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마음을 다해 디저트 - 대단할 것 없지만, 위로가 되는 맛
김보통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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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에 상관없이 빵을 만드는 일은 하루를 버틸 작은 힘이 되었다. 출근하고 나서부터 퇴근할 때까지 뭣 하나 내 뜻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그저 나날이 마모되기만 하는 듯한 회사 생활에서 유일하게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스콘이나 비스킷은 제법 그럴싸하게 만들어 내가 ‘뭐라도 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중요한 건 그것이다. (p.29)

 

아무렴 어떠냐. 모래로 성을 쌓건, 셋이서 야구를 하건, 애써 몽블랑 같은 것을 만들건, 더 이상 무언가를 이루지 못하는 글을 쓰건. 아무렴 어떠냐. 그렇게 생각하니 문득 홀가분해졌다. 되고자 하는 것이 없으니 뭐가 되든 상관없다. 주어진 기회에 충실하며 묵묵히 살아낼 뿐이다. 만드는 것마다 변변치 않지만, 꾸준히 한다면 그럭저럭 봐줄 만한 것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지. 그리고 언젠가 모든 것이 끝나고 긴 잠이 드는 날, “그런 무의미한 삶을 잘도 살았구나” 하고 누군가 말한다면 “하지만 즐거웠다”라고 웃으며 답할 것이다. (p.86)

 

고된 삶 속 어느 지친 저녁, 묵직한 사타안다기가 전해주는 안도감이란 참으로 든든했다. 앞이 보이질 않아 끝을 알 수 없고 답도 모르는 길을 걷는 누군가에게 어찌됐든 계속 가봐야겠다는 용기를 주었다. 아, 이래서였구나. 그제야 이렇게 커다란 사타안다기를 만든 사람의 속뜻을 제멋대로 깨달았다. 기회가 된다면 당시의 나처럼 막연함에 지친 누군가에게 맛보여주고 싶은데, 그곳이 어디인지 도통 모르겠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p.127)

 

모든 빵은 평등하다. 각자 다른 재료로,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지지만 결국은 모두 빵이다. 빵은, 팔려서 먹힐 때 그 역할을 다한다. 하지만 이게 쉽지 않다. 인기가 없는 빵은 판매대의 변두리로 떠밀린다. 특별한 장식이나 표식을 얻지도 못한다. 눈에 띄지 않으니 선택되기도 힘들다. 드문드문 찾는 사람이 있으니 당장 없어지지 않겠지만, 머지않아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인기 1위 빵도 안심하기엔 이르다. 지금이야 사람들이 많이 찾지만 익숙해져 버리면 그때는 다른 여느 빵이 그러했듯 판매대의 변두리를 지키다 사라질 테니까. (p.167)

 

초코소라빵을 먹노라면, 만드는 법을 배워 무진장 싸들고 다니며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싶다. 그래서 어른이 되고서야 결핍을 충족하게 될 아이를 한 명이라도 줄이고 싶다. 창밖에 서서 초코소라빵을 바라보기만 했던 과거의 나를 위로하고 싶다. (p.194)

 

 

만화가이자 수필가 김보통의 디저트 탐험 < 온 마음을 다해 디저트>. 이 책은 저자가 지난 삶 동안 먹어온 디저트와 그때의 기억을 모아놓은 작은 앨범과 같은 책으로 언제나처럼 대단할 것 없는 것들뿐이지만, 그럼에도 같이 나누어 먹고 싶은 추억으로 빚은 디저트들이 한가득 담겨있다. 그러니 심심할 때, 일없이 한가할 때 한 편씩 꺼내 읽어보시라. 베이글, 찐빵, 몽블랑, 핫도그, 초코소라빵, 도넛, 떡볶이 등 종류별로 등장하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에 마음을 위로받고 먹음직스러운 디저트에 눈이 즐겁고 살짝 입맛을 돋우기에 모자람이 없다. 일명 사라졌던 입맛을 돌아오게 만드는 책!

