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줄레이하 눈을 뜨다 ㅣ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 3
구젤 샤밀례브나 야히나 지음, 강동희 옮김 / 걷는사람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새로운 것, 투성이다.
러시아문학하면 도스토옙스키나 톨스토이 밖에는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야히나를 기억할 것이다.
새롭게 알게 된 야히나 작가의 <줄레이하 눈을 뜨다>는 박경리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작가의 서문으로 시작한다.
이렇게 해서 또 새롭게 알게 된 박경리 세계문학상과 울리츠카야 작가의 작품에 눈길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이 작품은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2015년 러시아의 문학상으로 'BIG BOOK', '톨스토이 문학상,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고, 2017년 '독자의 상'을 수상했다.
유배문학의 한 작품으로 러시아 부농 추방 운동의 일환으로 행해진 시베리아 강제 이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열다섯에 열다섯 살 차이 나는 남편에게 시집온 줄레이하는 계속되는 유산의 아픔과 시어머니의 구박을 견뎌내고 있던
어느 날 붉은칸국인이라고 생각하는 군인에게 남편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집과 물건들은 농촌소비에트가 몰수를 하고 집단농장의 소유가 되었다. 눈먼 시어머니를 놔두고 줄레이하의 썰매는 다른 부농들과 함께 긴 수송 대열에 합류한다.
이그나토프는 수송 대열의 책임을 맡게 되고 기나긴 여정이 시작된다.
수송 열차 안에서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고 타이가로 가기 위해 바지선을 타게 된다.
그녀의 유일한 기쁨과 위안은 원피스 주머니 속에 있었다. 뽀족한 '죽음'의 설탕 조각. 예니세이강을 따라 흘러가는 바지선에서 줄레이하가 눈을 뜬다. 헤어지지 않고 함께 잠들 수 있을 테니 아이를 낳기 전에 먹는 게 더 좋을지 생각한다.
바지선이 침몰한다. 줄레이하와 이그나토프 등 서른 명만이 정착하게 된다.
줄레이하의 유일한 아이 유주프가 배를 타고 그녀 곁을 떠나며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간다.
이그나토프와 줄레이하는 서로를 알아보고 멈춰 선다. 세상을 가득 채운 아픔이 그녀를 숨 쉴 수 있게 해주었다.
모든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움직인다. 중요한 것은 바로 오늘이고, 지금 이 순간이었다.
오늘을 버텨낸 사람만이 내일의 태양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척박한 곳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끈질기게 버티고 존재하기 위해 살아나가는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존재의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들어주는 작품이었다.