유를 낱낱이 알아차리기는 힘들지만, 누구든 어려서부터 닦아온 성격과 자신만의 의미 있는 세계를 갖고 있음을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다. (p.26)
문제의 핵심은 사람들의 행동 뒤에 숨겨진 원인을 지적으로 진단하는 것이 아니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알면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변화는 외적 행동에 있으며, 이 행동의 변화가 나타난 후에야 점차 동기와 감정까지 변화된다. 동기와 감정이 변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린다. 그리고 그렇게 되려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들이던 노력까지도 모두 자기 자신에게 쏟아부어야 한다. 그러면 외적인 행동이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자신의 세계에서 스스로를 존경하게 되는 것이다. (p.135)
찬란한 햇빛이 그늘로 인해 부드러워지듯, 삶도 어느 정도의 폭풍우를 견뎌내야 더 깊이 있고 아름다워진다. 실망이나 슬픔이나 격한 감정이 동반되지 않은 경험은 도전도, 다양성도 없는 무미건조한 경험이다. 한편, 확신과 신념 그리고 희망이 우리의 눈앞에서 실현되는 것을 경험할 때 우리는 내면의 힘, 용기, 안정감을 더 갖게 된다. 우리는 경험과 관계, 사고와 감정이 자라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인격의 주체’이다. 우리의 삶을 형성해가는 모든 것의 총체가 바로 ‘나 자신’이 된다. (p.329)
책에는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지내던 다섯 살의 남자아이가 놀이치료의 권위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 액슬린 박사를 만나 그동안 굳게 닫아두었던 자신의 마음을 활짝 열기까지의 과정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딥스! 주인공 딥스는 자폐아로 오해받을 만큼 또래 아이들과 다르게 행동한다. 홀로 교실 구석에 앉아 멍하니 있거나 교실 바닥을 기어 다니고,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그런 딥스의 행동을 살펴본 액슬린 박사는 ‘어린아이는 언어만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없다’며 놀이로써 아이의 내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다양한 놀잇감으로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게 하고, 놀이의 과정에서 아이의 정서적 상처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 결과 침묵으로 일관하던 아이는 액슬린 박사의 사려 깊은 도움으로 주변에 먼저 말을 건네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며, 천천히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학부모와 교육자 모두가 읽어야 하는 책! 정말 책을 죽죽 읽어내려갔다. 그만큼 유익한 내용이 너무 많다. 진짜 계속 반복해서 말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 아이의 곁에서 막대한 시간과 초인적인 노력으로 일구어 낸 결과는 우리들의 상상을 훨씬 초월한다. 바보로 취급받다 못해 정신병 환자로까지 몰릴 뻔했던 아이가 액슬린 박사의 도움을 받아 천재의 본질을 유감없이 드러낼 만큼 변화하는 과정은 누구라도 정말 쉽지 않은 여정임을 알기에 이 책을 읽어본 이라면 반드시 벅찬 감동을 함께 받았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액슬린 박사의 놀이치료를 통해 조금씩 변화해가는 딥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떠다닌다. 가령 선입견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내 아이에게 선택을 강요하게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또 아이를 존중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이가 자라는 데 있어서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등 깨달은 바가 너무나도 많다. 부모의 역할이란 무엇일까? 시종일관 그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어렵다. 지금도 또 앞으로도 나는 계속해서 고민할 테지만, “존중과 사랑으로 자란 아이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저자가 해주었던 이 말을 가슴에 잘 새겨둔다면 그 과정이 그리 힘들지만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