 

책은 마음껏 디저트를 먹는 삶을 살고 싶었다는 고백처럼 저자가 어린 시절 맛본 디저트부터 여행지에서 먹은 디저트 그리고 성인으로 성장하며 먹어온 디저트까지 총 40가지의 디저트를 담고 있다. 1부에서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디저트와의 추억을, 2부에서는 작가가 군대와 회사에서 받은 상처 혹은 개인적 슬픔 속에서 디저트를, 3부에서는 어린 시절 먹은 디저트를 비롯해 작가를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든 디저트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저자가 들려주는 에피소드에는 그만의 개성이 한껏 녹아들어 있다. 오직 그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 웃지 못할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고 웃음에 묻어나는 스토리도 있고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는 때로는 달달하게 때로는 담백하게 때로는 촉촉하게 온 마음으로 전해져온다. 보통의 일상 속에서 주어지는 행복한 순간! 풋풋한 그 시절의 이야기에 입가에 잔잔히 미소를 띄우기도 하고 따뜻하게 위로받기도 하며 나도 덩달아 그 때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며 잠시 추억에 잠겨도 보는 등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참 좋다. 대단할 것 없지만, 위로가 되는 맛. 마음이 답답할 땐 언제나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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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을 사야 해서, 퇴사는 잠시 미뤘습니다 - 우리에겐 애쓰지 않고도 사랑하며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하다
김유미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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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취미를 찾는 게 쉽지가 않았다. 취미는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이고, 즐기기 위해서는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 노트에 적힌 리스트를 보니 내가 좋아해서 하고 싶다기보다는 남들이 하는, 혹은 친구들과 같이하고 싶은 것들이었다. 질문을 바꿔 다시 생각했다.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어떤 사정이나 핑계로 하지 못했던 것들은 무엇일까? 질문이 확실하니 답이 재빠르게 나왔다. 나는 그림을 배우고 싶었다. (p.23)

 

 

나도 헤세가 그랬던 것처럼 수채화를 그리면서 마음의 깊이가 생기고 인생을 관망하는 자세를 터득했다. 헤세는 관망하는 것은 탁월한 기술이라 표현했다. 관망의 기술은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살면서 얻어지는 것이고 치유력이 있는 것이라 했다. 카페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 집에서 빈둥대며 보내는 주말 오후의 시간이 풍요롭게 채워졌다. 그림을 그리면서 사물과 인생을 관망하는 것이야말로 수채화를 통해 얻게 된 유희였다. (p.108)

 

 

자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통해 작은 성취감을 얻으면 된다. 나에게 그림의 목표는 공모전 입선이라거나 유명 화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직장인이지만, 그림을 그린다. 게다가 이제는 취미로 시작한 실력 치고는 그림도 나쁘지 않은 듯하다. 감히 인상주의 화가의 그림과 비교하고 있으니 문제인 거다. 이제 나는 일과를 마친 후나 여행을 하면서 본 것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우리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p.165)

 

 

취미나 놀이를 하는 어른들은 늙지 않는다. 대화하고 사고하는 방식이 확실히 다르다. 자신의 과거에 대해 말하지도 강요하지도 않는다. 가장 자신 있는 시절의 모습이 과거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생의 한가운데에 들어왔다. 대단한 일이 있을 것 같았던 미래는, 별다를 것 없는 오늘이었다. 덕분에 삶의 끝자락에 대해 기대를 하지 않게 되었다. 다행히 나이 먹음에 무색하지 않게, 삶이 주는 크고 작은 파도 안에서 헤엄치는 법은 배워둔 듯하다. 니나처럼, 때로는 니나의 언니처럼 방법은 다르지만 그림 그리듯 삶을 가꿀 줄은 알게 되었다. (p.191)

 

 

