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마음을 다해 디저트 - 대단할 것 없지만, 위로가 되는 맛
김보통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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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에 상관없이 빵을 만드는 일은 하루를 버틸 작은 힘이 되었다. 출근하고 나서부터 퇴근할 때까지 뭣 하나 내 뜻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그저 나날이 마모되기만 하는 듯한 회사 생활에서 유일하게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스콘이나 비스킷은 제법 그럴싸하게 만들어 내가 ‘뭐라도 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중요한 건 그것이다. (p.29)

 

아무렴 어떠냐. 모래로 성을 쌓건, 셋이서 야구를 하건, 애써 몽블랑 같은 것을 만들건, 더 이상 무언가를 이루지 못하는 글을 쓰건. 아무렴 어떠냐. 그렇게 생각하니 문득 홀가분해졌다. 되고자 하는 것이 없으니 뭐가 되든 상관없다. 주어진 기회에 충실하며 묵묵히 살아낼 뿐이다. 만드는 것마다 변변치 않지만, 꾸준히 한다면 그럭저럭 봐줄 만한 것을 만들어낼 수도 있겠지. 그리고 언젠가 모든 것이 끝나고 긴 잠이 드는 날, “그런 무의미한 삶을 잘도 살았구나” 하고 누군가 말한다면 “하지만 즐거웠다”라고 웃으며 답할 것이다. (p.86)

 

고된 삶 속 어느 지친 저녁, 묵직한 사타안다기가 전해주는 안도감이란 참으로 든든했다. 앞이 보이질 않아 끝을 알 수 없고 답도 모르는 길을 걷는 누군가에게 어찌됐든 계속 가봐야겠다는 용기를 주었다. 아, 이래서였구나. 그제야 이렇게 커다란 사타안다기를 만든 사람의 속뜻을 제멋대로 깨달았다. 기회가 된다면 당시의 나처럼 막연함에 지친 누군가에게 맛보여주고 싶은데, 그곳이 어디인지 도통 모르겠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p.127)

 

모든 빵은 평등하다. 각자 다른 재료로,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지지만 결국은 모두 빵이다. 빵은, 팔려서 먹힐 때 그 역할을 다한다. 하지만 이게 쉽지 않다. 인기가 없는 빵은 판매대의 변두리로 떠밀린다. 특별한 장식이나 표식을 얻지도 못한다. 눈에 띄지 않으니 선택되기도 힘들다. 드문드문 찾는 사람이 있으니 당장 없어지지 않겠지만, 머지않아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인기 1위 빵도 안심하기엔 이르다. 지금이야 사람들이 많이 찾지만 익숙해져 버리면 그때는 다른 여느 빵이 그러했듯 판매대의 변두리를 지키다 사라질 테니까. (p.167)

 

초코소라빵을 먹노라면, 만드는 법을 배워 무진장 싸들고 다니며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싶다. 그래서 어른이 되고서야 결핍을 충족하게 될 아이를 한 명이라도 줄이고 싶다. 창밖에 서서 초코소라빵을 바라보기만 했던 과거의 나를 위로하고 싶다. (p.194)

 

 

만화가이자 수필가 김보통의 디저트 탐험 < 온 마음을 다해 디저트>. 이 책은 저자가 지난 삶 동안 먹어온 디저트와 그때의 기억을 모아놓은 작은 앨범과 같은 책으로 언제나처럼 대단할 것 없는 것들뿐이지만, 그럼에도 같이 나누어 먹고 싶은 추억으로 빚은 디저트들이 한가득 담겨있다. 그러니 심심할 때, 일없이 한가할 때 한 편씩 꺼내 읽어보시라. 베이글, 찐빵, 몽블랑, 핫도그, 초코소라빵, 도넛, 떡볶이 등 종류별로 등장하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에 마음을 위로받고 먹음직스러운 디저트에 눈이 즐겁고 살짝 입맛을 돋우기에 모자람이 없다. 일명 사라졌던 입맛을 돌아오게 만드는 책!

 

책은 마음껏 디저트를 먹는 삶을 살고 싶었다는 고백처럼 저자가 어린 시절 맛본 디저트부터 여행지에서 먹은 디저트 그리고 성인으로 성장하며 먹어온 디저트까지 총 40가지의 디저트를 담고 있다. 1부에서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디저트와의 추억을, 2부에서는 작가가 군대와 회사에서 받은 상처 혹은 개인적 슬픔 속에서 디저트를, 3부에서는 어린 시절 먹은 디저트를 비롯해 작가를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든 디저트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저자가 들려주는 에피소드에는 그만의 개성이 한껏 녹아들어 있다. 오직 그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 웃지 못할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고 웃음에 묻어나는 스토리도 있고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는 때로는 달달하게 때로는 담백하게 때로는 촉촉하게 온 마음으로 전해져온다. 보통의 일상 속에서 주어지는 행복한 순간! 풋풋한 그 시절의 이야기에 입가에 잔잔히 미소를 띄우기도 하고 따뜻하게 위로받기도 하며 나도 덩달아 그 때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며 잠시 추억에 잠겨도 보는 등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참 좋다. 대단할 것 없지만, 위로가 되는 맛. 마음이 답답할 땐 언제나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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