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지금 그대로 좋다
서미태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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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한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웃음이 난다는 것. 좋아했다는 건 추억만으로도 마음이 울리는 것. 생각난다는 건 사실은 좋아한다는 것. 추억한다는 건 사실은 좋아했다는 것. 좋아했던 것을 여전히 좋아한다는 건, 모든 걸 용서했다는 것. 마지막 장면의 이름이 추억이라는 것. (p.60)


기억은 잔잔하게 지워진다. 기억은 지우개로 거칠게 지우는 것이 아닌, 물감에 물 칠을 해 옅어지게 하듯 지우는 것이다. 물을 많이 먹은 종이를 운다고도 표현하는데, 사람도 마찬가지다. 깊게 팬 자국이 눈물을 가득 먹으면, 그제야 잔잔한 기억이 되곤 한다. (p.66)


어느 때는 울음조차 없는 경우가 있다. 가장 슬픈 것이다. 울음도 없다는 건 슬픔 외에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다른 것으로 채우려 해도 슬픔이 가득해서 조금의 틈도 보이지 않는 것. 그렇기에 괜찮은 척 웃어보여도 슬픔만 묻어 나오는 것. (p.77)


아무 말 없이 그냥 안아주세요. 나 말고 당신이요. 고민과 걱정으로 가득한 당신이요. 힘들었던 만큼. 앞으로도 힘든 일이 많을 테니까, 지금은 아무 말 없이 그냥 안아주세요. 지금 마음이 무엇인지 잘 몰라도 괜찮으니, 천천히 다가가 안아주세요. 한숨도 푹 내쉬고, 눈물도 툭 흘리고, 두 손까지 깍지 껴 꾹 안아주세요. (p.113)





유독 춥고 쓸쓸한 요즘, 이리저리 정처 없이 떠돌던 마음을 다잡아 주었던 책. 마치 글이 온도를 머금은 것처럼 가슴속으로 전해지는 문장들이 하나같이 따뜻하다. 더할 수 없이 좋다. 책을 읽는 동안 정말 많은 위로의 말이 마음으로 스며들었다. 곳곳에서 피어나는 연분홍 빛 사랑 향기. 누군가에게, 누군가로부터 받았던 또는 주었던 그 마음이 생각나 입꼬리가 소리없이 올라간다. 가족과 연인의 사랑, 친구간의 우정.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풋풋하고 순수했던 그 시절, 그때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책을 읽다가 난데없이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평소와 다름없었던 오늘 하루, 여느 때 없이 아름다웠던 청춘을 더이상 볼 수 없음에 슬픔이 밀려들었다. 분향소로 밀려드는 추모객들의 무거운 발걸음. 추운 겨울을 보내고 따뜻하게 봄을 맞이했으면 참 좋았을텐데······. 너무나도 안타깝다.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하고 허무하게 져버린 이들을 어찌하면 좋을까. 복받쳐 올라오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다. 제발 이번 사고로 억울하게 희생당한 사람들을 위해서도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작가가 해주었던 말이 기억 속에서 맴돈다. “나는 우리가 이왕이면 아주 좋은 날들을 보냈으면 한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날씨에 좋은 걸음을 더해서, ‘좋아요’란 단어가 입술에 가득한 날을. 미움보단 사랑을 입고, 미간을 찌푸리기보단 눈을 크게 뜨자. 그렇게 따라 올라오는 입꼬리를 마음껏 반기자. 나는 우리가 이왕이면 아주 행복한 날들을 보냈으면 좋겠다.” 우리 이 귀중한 하루하루를 덧없이 보내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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