사직서를 품고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에서 전시회에 초대받는 정식 화가가 되기까지. 어쩌면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꿈에 그려봤던, 그런 이야기 <물감을 사야 해서, 퇴사는 잠시 미뤘습니다>. 매일 똑같지만, 똑같지 않은 일상의 모습들이 예술이라 믿으며 그것을 매일 조금씩 그림으로 그려 나가는 사람, 그리고 매일 서울 지하철 9호선 속 수많은 인파와 함께 출퇴근길을 걷는 보통의 10년 차 직장인이 바로 이 책의 저자다. 그녀는 퇴근 후 그림을 배우러 간다. 그림? 처음에는 가까운 친구들에게도 그림을 배운다고 알리지 않았다. 딱히 묻는 사람도 없었을뿐더러 스스로 이렇게 오래도록 그림을 그리게 될지 몰랐기 때문이다. 시작은 보통의 취미와 다를 게 없었다. 헬스장을 등록하고,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영어 공부에 꽂혀서 온라인 강의를 신청하듯 그림 그리기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일주일만 의욕을 불태웠던 운동이나 공부와는 달리, 그림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출석률이 높아졌다. 살이 빠진다거나 쓸모 있는 기술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재등록을 반복했다. 그림은 적당히 즐거웠다. 소소한 기쁨과 확실한 성취감을 가져다주었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잠시 현실을 망각하게 했다. 선과 색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게 되어 진정한 자유를 누렸다. 그림은 살면서 잊고 있던, 혹은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해주었다. ‘나다움’의 발견이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내 시간의 중심에, 내 삶의 중심에 오롯이 섰다.

 

이 책은 소심하고 평범한 직장인이 퇴근 후에 그림을 배우면서 발견한 인생의 아름답고 빛나는 순간들을 때로는 열정적으로 때로는 소박하게 기록한 에세이다. 책을 통해 저자는 현재 살고 있는 삶을 포기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자신만의 일상을 온전히 회복하고 충만한 느낌으로 살아내는 법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다채롭게 담아낸다. 연필 소묘에서 수채화로, 수채화에서 유화로 재료와 소재를 바꾸어 나가며 변화되는 그녀의 모습은 은근히 우리들의 마음을 부추긴다. “여러분도 이런 취미 하나쯤 만들어 두면 어떨까요?” 저자는 말한다. 일상의 틈새 속에서 나를 발견하니 멀리 떠나도 달라지지 않던 인생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고. 아니,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잠을 깨기 위해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시간, 퇴근길 지하철 유리창에 비친 그날의 표정, 잠들기 전 연인과 굿나잇 키스를 한 뒤 책을 펼치는 모습···. 새로운 취미의 발견은 힘든 하루의 소소한 위로가 되었다. 대단한 변화를 가져다주지는 않았지만 세상을 보는 눈을 넓게 하고 또 다른 꿈을 꾸게 했다. “한 걸음 물러나 보면 모든 일상은 예술이었다. 매일 똑같지만, 똑같지 않은 당신의 일상을 응원한다. 우리는 어쩌면 이미 꽤 낭만적인 예술가인지도 모른다.”

 

나에게도 저자와 같은 취미가 있다. 옆에 찰거머리처럼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나를 기다려준 책! 바로 독서! 요즘 내게 책만큼 좋은 게 없다. 울고 웃고 배우며 알아가는 지금의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진다. 세월이 지나면 조금씩 그 내용을 잊어가겠지만 그때 또다시 읽으면 지금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그런 감정들이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심신 건강을 위해 이런 취미 하나쯤 만들어 두면 좋습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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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멘티나는 빨간색을 좋아해 샘터어린이문고 57
크리스티나 보글라르 지음, 보흐단 부텐코 그림, 최성은 옮김 / 샘터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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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는 말이야······ 클레멘티나를 찾으러 갈 거야!”

마렉이 가슴을 내밀며 당당히 선언했어요. 이제 자신이 뭘 하면 되는지 알게 되었거든요! 그래요, 클레멘티나를 찾아야 해요. 어두운 숲속에서 무서움에 떨며 헤매고 있을 클레멘티나를 말이죠.

“나도 같이 갈게!”

아시아가 소리치며 폴짝폴짝 뛰자 아시아의 귀여운 돼지 꼬리 머리도 함께 뛰어올랐어요.

“나도!”

찐빵이는 집에 홀로 남겨질까 봐 무서워하며 덩달아 소리쳤어요. 하지만 깜깜한 숲속을 떠올리자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어요. (p.27)

 

숲속으로 갔다니! 톨렉은 너무 놀라서 바닥에 주저앉았어요.

‘어린아이가 이 밤중에 혼자 숲에서 사라졌다! 도대체 왜? 무섭지 않았을까?’

정말 뜻밖이었어요! 일반적으로 어린 여자아이들은 날이 저물면, 혼자서는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움직이는 것도 꺼리는 법인데, 혼자서 숲으로 갔다니! (p.56)

 

숲은 탄광 속처럼 캄캄했고, 거대한 먹구름이 폭풍을 예고하고 있었어요. 잠시 뒤 사방이 더욱 어두워졌고, 잿빛 구름이 하늘 전체를 뒤덮었어요. 돌풍이 계속해서 불어왔고, 나뭇가지를 후려치고 있었어요. 뭔가 우울하고 불길해 보였어요. 여기가 휴양지의 아이들 모두가 신나는 놀이와 모험을 즐기던 곳, 밝은 햇살 아래 초록빛 나무들로 그득한 바로 그곳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어요! (p.67)

 

바람은 문틀에 달린 고리를 떼어 내려는 듯 덧창을 다시 거세게 잡아당겼어요. 천둥의 굉음이 짙은 남색 하늘에서 으르렁거렸어요. 경사는 근심스럽게 창밖을 내다보았어요. 바람은 거세졌고, 소나무들은 격렬히 춤추듯 흔들렸어요. 경사는 전화기를 흘낏 쳐다보면서 눈살을 찌뿌렸어요. 줄에 매달린 수화기를 집어 들고는 잠시 귀에 대었어요. 그러고는 짜증을 내며 수화기를 받침대에 털썩 내려놓았어요. 덧창이 다시 덜컹거렸어요. 경사는 신경질적으로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들겼어요.

‘지금 그 가여운 아이는 어디에 있을까? 어린 여자아이가 광활한 숲속에서 혼자 헤매고 있다니.’ (p.120)

 

 

 

이곳은 다들 ‘휴양지’라고 부르는 평범한 작은 시골의 ‘천사 마을’. 여름방학을 휴양지에서 보내던 마렉, 아시아, 찐빵 이들 삼 남매는 노는 것마저 지루해진 어느 날 숲속에서 울고 있는 여자아이를 발견한다. “저쪽으로 클레멘티나가 가 버렸어!” 여자아이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대답을 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아이의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고, 동그랗고 작은 뺨 위로 콩알 같은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더니 급기야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신나는 모험이 될 거라 생각한 삼 남매는 여자아이에게 클레멘티나를 직접 찾아주기로 하고 한밤중에 몰래 집을 빠져 나와 숲으로 향한다. 이어 이웃집 볼렉, 올렉 형제가 그 뒤를 따르고 경찰관인 아버지의 실종 접수 통화를 엿들은 톨렉도 나 홀로 수색 작전에 나선다. 하지만 세 팀 모두 폭풍우를 만나 위기에 빠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실종자 수는 늘어만 간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클레멘티나를 찾을 수 있을까?!

 

폭풍우를 헤치고 클레멘티나를 찾아 나선 여섯 아이들의 흥미진진한 추리 동화 <클레멘티나는 빨간색을 좋아해>. 책은 사람들에게 ‘휴양지’라 불리는 작은 마을에서 여름방학을 보내던 아이들이 어느 날 숲속에서 사라진 클레멘티나를 찾아 나서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천둥 번개가 요란한 여름밤. 빨간 두건을 흘리고 사라진 클레멘티나. 그리고 클레멘티나를 찾아 나선 아이들. 이 넓은 숲속에서는 자신들도 얼마든지 길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왜 아무도 생각지 못하는 걸까?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일을 저지르는 것을 보니 역시 아이들답다. 이야기는 갈수록 흥미진진! 이 책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너무나 많다. 그래서 도대체 클레멘티나는 누구야?! 클레멘티나를 찾아 나선 아이들의 행적과 사건이 이리저리 얽히고설켜 궁금증은 늘어만 가고 아이들 특유의 천진난만한 태도에 재미까지 더해져 순식간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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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사랑 나쁜 사랑 3부작 3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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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니나의 억양에 빠져들었다. 언어는 은밀한 독을 품고 있어서 이따금씩 부글부글 거품이 일곤 한다. 그럴 때는 해독제가 없다. 나는 어머니의 사투리에서 부드러운 억양이 사라지고 불만이 가득 차서 우리에게 악을 써대던 그때를 기억한다. ㅡ 어머니는 몇 번이나 우리를 버리고 떠나겠다고 위협했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자기는 떠나고 없을 거라고 했다.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어머니가 사라졌을까봐 두려워하곤 했다. 어머니는 실제로는 항상 우리 곁에 있었지만 말로는 계속해서 집을 떠났다. 그런 내 어머니에 비해 젊은 아이 엄마 니나는 평온해 보였고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부러움을 느꼈다. (p.28)

 

여자는 수천 가지 일을 해낸다. 힘겹게 일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공부를 하고, 꿈을 꾸고,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그러자 지쳐 쓰러진다. 그러는 동안 가슴은 커지고 질은 부풀어 오른다. 몸 안에 둥그렇게 웅크리고 있는 생명체 때문에 온몸이 욱신거린다. 그 생명체는 나의 것이고 나의 인생이지만 끊임없이 내 몸에서 뛰쳐나가려 한다. 내 뱃속에서 살지만 정작 내게는 관심이 없다. 나는 그 묵직하고 유쾌한 생명체를 격렬하게 사랑하지만 때로는 그 생명체가 혈관 속에 주입된 벌레의 독처럼 혐오스럽기도 하다. (p.59)

 

딸들의 불안과 고통과 갈등은 나를 끊임없이 억눌렀고 그럴 때마다 나는 쓸쓸함과 죄책감을 느꼈다. 나는 결국 딸들의 고통의 근원이자 배출구였다. 아무리 애를 써봐도 결국은 그렇게 됐다. 비앙카와 마르타는 나를 때로는 침묵으로, 때로는 악을 쓰며 원망했다. 비앙카와 마르타는 가시적인 신체적 특성의 잘못된 배분에 대해서만 나를 원망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은밀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알아 챌 수 있는 특성들에 대해서도 불만이었다. 예를 들면 육체가 내뿜는 아우라 같은 것 말이다. 그것은 독한 술처럼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에너지였다. (p.106)

 

나는 인형을 품에 안았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망가뜨리고 잃어버렸던가. 지금 이 순간 내가 망가뜨리고 잃어버린 모든 것의 존재가 느껴졌다. 그 모든 형상이 소용돌이치며 눈앞을 스쳐갔다. 순간 내게 나니를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다. 두렵기도 하고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인형을 갖고 싶었다. 나는 인형의 얼굴과 입술에 입을 맞추고 엘레나가 그랬던 것처럼 꼭 껴안았다. 인형은 욕지거리를 내뱉듯 꾸르륵 소리를 내더니 갈색 침으로 내 입술과 셔츠를 더럽혔다. (p.109)

 

 

 

주인공 레다는 마흔여덟 번째 생일을 앞두고 있는 대학교 영어 강사다. 그녀는 나폴리 출신이지만 대학교 진학을 위해 고향을 떠나 피렌체에서 살았다. 젊은 나이에 결혼해서 마르타와 비앙카라는 두 딸을 낳지만 남편과 이혼한다. 그리고 딸들이 아직 어릴 때 자기 자신을 찾고 싶다는 명분하에 가족을 떠났다가 3년 만에 아이들 곁으로 돌아와 딸들을 키우는 데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도 두 딸은 어머니 곁이 아닌 아버지가 있는 캐나다를 삶의 터전으로 선택한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속상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가벼웠다. 힘든 임무를 완수한 후 마침내 부담감에서 벗어난 것 같았다. 이제 딸들의 일정이나 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신경 쓰지 않고 일할 수 있게 되었다. 25년 만에 처음으로 맞이하는 기적 같은 해방감. 오랜 시간 자신을 옭아매던 중압감에서 벗어난 그녀는 해변으로 휴가를 떠난다. 하지만 그녀가 찾은 해변은 평온과는 거리가 멀다. 그곳에서 레다는 나폴리에서 온 소란스러운 대가족을 만나고 가부장적인 남편과 육아의 고통으로 힘겨워하는 젊은 엄마 니나의 모습에서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그녀의 삶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한다.

 

<잃어버린 사랑>은 나쁜 사랑 3부작 중의 한 권으로, ‘나쁜 사랑 3부작’은 ‘나폴리 4부작’으로 세계적인 작가가 되기 전 엘레나 페란테가 써낸 소설들이다. 이 책은 1999년 출간된 그녀의 첫 소설 「성가신 사랑」과 2002년의 「버려진 사랑」, 2006년의 「잃어버린 사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단편이라기에는 길고, 장편이라기에는 짧은 이 작품에서 그녀는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소설은 레다의 자동차 사고로 시작해 사고가 나기 전 여름휴가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회상하는 플래시백 기법으로 진행되며 극 중 등장하는 엘레나의 인형 나니는 소설의 중요한 장치로 주인공 레다의 심리를 날카롭게 짚어 낸다. 인형은 니나와 엘레나의 사랑을 품고 있었다. 그들 모녀의 서로에 대한 열정과 구속력을 품고 있었다. 평온한 모성의 눈부신 증거였다. 그것을 통해 레다는 자신의 어머니와 딸들에 얽힌 기억을 떠올리며 과거 자신이 딸로서 경험하지 못하고 엄마로서 해주지 못했던 이상적인 모녀상을 보고 부러움과 질투를 동시에 느낀다. 엄마이기 때문에. 엄마는 어른이니까. 책은 어머니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자식과의 관계가 얼마나 복잡한 것인지 그 진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모두가 당연시 여기는 엄마의 역할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엄마라면 모두가 모성애를 느껴야 하는 것일까? 엄마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그런 일들. 레다와 니나의 삶을 두고 누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을까. 그것은 어떤 잣대로도 평가하기가 어렵다. 그만큼 엄마가 된다는 건 참 어렵고도 힘든 일.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 아니 그 말은 틀렸다. 엄마도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다. 엄마도 아프고, 엄마도 힘들고, 엄마도 두렵고, 엄마도 약하다. 애써 강한 척 할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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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당하기 연습 - 100번을 거절당하니 실패가 두렵지 않았다
지아 장 지음, 임지연 옮김 / 한빛비즈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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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거절로 나는 벌써 큰 깨달음을 얻었다. 태도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결과 자체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안 된다는 말을 들을 때의 쓰라림을 줄여준다. 움츠리지 않고, 당당하고 침착하게 태도만 바꿔도 전혀 다른 경험을 한 것이다. 일에서도 이렇게 자신감을 가진다면 그 과정에서 그토록 치명적인 충격을 받지도, 상처를 입지도 않을 것이다. 이제 겨울 이틀째지만 벌써 조금 단단해진 기분이 들었다. 공포심이 진정되면서, 창의력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좀 더 나다워지고 ‘아니오’라는 말을 듣는 게 덜 두려워졌다. (p.45)

 

어쩌면 거절은 생각보다 덜 이분법적일지도 모른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느냐 마느냐는 적절한 장소와 시간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뭔가가 있는 것이다. 거절 한 번에도 누가 누구인지, 상대가 누구인지, 무엇을 어떻게 몇 번 묻는지 등의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다. 변수가 바뀌면 결과가 바뀌는 방정식처럼 이런 사실을 조금만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과거의 결과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p.54)

 

거절을 두려워하던 사람이 갑자기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모든 일을 더 잘하게 되지 않을까? 화가나 음악가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내면을 더욱 깊이 들여다보고 진정으로 자신을 반영한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영업 사원이라면 몇 번의 거절에 의기소침해지지 않고, 잠재 고객들에게 전화 한 통이라도 더 하고 더 많은 고객을 만나지 않을까? 만일 부모라면 아이들의 요구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교육 철학대로 아이를 기를 수 있지 않을까? 기업이라면 주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 세상을 이롭게 할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용기를 내지 않을까? (p.74)

 

다른 사람의 의견이 자신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면 거절당할 때마다 심각한 마음의 상처를 입고, 삶이 피폐해진다. 타인의 기분이나 평가가 아닌 자존감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야 한다. 지금까지 나에게 거절은 보기만 해도 두려운 골리앗 같았다. 이 때문에 10년이 넘도록 꿈을 향해 나아가지 못했고, 다른 이에게 인사 한마디 못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골리앗의 정체를 파악해 새롭게 바라보니, 그를 구석에 몰아넣은 기분이다. 고통이나 두려움의 안개를 걷어내니, 거절은 골리앗이 아니었다. 오히려 마법사 오즈 같았다. 두려운 존재도, 적도 아니었다. (p.116)

 

 

 

100번을 거절당하니 실패가 두렵지 않았다. 거절당할까봐 시도조차 하지 않는 당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 당신. 거절의 두려움에서 자유로워지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100일간 거절당하기 연습으로 얻은 앞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힘! <거절당하기 연습>. 유교 문화권인 중국 베이징에서 자라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인 아이였던 저자는 어린 나이에 꿈을 쫓아 미국으로 건너간다. 그리고 낯선 이국 땅에서 셀 수 없이 많이 거절당하고 난관에 부딪힌다. 그러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 사업가의 꿈을 실현할 기회가 처음 찾아온다. 하지만 그 기회를 부여잡지 못했다. 세상이 그의 아이디어를 거절하기 전에 그가 먼저 자신의 아이디어를 거절해버린 것이다. 시간은 놀랄 만큼 빠르게 흘렀고, 꿈과 현실의 간극은 점점 벌어졌다. 그리고 다시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아내가 용기를 북돋아 준 것. 그는 아내의 응원 덕분에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본인의 사업을 시작하기로 한다. 사업계획서를 세우고 직원을 구하고 사업 투자를 받기 위해 백방을 뛰어다니며 제안서를 뿌렸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당신의 사업에 투자할 수 없소”라는 투자자의 냉정한 거절. 그는 당황했고 두려웠다. 그로 인해 본인의 사업이 가치가 없게 느껴졌고, 다른 투자자에게 제안서를 내밀어도 또 거절당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대로 무너질 순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단련하는 훈련을 하기로 결심한다. 바로 100일 거절 프로젝트. 100일 동안 황당한 부탁을 해서 일부러 거절을 당하고 무뎌져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 도전을 통해 저자는 세상은 자신이 생각했던 최악의 결말보다 훨씬 친절한 곳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거절을 당하면 그 이유를 외부가 아닌 본인에게서 찾는다. 본인의 제안이, 나아가 본인 자체가 잘못되었고 가치가 없어서 거절당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절은 거절하는 사람의 당시 의견일 뿐이다. 상대방의 상황에 맞지 않았을 수도 있고, 관심 없어하는 분야였을 수도 있고, 단순히 컨디션이 나빠서 그랬을 수도 있다. 저자의 100일간 거절당하기 도전은 그야말로 대변환의 여정이었다. 이로 인해 두려움을 극복하고 깨달음과 지혜를 얻었으며 새로운 자유와 힘을 찾았다. 그리하여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시각으로 인간을 바라보게 됐고, 어떤 상황에 닥쳐도 더 효과적으로 대처하게 됐다. 계속 거절당하면서 ‘거절’ 그 자체, 나아가 내 주변의 세상까지 전혀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됐다. 저자는 말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구하거나 모두가 반대할 때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용기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노력으로 습득되는 것이라고. 이는 근육과도 같다.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꾸준히 운동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점차 약해지고 위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용기라는 근육을 단련하고, 강한 정신을 유지하고, 자신감을 북돋우기 위한 방법으로 거절당하기 도전을 이어간다. 아직도 망설여지는가? 거절이 두려우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포용해 극복해보자. 지레 겁을 먹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 무엇도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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